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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의 ‘실전 생활경영’- 악보와 경영지표

악보는 연주(과정)와 협연(결과)의 언어…기업의 악보 ‘성과지표’ 고효율 창출

이성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5-05-23 20:01:16

▲ 이성우 칼럼리스트

우리는 몸짓, 음성, 기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한다.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것은 언어지만 같은 언어권이 아닌 경우 통역이 필요하고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수학 공식, 과학 공식, 교통 표지판과 같은 수식이나 기호 및 그림으로 된 것은 별도의 큰 노력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더라도 E가 ‘에너지’라는 것과 이를 토대로 원자폭탄이 만들어 졌다는 기본적인 사실 정도는 이해한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악보에서는 박자, 음의 높고 낮음, 반복 등을 다양한 기호로서 표현하고 있다. 기본적인 음악 교육을 받아 악보를 볼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공통으로 이해하고 있거나 의미를 전달 할 수 있으면 된다.

2012년 11월 중국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를 들으러 갔다. 수원 시립 교향악단과의 협연이었다. 이전 피아니스트 독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연주 자체에 몰입을 했던 경험을 했었다. 반면 이번 연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가 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관현악단에는 수많은 악기들과 그것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매번 곡이 끝날 때마다 지휘자와 악단들과의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절로 빠져드는 멋진 연주였다.

문득 연주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악기라 하여 정상적인 연주를 못했을 경우 과연 무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프로들의 세계에서는 옥에 티로 치부하기엔 치명적인 실수일 것이다. 그리고 민감한 관객들은 그들의 실수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랑랑은 전 세계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피아니스트다. 단 1회 공연을 위해 그가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 리허설도 고작해야 한두 번 정도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들은 함께 생활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연습 시간 또한 충분치 않을 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완벽하게 연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는지 궁금해 졌다.

생각해보니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악보가 바로 답이다. 악보에 그려진 수많은 음표, 쉼표, 박자는 공통의 언어이다. 악보에 있는 기호들은 연주자들에게 시작과 끝을 알리고 경중과 완급들을 조율할 수 있게 해준다. 악보가 공통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랑랑과 교향악단 사이에는 일반인들은 해독하기 힘든 악보가 있었다. 이들은 공통의 기호를 통해서 빠르게, 느리게, 강하게, 약하게 등의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멋진 연주를 소화해 내는 것이다.

연주에서는 혼자만 먼저 가는 사람이나 느리게 가는 사람이 없다. 만약 있다면 관객들이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소통인가. 사용빈도가 낮은 악기라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곡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경영에 있어서도 이런 소통의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 보자. 각종 재무제표와 주요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주주, 경영자 및 직원들 간의 간결하면서도 함축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재무제표와 성과지표는 회사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대표적인 숫자들로 작성한 것이다. 회의 때 자주 다루어지는 숫자들이다. 이를 이해하면 경영상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실적 부진을 찾아내고 해결 방안과 중간 진행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숫자들의 값을 공유하는 것이다.

주주들은 회사의 현재 및 미래 가치를 파악할 수 있고, 경영자들은 내부 효율 및 실적과의 차이(Gap)를 파악해 직원들과 극복 방안을 소통할 수 있다.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성과지표에 대한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동안 주주나 경영자들은 경영의 마지막 결과물인 재무제표에는 익숙해져 있는 반면 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인 주요 성과지표들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편이었다.

이들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익숙한 소통 방법만을 알고 있으므로 직원들이 설명하는 과정에 대하여 귀 기울이지 않고 중요도를 폄하하여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통 언어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쌍방향 소통의 지름길이다.

재무성과와 과정지표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상하간의 소통은 한결 더 원활해 질 것이다. 보충 설명을 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각종 불합리한 보고서작성, 대책 마련 등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더 높은 효율 및 성과를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성우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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