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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리 자신뿐이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꽃도 남김없이 먹어버렸고 마지막 섬을 전부 불태워 버렸다. 손끝에 해변의 모래가 느껴지기는 했으나 모래는 먹을 수도 소화 시킬 수도 없는 대상이었다. 모든 것이 우리 배 속에서 끝났다.”
김준녕 작가의 공상과학(SF) 소설 ‘빛의 구역’은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먼 미래 환경오염이 극심해지자 정부는 인류 보존을 위해 지구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주인공 이아가 속해 있는 붉은 구역은 광부들의 구역이다. 이곳 주민은 매일 오염 물질 정화 장치의 페달을 밟으며 깊고 어두운 갱도 안에서 연료인 활성탄을 캐내야 한다. 구역을 벗어나면 감시위성에 의해 사살당한다. 사망자 수만큼 정부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보내오기에 인구수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출산을 담당하는 검은 구역과 식량을 채취하는 푸른 구역에도 희망은 없다. 보라 구역은 돼지·비둘지·꽃과 나무와 같은 식재료들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집단을 이루고 행동한다. 각 구역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다.
이아는 정부와 유일하게 소통하는 ‘구역의 지배자’ 마름이 된다. 이아의 도움으로 한 대원이 구역을 도망치고 저자는 주체성이 박탈된 세계를 스스로 탈피하는 인물을 통해 지구인에게 승리의 깃발을 쥐어 주고자 한다.
자신의 근원을 탐구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인간을 통제 속에 놓아두려고 한다. 개인과 사회 사이 갈등과 긴장을 컬러와 구역이라는 알레고리로 잘 녹여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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