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급발진 사고… 입증 책임은 운전자가 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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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발생 순위 59%는 현대차·기아… 국내 완성차 점유율과 비례
운전자 급발진 입증 어려워… 킬 프로그램·페달 블랙박스 등 대안 제시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0 17:07:46

▲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입증 책임이 운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입증 책임이 운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급발진 의심 사고 중 급발진 가능성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뿐이었다.

소비자시민 주권회의는 20일 급발진 사고 입증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제조사가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급발진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가속되는 형상으로 제동장치의 작동 불능을 수반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시민 주권회의는 2010~2022년 급발진 사고 766건 중 87%에 해당하는 669건이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발생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기계식으로 작동하던 부품의 전기·전자회로 및 전지 장치 장착 비율이 커지며 전자부품 오작동에 따른 급발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사별 급발진 발생 순위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452건으로 59%였고 △르노(102건) △한국GM(49건) △쌍용자동차(46건) △BMW(32건) △벤츠(22건) △도요타(17건)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기간 현대자동차의 국내 점유율이 50~70%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특정 제조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자동차 오작동에 따른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꾸준히 발생해 왔지만 급발진 가능성이 인정된 사례는 2023년 6월 대전지방법원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용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전지방검찰이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해 2024년 3월19일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한 만큼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도화분을 들이받고서도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13초 동안 계속 밟는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 △피해자를 피하려고 방향을 튼 점 △여러 차례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점 등을 자동차 결함을 의심할 만한 이유로 꼽았다.

이번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했으나 블랙박스 영상 등을 보고 정황으로 판단해야 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의 특성상 운전자의 입장에서 급발진 여부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른 나라의 살펴 보면 미국의 경우 피해자가 급발진 피해를 알릴 경우 제조사는 설계도와 기술적 분석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제조사는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제조사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으며 급발진 원인 피해자가 모두 입증해야 한다.

이에 더해 경찰이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자료를 보관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비자시민 주권회의가 제시한 2017~2021년 경찰청과 소방청의 급발진 관련 신고 통계 건수에 따르면 전국 소방청은 급발진 추정 교통사고로 791번 출동했으나 경찰청에는 신고 통계 건수가 없었다.

소비자시민 주권회의는 “급발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조사와 국토부가 영상 블랙박스와 사고기록장치가 맞지 않으면 제조사가 증명하도록 법적 규제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자동차 폭주 시 가속을 차단하는 ‘킬 프로그램’과 운전자가 사고 당시 페달을 밟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 등을 장착해 급발진 판단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