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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가을도 깊어지고 있다. 따뜻한 남쪽 도시 전라남도 순천은 가을에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다. 이맘때 순천을 찾으면 형형색색의 가을꽃과 하얀 갈대,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을 모두 즐길 수 있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조성된 순천만정원은 2015년에 이르러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라는 이름을 얻었다. 노관규 시장이 순천만 농경지에 세워진 전봇대 282개를 뽑아내고 생태형 탐방로를 설치할 때만 해도 누가 이 먼 곳까지 꽃과 나무를 보러 오겠냐며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자연이 회복되자 흑두루미가 먼저 날아오고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왔다. 2017년에는 방문객이 600만 명을 넘어섰고 2023년에는 두 번째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정원은 지상에 구현한 이상향
정원은 단순한 꽃밭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지상에 조성한 것이다. 꽃을 중심으로 바위·호수 같은 주변 지형을 활용해 예술품을 배치하고 쉴 곳을 만든다.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 정원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이상과 미적 감각을 알 수 있다.
정원 건설 초기에는 서구 유럽 등 다른 나라 정원을 많이 참고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독창성이 발휘되어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고 한다.
국제정원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40여 개에 달하는 정원이 모여 있다. 네덜란드 정원은 아름다운 풍차를 중심으로 바닥이 색색의 국화꽃으로 수놓아져 있어 페르시안 양탄자를 방불케 한다. 멕시코 정원에는 멕시코 국화인 달리아와 선인장·야자수가 어우러져 라틴아메리카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알함브라 궁전을 옮겨온 듯한 스페인 정원에는 분수 아치와 고풍스러운 기둥이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국 정원은 장미 터널을 추가하면서 영국적인 느낌이 더 강해졌다. 지난해 영국 황실에서 ‘찰스 3세 국왕 정원’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이 오는 바람에 명칭도 바뀌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위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밖에 이곳에는 터키·중국·미국·독일 등 세계 정원만 12개에 이른다.
호수와 나무, 불꽃 조형물이 어우러지는 노을정원은 박람회장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둔덕에 모여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꽃과 노을을 감상한다. 이곳은 천국인가?
‘가든스테이’는 꽃으로 둘러싸인 가든에서 순천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고급 만찬을 곁들일 수 있는 체험상품이다. 4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도심을 관통하는 동천으로 뱃길이 지난다. ‘정원드림호’를 이용하면 순천역 인근 선착장에서 박람회장까지 한 번에 드나들 수 있다.
저류지를 쉼터로 꾸민 ‘오천그린광장’은 경관조명과 어우러지는 가을꽃이 포인트이며,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조성한 ‘그린아일랜드’는 국가정원과 동천을 하나로 연결하며 꽃물결을 이룬다.
가을을 맞아 최근 박람회장 안팎으로 형형색색의 국화 송이가 진한 향기를 날리는 중이다. 이곳을 채운 국화는 모두 1억 송이. 여기에 황하 코스모스·붉은메밀·포인세티아·버들마편초·맨드라미·샐비어·마리골드가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이 800만 명을 기록한 것은 열흘전이다. 1000만 방문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7개월 걸친 정원박람회 대장정은 31일 끝난다.
흑두루미를 불러들인 순천만 갈대
스카이큐브(8000원)를 이용하면 순천만국제정원에서 순천만습지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순천만습지는 지금 갈대가 한창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사람들이 떼지어 걸어 들어간다. 한참을 걸어가던 사람들이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갈대숲 사이로 사라진다. 흡사 갈대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사라진 사람들은 한참 지나 저 먼 곳에서 떠오른다. 탐방로의 높낮이를 다르게 함으로써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다. 갈대가 다 자라면 높이가 3m에 달한다.
갈대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염습지에 뿌리를 내린다. 갈대밭은 수로를 따라 갯벌로 확대되고 그 너머로 퇴적물이 쌓이면서 갯벌도 영역을 넓힌다. 선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1997년 15만 평이던 갈대숲이 지금은 170만 평으로 늘어났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S자 형태로 굽은 수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갈대는 한때 마을 사람들의 주요한 수입원이었다. 갈대를 꺾어 인삼밭의 차양막으로 내다 팔기도 했고 빗자루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갈대 뿌리에 항암 성분이 있다고 하여 캐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1980년대 들어 사는 형편이 나아지면서 갈대밭을 훼손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갈대밭과 갯벌이 확대되면서 흑두루미의 개체 수도 점점 늘었다. 1996년 59마리였던 것이 2018년에는 2502마리까지 증가했다.
순천시는 새들의 휴식이 방해받지 않도록 가로등의 키를 낮추었다. 불빛을 단속하는 반사경도 설치했다. 순천만 생태관광지 안내판도 모두 새롭게 디자인했다. 안내판 높이를 최대한 낮추었으며 원색을 자제하고 중간색으로 글자를 변경했다. 이 모든 게 철새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였다.
허삼관네 집이 여기였구나!
조례동에 있는 1만2000평 규모의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도심에 있던 군부대 사격장을 활용한 것이다. 시대별로 △1960년대의 순천 읍내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 3개 마을을 조성했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2006)을 시작으로 자이언트(2010), 제빵왕 김탁구(2010), 영화 그해 여름(2007), 님은 먼곳에(2008), 허삼관(2015), 말모이(2018)가 이곳을 무대로 촬영을 이어 갔다.
허삼관이 가족들과 생활하던 공간은 방문객들의 단골 인증샷 장소이다. 원한다면 관내 대여점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순양극장·만화가게·고고장 등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서울에서 KTX를 이용한 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부산이나 창원 지역에서도 경전선 열차를 이용해 찾아갈 수 있다. 주차시설의 경우 총 6개 구역에 5389면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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