뇌·컴퓨터 연결 연구 급진전… 상상의 미래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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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뉴럴링크’ 두뇌 칩 임상시험 FDA 승인 얻어
빌게이츠 ‘싱크론’은 루게릭 환자에 칩이식 시험단계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6 00:07:50

세상의 판도를 바꿀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려는 연구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칩을 뇌에 직접 이식하는 기술이나 뇌 신호를 단어로 변환해 출력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의학과 IT의 융합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 성과 및 연구 현황’ 동향을 소개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Interface)라 불리는 BCI 연구는 꾸준히 있어 왔으나 이 기술의 개발을 본격적으로 널리 알린 사람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는 BCI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으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이동성과 시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됐다. 뉴럴링크는 5월25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한 뇌 칩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은 원숭이 실험을 거쳤다. 칩은 뇌에서 생성된 신호를 해석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외부 장치에 정보를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지난달 뉴럴링크는 2억8000만 달러(약 370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이 주도했다. 외신은 비공개 주식 거래를 통해 뉴럴링크의 현재 가치가 50억 달러(약 6조6200억 원)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올해 상반기에 벤처 캐피털 펀드를 통해 미국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싱크론’에 투자했다.

▲ 싱크론이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 환자가 BCI를 사용하고 있다. 싱크론 캡처

싱크론의 BCI 연구 성과는 뉴럴링크보다 빠르다. 2012년 설립된 이 기업은 2021년 마비 환자에 영구적으로 이식 가능한 BCI의 임상시험을 FDA로부터 허가받았다. 싱크론의 BCI 시스템은 이미 루게릭병 환자에 이식돼 시험 중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던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지원자는 싱크론의 BCI 이식을 통해 눈의 움직임과 생각만으로 메시징 앱을 사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지원자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62세의 호주 남성 역시 싱크론의 BCI를 이용해 트윗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의학 전문지 JAMA Neurology는 호주에서 싱크론의 BCI 시스템을 실험한 장기 안전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기술은 12개월 동안 신호 품질이나 성능의 저하 없이 안전하게 유지됐다.

싱크론은 운경신경질환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대상자들은 심각한 부작용 없이 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이후 추가로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타당성 시험을 시작해 총 10건의 임상 시험 데이터를 결합해 초기 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이 회사는 앞으로 BCI 기술이 안전하고 기능적이라는 충분한 결과를 입증하는 임상 시험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귀의 외이도에 삽입하는 비침습적인 BCI 기술을 개발했다. 스파이럴E(SpiralE)라는 이름의 BCI는 유연한 소재와 독특한 나선형 디자인으로 착용자의 청력을 방해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 장치는 외과적인 수술로 이식하는 BCI보다 덜 침습적이며 헤어밴드나 모자 같은 비침습적 솔루션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침습적인 BCI가 강력하고 효율적인 성능을 발휘하지만 뇌의 면역체계로 인해 뇌에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뇌신경 신호를 텍스트나 음성 단어로 변환하는 연구도 성과를 보였다.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지난달 뇌의 신경 신호를 텍스트 또는 음성 단어로 변환하는 2건의 BCI 연구 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네이처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교가 연구한 각각 다른 BCI 접근법으로 언어 기능을 잃은 환자를 돕는 기술을 소개했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