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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혼이 자리한 역사교과서 논란이 영혼을 배제한 채 이념논리와 정치논리로 점입가경이다. 여당과 보수라인은 ‘국정’을, 야당과 진보라인은 ‘검정’을 각각 배수진 치며 가히 전쟁 중이다.
통일된 하나의 역사를 엄정히 가르쳐야 한다는 ‘국정교과서’와 이에 반해 다양한 역사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검인정교과서’(검정교과서) 논란이 대한민국 국론을 분열시키는 진앙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볼썽사납고 격한 집안싸움에 몰두 해온 여·야는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역사교과서 논란이 ‘정치수뇌들의 셈법’으로 추락하기까지 했다.
주지하다시피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창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시간과 공간(시대)의 씨줄·날줄에 대한 기록이지만 시·공을 뛰어 넘어 늘 우리 모두에게 현재화 돼 있는 자화상이다. 역사가 지금의 나이며, 우리 모두이고, 국민이며, 국가다. 역사의 영혼은 과거·현재·미래의 자리에 이처럼 공존한다.
이런 신성한 역사가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떨어졌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우리가 진실된 역사를 회복하는 길은 누가 어떤 방향과 관점으로 기술하고 해석하는가의 ‘테크닉’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모두 테크닉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테크닉은 시간과 시대에 발목을 잡힌 채 시·공을 넘는 진짜 역사의 혼을 보지 않는 태도다.
국정과 검정, 양쪽의 입장은 현재 설득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다시 말해 모두 타당한 논리를 갖고 상대의 타당하지 않는 논리를 공격 중이니 양쪽 모두 타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양쪽은 결론적으로 역사의 영혼을 걷어찬 채 ‘이기기 위한 목적’에 함몰돼 허우적대면서 타당하지 않은 헛발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게임에 권력, 당리당략, 이념의 쓰레기들이 복합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다소 다른 비유로 설명해 보면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가령 백화점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목적이 분명한 세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들은 각각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려 하다가 논쟁이 붙었다. 엘리베이터를 주장하는 A는 빨리 올라갈 수 있는 효율성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B는 저층인 만큼 기다림 없이 올라가고 또한 걸을 수도 있는 건강과 효율성을, 걸어서 올라가는 C는 걷기운동이 주는 최적의 건강효과를 각각 주장했다.
이들 세 사람의 주장은 모두 합리적이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A는 B·C에게 효율성의 경제논리를, B는 A·C에게 조화로운 효율과 건강을, C는 A·B에게 건강이 최고라는 논리를 각각 주장하며 상대들을 거칠게 공격했다. 결국 논쟁이 격화되자 A는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기계수명 및 에너지역학까지, B는 에스컬레이터의 절전효과 및 건강효과까지, C는 걷기의 생체역학까지 서로서로 공격할 수 있는 장점들을 외쳐댔다.
세 사람의 공격과 방어 주장은 개별적으로 모두 합리적이고 타당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모두 틀렸다. 또한 가장 중요한 3층까지 올라가는 목적을 어느새 잊고 싸움에만 몰두하게 됐으니 합리적 주장은 결론적으로 틀린 수단(공공의 이익과 반함)이 됐다. 이들은 어느새 ‘목적’(3층, 공공의 이익)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전부인 태도로 변해 아귀다툼을 했다. 목적은 더 나아가 그 싸움에서 유효적절이 써먹는 허울이 되고 위선이 됐다. 작금의 역사교과서 논란이 바로 이런 모습은 아닌가.
검정교과서 이후 우리 사회는 역사논란을 수없이 겪어 왔다. 다종다양한 교과서들이 넘쳐나면서 우리의 역사는 분명 하나인데도 분화됐다. 동일한 사건을 여러 해석으로 하다 보니 우리 사회는 논란과 대립에서 나아가 갈등과 적대감이 싹트고 종국에는 국론분열에까지 이르게 됐다.
누구든 영혼으로 다가오는 역사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해석이 될 경우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해석의 다양성의 문제는 역사가 존재해야 할 근본정신을 흔드는, 그리고 갈등을 촉발시키는 문제들이 한쪽에 꽈리를 틀고 있다. 따라서 다양성의 시각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엄정한 하나의 시각을 세우고 난 뒤의 부차적인 일이다.
또한 국체의 영혼인 ‘대한민국 헌법’ 아래에 있는 국민들이라면 그 역사의식 또한 하나로 통일될 가치가 충분하다. 그것이 민족적 배타성이나 국수주의적 관점이 있다고 해도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같은 규율 속에서 같은 영혼을 공유할 가치를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와 헌법이 없었던 시절, 노예의 삶을 살았던 골수에 사무친 한을 반추하면 정의로움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승리가 오로지 목적이 된 적개심이 만연한 내부에서의 싸움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가 보다 더 행복한 가치를 공유해야 할 지향점을 잃고 말았다. 그 끝은 불행이고 파산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고 잊지 말아야 할 목표점은 하나의 역사를 엄정히 세우는 일이다. 비록 관점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우리 모두의 뼈대(국가)에 영혼(역사)을 심는 것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하나가 되지 않는 우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원인을 우리 모두는 분명히 알고 있기에 인정부터 하는 것부터가 수순이다. 일제의 식민사학은 우리의 진짜 역사를 지우고 말살한데서 나아가 송두리째 왜곡해 ‘소설화’ 해 버렸다. 중국의 수천 년에 걸친 역사왜곡과 최근의 동북공정도 우리 역사의 진실을 송두리째 빼앗고 짓밟았다. 작금의 우리 역사 논란이 이런 큰 ‘허상의 바다’에서 싸우고 있는 것임을 우리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싸우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위선의 바다’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어제(11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최종 결정하고 발표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초석의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은 송두리째 사라진 우리의 뿌리를 찾는 일이 먼저고 급하다. 그 반석이 든든히 놓아지면 현재의 이해득실, 당리당략, 이념전쟁 등이 걸린 ‘근·현대사를 기술하는 테크닉’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아직도 강단사학계에서 위서로 간주되고 있는 ‘환단고기’이지만, 그리고 전설과 신화로 치부되는 고조선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위서와 신화라는 이야기 속의 역사 ‘홍익인간’을 교육헌법인 법률(교육법 교육이념 제2조)에 명기하고 공유하면서 ‘배달(배달국)의 민족’을 자연스럽게 외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삶으로 동화돼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의 뿌리를 바로 잡고 작금의 근·현대사 작디작은 집안싸움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고구려 이후 반도역사로 축소된 불과 1300여년의 역사 그 위에 있는 유구한 우리의 상고사·고대사를 찾는 노력부터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환국 3301년을 배제한다고 해도 배달국 1565년, 단군조선 2096년 등 3661년은 분명히 존재했다는 방증이 너무도 많다.
지금의 중국대륙 역사의 중심은 한민족이라는 뿌리가 찾아진다면 반도역사의 작은 안마당 싸움, 더 작은 근·현대사의 집안싸움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통일돼 소멸된다. 국정교과서를 채택한다는 전제에는 수천 년 이어진 ‘중국공정’과 일제시대 ‘식민사관’의 뿌리를 잇고 있는 강단사학계의 시각을 과감히 재검토 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궁핍한 가난과 온갖 지적 무시에도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재야 사학계의 눈물어린 사투를 한번쯤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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