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커졌는데…“토끼 우리에 사자를 가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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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대규모 기업집단 기준 조정론

경제규모 커졌는데…“토끼 우리에 사자를 가두나”
해외 유례없는 제도에 중견기업도 발묶어…전경련, 자산기준 5조→10조 확대 주장

김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05-19 17:29:18

공정위는 지난 달 1일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61개를 지정 발표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민간 기업집단은 49개로 전년과 동일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집단은 전년보다 2개 감소한 12개였다. 61개 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전년보다 19개 증가한 1696개였다. 최근 5년간 61개 집단의 자산 총액 분석 결과 2011년 4월 1691조원, 2012년 4월 1978조원, 2013년 2108조원, 2014년 2206조원, 2015년 2258조원으로 증가 추세였다. 30대 민간집단의 경우 상위그룹일수록 자산총액이 높은 비율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증가율은 상위그룹 47.4%, 중위그룹 18.1%, 하위그룹 10.2%였다. 공정위에서는 대기업집단 현황 정보 공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시장감시 시스템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재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은 자산총액 5조원으로 국내 경제규모와 맞지 않고 기업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전경련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 자료를 통해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전경련의 주장을 살펴봤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달 1일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61개를 지정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성장 및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국내 주요 대기업 본사 ⓒ스카이데일리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4월 공정위의 ‘2015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발표와 관련,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합리적 수준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규모 계속 변화하는데…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 “그대로 멈춰”

지난 2008년 1104조원이던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 1531조원(전망치)으로 40% 가까이 성장했고, 규제 대상인 대기업집단 수도 41개에서 61개로 20개 추가됐다. 그러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기준은 경제 성장에 따라 기업 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년째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은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 지정기준으로 규제 대상이 늘었다며 불만을 표하는 상황이다.

▲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스카이데일리

1987년 처음 도입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을 선정해 규제하는 제도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등 30여개 이상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통해 사업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 제도는 처음 도입된 이후 세 차례 걸쳐 기준이 상향됐다.

일정한 규모 이상 기업집단만을 대상으로 규제하는 제도는 국내에서만 형성된 제도로 해외에는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객관적·국제적 표준이 없는 특수한 제도이니 만큼 신중하게 규제기준을 설정하고, 경제성장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사후보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 설정된 규제기준은 현재 우리 경제상황과 맞지 않아 M&A나 신규산업 진출 등 기업성장을 도모하는데 장애가 되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스카이데일리

지정기준 안 바꾸면 기업성장 막혀…‘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향해야

전경련에서는 “대기업집단 규제 제도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규제기준 아래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의 성장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경련은 지난 2007년 당시 대규모 기업집단이 아닌 자산규모 1~2조원 사이 50여개 기업집단의 성장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자산 2조원으로 규제기준이 고착화됐던 2002~2007년 사이에는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됐었다. 2008년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이 5조원으로 상향되자 상당수 기업집단에서 자산규모를 2조원 이상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서는 규제완화와 자산규모 확대 시점이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중견 기업집단들도 새로이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스카이데일리

전경련은 기업규모와 공정위의 규제 기준 상향 추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이라고 봤다.

공정위는 1993년·2002년·2008년 세 차례의 대기업 기준 변경 당시 기준, 30~40여개 기업집단이 규제 대상이 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왔다. 지금까지 기업집단 지정 변동 추이를 봤을 때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지정 범위를 30~40개 대기업 집단에 한정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2015년 기준으로는 총 37개 기업집단이 규제 대상이 되는 10조원 정도가 적정한 상향 기준이라고 봤다.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한 현행 사전규제방식을 두고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어린이옷을 입혀 놓는 것과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상향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규율 중심의 사후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중역은 “지금과 같은 대기업 집단 규제 기준은 ‘토끼 우리에 사자를 가두는 격’과 다르지 않다”며 “대기업들이 온갖 규제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제대로 된 영업이나 투자 등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인희 기자 i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