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기름값 상승세… 정부도 소비자도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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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 5주 연속 상승세… ℓ당 1708.4원
국제유가 상승 변동에 주유소 기름값도 상승… 소비자 부담 커져
기름값 잡겠다는 정부,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세수 부족 어쩌나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30 12:11:00

정부의 기름값 과도한 인상 자제 요청에도 중동 정세 불안에 국제유가가 올랐던 충격이 국내 주유소에도 번지면서 기름값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정부는 국제유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했지만 세수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석유제품 가격비교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713원으로 이달 초(ℓ당 1644원)보다 69원가량 올랐다. 주간 단위로는 4월 넷째 주(21~25일)는 ℓ당 1708.4원으로 직전 주 대비 ℓ당 13.3원 올라 3월 넷째 주에 상승 전환한 이후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국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이달 초 ℓ당 1540원에서 30일 ℓ당 1566원으로 26원 올랐다. 경유 판매 가격은 4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4주 연속 상승세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오른 데에는 국제유가 변동의 영향이 크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2주가량 지나 국내 주유소에도 가격이 반영돼 기름값이 오른다.

앞서 이달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면서 분쟁이 커졌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도 크게 요동쳤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당시 배럴당 90달러까지 올랐고, 브렌트유도 12일 기준 90달러를 웃돌았다. 이후 2주가량 시간이 흘러 국내 주유소에도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가격이 뛴 것이다.

전국 주유소 경유·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정부는 이날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해 6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최대한 국제유가가 안정된 이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려는 정부의 복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정부 입장에서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차 연장된다면 나라살림에 타격이 적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올해 중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세입 계획을 짠다. 이에 유류세 등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올해 15조3000억 원 걷힐 것으로 봤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차 연장됐고,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유류세 인하 조치가 더욱 길어지고 세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해 예산안보다 3000억 원 덜 걷힌 상황이다.

세수 부족에 나라 살림도 넉넉지 않다. 나라 살림을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87조 원 적자다. 2022년보다 30조 원 개선됐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 수준이다. 재정당국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비율을 3% 내에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미 1%p가량 웃도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올해 1분기에만 한국은행에서 32조5000억 원가량을 빌려 부족한 재정을 메우고 있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힌 상태에서 연초에 재정 집행이 집중되자 ‘마이너스 통장’(일시 대출 제도)에서 돈을 빼내 급한 불을 껐다는 것이다. 이 마이너스 통장 금액은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대치다. 지급해야 할 이자만 이미 640억 원에 달한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