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출판시장, 3만8천개사중 50곳이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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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55개 출판사 한권도 발간 못해…영세 출판구조에 ‘편식출판’ 부작용

안효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2-16 00:07:30

출판업계 대부분 업체들이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독서인구가 많고 적음을 떠나 출판시장도 자본의 법칙에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많은 대형출판사들은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 나아가 유통시장 선점으로 출판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단행본이나 소설의 경우도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을 우수 필진을 독점하고 있기도 하다. 출판사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 업계의 난립도 출판업계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 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 신고된 출판사 수는 3만8170개다. 이 가운데 93.1%에 해당하는 3만555개 출판사는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다. 전년의 92.9%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야말로 개점휴업 출판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그나마 책을 출판하는 곳도 1인출판사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출판이 지나친 상업성으로 치닫고 있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꼭 필요한 양서이지만 판매가 불확실하면 출판을 하지 않는 이른바 ‘출판편식’ 현상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이는 지식의 유통과 확대라는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와 사회에 매우 이롭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스카이데일리가 출판업계의 극심한 양극화 문제를 출판문화협회의 자료 분석과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취재해 보았다.

▲ 지난해 ‘개점휴업’ 상태인 출판사는 전체의 93.1%에 달할 정도이다. 대형 출판사들의 자금 공세에 영세 출판사들은 출판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국내 출판사들의 한 해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해 있다. 하지만 출판 시장은 자본력을 앞세운 소수 출판사들이 장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영세 출판사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15일 발표한 ‘2011년도 출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설립 신고된 출판사 수는 3만8170개이다.

이 가운데 93.1%에 해당하는 3만555개 출판사는 지난해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92.9%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무실적 출판사 증가현상은 출판사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1987년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협회 관계자는 “무실적 출판사 비율은 1988년 50.7%로 절반 수준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며 “1인 출판사 등 영세한 출판사가 늘어나고 출판계 불황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행 신간 4만4036종…전년 대비 9.3% 증가

지난해 발행된 신간은 총 4만4036종으로 전년에 비해 9.3% 증가했고 총 발행부수는 1억955만227부로서 2010년에 비해 3.0% 늘어났다.

▲ 자료:대한출판문화협회 ⓒ스카이데일리

종류별로는 아동이 2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문학 18.6% △만화 14.6% △사회과학 13.4% 등이 뒤를 이었다.

책 한 권당 평균 발행 부수는 2488권으로 2010년 2639권에 비해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도별 도서 발행 종수와 부수 추이를 살펴보면 발행 종수는 증가한 반면 발행 부수는 1998년 1억9053만5987권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평균 정가는 1만3010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1000종 이상 발행한 대형 출판사 ‘5개’

2011년 대한출판문화협회를 경유해 국립중앙도서관에 신간을 제출한 출판사 수는 2615개이다.

▲ 자료:대한출판문화협회 ⓒ스카이데일리

이들 출판사들의 발행 종수 상황을 살펴보면 5종 이하 발행한 출판사는 1315개사로 전체의 50.3%를 차지했다.

이어 △6~10종 446개사(17.1%) △11~20종 365개사(14.0%) △21~30종 167개사(6.4%) △31~40종 86개사(3.3%) △41~50종 44개사(1.7%) △51~100종 100개사(3.8%) 등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1000종 이상 발행한 출판사는 5개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이들 출판사 각각의 발행 종수를 최소 1000종으로 가정해도 이는 지난해 신간의 11%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행본 출판 시장에서 압도적인 출판사는 김영사, 웅진, 21세기북스, 민음사, 문학동네 등으로 보면 될 것이다”고 밝혔다.

2조원대 출판 시장, 50여개 업체가 70% 장악

출판 시장의 규모는 한 해 2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일부 출판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 자료:대한출판문화협회

업계에 따르면 전체 출판 시장의 70% 이상을 50여개 출판사가 점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30%를 놓고 영세 출판사나 1인 출판사들은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재두 논형출판사 사장은 “유능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서 적절한 페이를 지급해야 하지만 영세 출판사들의 자금 사정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차이가 나지만 발간 후에도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출판사들의 홍보 전략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소 사장은 “10인 이하 출판사들 중에도 분명 좋은 책을 발간하며 튼실한 운영을 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영세 출판사들이 힘겨운 상황이란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안효준 기자 hj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