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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낙승(樂勝)했다. 진 후보는 56.52%를 얻었고,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39.37%에 그쳐 17%P 차이다. 평일에 치러진 보선임에도 투표율이 48.7%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컸다. 민주당은 두 자릿수 이상 격차의 승리에 “윤석열정부 심판 여론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기초단체장 한 명을 뽑는데 그치지만, 22대 총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주목된다. 여야 모두 유세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측면에서 국민의힘은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도권 위기론’이 확인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김기현 대표 체제가 흔들릴 공산이 다분하다.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또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체제 도입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차기 총선 공천에선 심모원려하길 당부한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무공천 기류가 우세했다. 예산 40여 억 원이 소요되는 보선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는 데다, 공천해도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김 전 구청장을 ‘공익 신고자’로서 특별사면했고, ‘공정 경선’을 통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당 후보로 확정되자 지도부는 ‘대통령과 핫라인을 가진’ 일꾼으로 규정하며 화력을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은 작지 않은 내상(內傷)을 입게 됐다. 다만 강서구 현역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나름 선전했다고 하겠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보선은 226개 기초단체장 중 한 명을 뽑는 선거일 뿐이다. 과도한 정치적 의미 부여를 할 사안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 대표 자신은 물론 당권파인 친명(친이재명)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12일 불구속 기소됐다. 대장동·변호사비 대납 의혹·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제3자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살아 있다.
최근 백현동 등 일부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무죄’라는 게 아님을 재인식해야 한다. 구속영장이란 판사 한 명이 보는 재량이 많은 영역이다. 유창훈 판사도 얘기했다시피 위증죄는 인정된다는 취지였지만, 설득력 약한 이유로써 기각됐을 뿐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오거돈 전 부산시장·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도 모두 영장이 기각됐지만 실제로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달아 패배하고도 자성과 쇄신은커녕 ‘개딸(개혁의딸)’ 같은 극렬 지지층을 업은 이 대표에게 방탄조끼를 입혀주고 당의 의결권까지 넘겨준 구태를 반복했다. 합리적 진보정당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운동권식 선명성 경쟁’의 장이 아닌 국리민복을 위한 ‘혁신과 반성’의 장이 돼야 한다. 스스로 기득권이 돼 초심을 잃은 86세대와 친명은 민심에 귀 열고 눈 뜨길 바란다. 국정에 동반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이 정신 차려야 여권과 협치를 통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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