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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 1~5구역 재정비촉진구역은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장기간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주민들은 정든 집을 버리고 떠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22일 찾은 한남동 1~5구역 재정비촉진구역은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민들의 주름살이 하나씩 더 늘어나고 있었다. 재개발 구역의 집은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집 내부에는 햇살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강하게 코끝을 찔렀다.
2003년 한남뉴타운으로 지정된 이곳은 10년이 넘도록 주민들은 제대로 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재개발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낙후 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계 속의 중심 용산’이라는 구청의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이곳 재개발 구역은 과거 개발 시절 달동네를 연상케 했다. 대사관로를 따라 재개발 구역 내 안으로 들어가면 골목길은 대부분 오르막길이다. 게다가 도로의 폭은 좁고 미로와 같이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있다.
꼬불꼬불 구부러진 골목길은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재개발 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이곳 구역 역시 노인 거주 비율이 높다. 한낮에 찾은 한남재개발 구역은 거리는 한산했지만, 곳곳에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 한남동 재개발 구역은 슬럼화가 오랫동안 진행 되면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지만 서울이 아닌 듯한 모습을 보인다. 대로변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담벼락이 키보다 낮은 집이 위치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지상에 위치하고 있지만 햇볕이 한줌도 안 들어오는 집도 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르던 한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병원을 갔다가 오는 길인데, 오르막 때문에 집에 가려면 몇 번을 쉬었다 가야 한다”며 “빨리 재개발 돼서 자식들에게는 근사한 아파트를 주고 떠나고 싶다”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대로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미로 같은 길을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실상은 어두웠다. 재개발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집을 보수하기 보다는 기다림을 선택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곳 재개발 구역은 시간이 멈춰있었다.
주민들은 집을 고치려 해도 그 비용이 감당이 안 돼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민들은 물이 새는 천장을 고치는 대신 비닐을 씌우는 등 임시방편으로 하루하루를 나고 있다.
재개발 기다리다 지쳐 집 떠난 주민들…빈자리,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
주민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집을 떠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장기간 빈집으로 방치된 곳 빈집 입구에는 용산경찰서 특별관리 구역이라는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었다. 사람 대신 거미줄만 가득했다.
집 안으로는 들어 갈 수 없었지만, 키보다 낮은 담벼락은 기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넘어 갈 수 있는 상태였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범죄 현장으로 탈바꿈 될 소지가 충분히 엿보였다. 담벼락 너머로는 곳곳에 버려진 깨어진 유리 파편과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한남동 1~5구역 내 빈집 중 한 곳은 지난해 벼락을 맞아 집이 전소되는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주민들의 발 빠른 대처로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길이 좁아 소방차로 들어 올 수 없는 환경이어서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 했다.
▲ 남산과 한강사이에 위치한 한남동 재개발 동네에 실제로 가보면 도로와 도로는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미로같이 연결된 골목길은 성인 남자 하나 겨우 지날 만큼의 폭을 유지한 곳도 있다. 이곳에는 그 흔한 소방도로 하나 마련 돼 있지 않다. ⓒ스카이데일리
한남동에 45년을 살아온 한 주민은 “낮에는 빈집이 있어도 무서운 줄 모르고 다니지만 밤만 되면 빈집 앞을 지나다니기가 무섭다”며 “빈집 주인은 이웃사촌이었는데, 재개발을 기다리가 답답해 집을 버리고 떠났다”고 말했다.
실제 재개발 구역 내 집들을 기자가 직접 들어가 봤다. 집 내부는 해가 중천에 떠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지하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흡사 지하실에서 나는 냄새가 강하게 났다. 구역 내에는 이런 집이 한둘이 아니었다.
재개발 구역은 급속히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임대인, 임차인 할 것 없이 주민들이 하나 둘씩 동네를 떠났다. 주민들이 떠난 자리를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 채웠다. 외국인들이 들어오자 동네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한남동 2구역에서 40년을 거주한 한 남성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외국인 꼬맹이가 와서 ‘천원만 주세요’라고 부끄럼 없이 말한다”며 “나도 자식 있는 입장에서 이런 아이들이 우리아이랑 같이 학교에 다닐 건데, 학교에서 뭘 배우겠냐”고 말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슬럼화가 진행되는 동안 임대료가 많이 낮아지면서 저렴한 집을 찾는 사람들이 한남동 재개발 구역으로 속속 들어왔다. 한남동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저렴한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이다. 금액만 봐도 얼마나 낙후된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서울시장 행정 ‘갑질’을 규탄하는 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위에는 한남뉴타운 3구역 조합원들과 인근 재개발 구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했다. 참석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이들의 대부분 바람은 죽기 전에 아파트에 살아보는 것이었다. ⓒ스카이데일리
낙후된 집을 보유한 한 집주인은 “잘은 모르지만 서울시의 잇따른 행정보류로 재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안다”며 “그것보다 서울시 높으신 분들이 한 번만 이곳을 들려서 보고난다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고 얘기했다.
재개발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에 한남재개발 지역 주민 300여명이 모여 서울시 행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남재개발3구역을 주최로 모인 당시 시위에는 3구역을 포함한 다른 구역 주민들이 다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 모인 주민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따가운 가을볕 아래에서 힘겹게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그날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이들의 아픈 목소리를 옆에서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노인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죽기 전에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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