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선언한 고양시의 ‘불편한 진실’… 인체유해 수은등 설치 전국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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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관련 법령 어겨가며 18억대 환경유해 가로등 설치
조명업계의 고질병인 민관카르텔 가능성 지적
용인·파주·성남시 등 10억 이상 사용 지자체 10곳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4 13:21:03

▲ 이동환 고양시장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양시 제공

경기도 고양특례시가 인체에 유해한 가로등 설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돼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해 9월 탄소중립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동환 시장의 시설물 관리 행정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무작위로 설치된 길거리 가로등과 보안등으로 시민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자체 중 친환경조명기(LED)보다 에너지 소비율이 높고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국내에선 생산과 수출입이 금지된 메탈할라이드램프·메탈할라이드램프안정기(메탈조명기)로 불리는 수은등을 가장 많이 설치한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결과 확인된 것.

고양시 외에도 용인·파주·성남시 등 10개 지자체도 같은 기간 동안 142억 원 상당의 메탈조명기를 사용했다. 1억 원 이상 구매한 지자체는 97개로 같은 기간 450억 원의 메탈조명기를 구매해 설치했다. 전국 245개 자치단체 중 87개 기관만이 관련 법령을 준수해 LED를 설치했을 뿐이다.

수은이 첨가돼 인체에 유해한 조명기구는 2020년부터 국제협약인 미나마타협약과 환경부 잔류성오염물질 관리법에 따라 국내에서의 생산 및 수출입이 전면 금지된 제품이다. 또한 에너지 효율성이 낮아 산업통상자원부의 법령으로 2018년부터 공공기관의 사용이 전면금지된 조명기구이다.

24일 조달청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지자체의 조명등 납품요구 실적’에 따르면 고양시는 지난 5년간 18억 원 상당의 메탈조명기를 구매·설치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구매·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2위는 경기도 용인시로 17억 원 상당의 메탈조명기를 구매·설치했다.

산자부는 2018년부터 ‘고효율에너지 기자재 보급 촉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 등의 공공기관에서 메탈조명기의 사용을 금했다. 그러나 고양시는 산자부의 법령을 위반해가며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매년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메탈조명기를 18억 원어치나 구입해 사용했다.

고양시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기본조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탄소중립 이행과 녹색성장을 장려, 공공기관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시의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해 7월 기본조례를 공포한 후 제27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해 ICLEI(이클레이. UN의 후원으로 1990년 발족한 저탄소·회복력·자원순환·자연기반·사람중심의 공정한 발전을 지향하는 글로벌 지방정부 네트워크) 개소 등 국제사회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후위기 대응 선도도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해 9월 경기도 30개 시군과 함께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11월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막식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탄소중립사회 전환’을 주제로 기조연설까지 했다.

고양시가 COP27에 초청받은 것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15.6% 감축목표를 수립해 6개 부문 92개 세부 사업의 이행계획을 세우면서 2020년 환경부 그린시티로 선정됐고, 장항습지 람사르습지 등록 등 다양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도시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고양시가 법률과 조례를 무시하고 메탈조명기를 구매·설치한 것은 법규준수와 성실한 직무수행을 명령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 제48조를 위반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이에 고양시는 “시에서 사용하는 가로등은 메탈할라이드CDM”이라면서도 “비용 문제로 인해 LED로의 일괄교체가 어려워 점진적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명업계에서 30년 넘게 종사한 한 전문가는 “메탈조명기는 2014년부터 시장에서 퇴출수순에 들어갔으며 2020년 이후에는 국내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령으로 사용을 금지한 조명기구를 지자체에서 여전히 사용한다면 이는 조명업계의 고질병인 민관카르텔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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