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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지금 ‘자영업자의 몰락 위기’라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국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사업자 수는 총 661만명, 개인은 582만9000명(88.2%), 법인은 78만1000개(11.8%)로 조사됐다. 이중 연령별로는 50대 자영업자의 비중이 32.1%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이 2004~2013년까지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기간 동안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자영업자 생존율은 고작 16.4%에 불과했다. 가장 심각한 세대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베이비부머들이다. 이들이 자영업 전선에 대거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설상가상 계속되는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몰락위기라는 국면을 가속화시켰다. 특히 중산층에 속하는 베이비부머들은 2010년대 들어와 돈이 된다는 스크린골프 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스크린골프장 산업도 불황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스크린골프 시장은 급속한 팽창을 한 만큼 부작용 역시 컸다. 시장 포화로 초기 자본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장사를 접는 사업주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퇴직금’을 투자해 창업했다가 실패하면서 사회취약계층으로 내몰린다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크린골프 업계에 따르면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재기 불능 상황을 맞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여전히 매출을 올리며 업장을 잘 유지하는 곳도 있지만 대다수의 업주들은 불안을 떨치지 못한 가운데 불만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한때 인기 창업 아이템이었던 스크린골프장 창업 시장 현황의 명과 암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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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15’에 따르면 회원제골프장 매출액은 지난 2009년 이후 6년 연속 감소한 반면 퍼블릭골프장의 매출액 2000년 이후 14년 연속 증가했다. 2000년대는 골프 대중화가 본격 시작된 시기로 스크린골프장도 퍼블릭골프장 만큼 급속히 성장했다. 사진은 경기도에 있는 한 회원제골프장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당시 스크린골프장을 차렸던 점주들 중에는 초기 투자비용을 단 6개월 만에 회수했다거나 동시에 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돈을 벌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스크린골프의 수익성이 높다는 소문이 전국 각지로 퍼지면서 중산층들이 이 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전국에 스크린골프장이 통닭집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에 이르자 이상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스크린골프협회에 따르면 2003년 도입 초기 300개 수준이었던 스크린골프장은 2014년 전국 6000개를 초과했다. 스크린골프 전용 매장 수만 해도 4000개 이상이다. 스크린골프장은 국내 골프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며 매년 성장했다.
국내 스크린골프장의 매출액은 따로 집계된 것은 없으나 업계에서는 이용자 시장 외에 각종 장비와 소모품 등을 합쳐 지난해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2013년 골프존이 발행한 ‘대한민국 골프백서’에 따르면, 스크린골프 이용 인구는 2008년 63만명, 2009년 127만명, 2010년 137만명, 2011년 168만명, 2012년 186만명으로 추정했다.
최근에 집계된 스크린골프 이용 인구는 없지만 대한골프협회는 지난 2013년 전체 골프 인구를 470만명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6000개 스크린골프 매장을 골프인구 470만명으로 나누면 골프인 783명당 1개 꼴로 매장이 있는 셈이다. 이는 스크린골프장 시장이 포화됐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매장이 늘어나면서 점주들끼리 손님 빼앗기가 치열해졌다. 손님은 적고 매장은 많다보니 결국 가격 경쟁이 생겨났다. 가격 경쟁을 할수록 영업이익이 점점 떨어져 결국 폐업까지 이어지는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 자료: 통계청 ⓒ스카이데일리
2013년 우후죽순 매장 생겨나…1000원 경쟁 시작돼 공멸 시그널 분분
도준형(가명·57)씨는 전재산을 투자해 2013년 2월 스크린 골프장을 열었다. 꿈에 부풀었던 그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수기였던 겨울이 지나자 매출은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는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런 그에게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본인이 선택한 G사의 기계를 쓰는 또다른 스크린골프 매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G사의 경우 기계를 판매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법상으로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업장 간 거리제한을 받지 않는다. 기계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건물에 2개의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와도 G사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
법적으로 사업장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도씨는 이를 항의하기 위해 서울 본사로 올라갔다. 그러나 도씨는 본사에서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고 경찰서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결국 도씨는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점주들은 도씨처럼 매장을 양도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팔고 싶어도 매장이 나가지 않아 못나간다고 했다. 스크린골프점은 출구전략이 마땅하지 않은 업종이다.
스크린골프점은 초기투자비를 포함해 시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이중 가장 비싼 것은 대당 4000만원을 호가하는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다.
만약 스크린골프장을 폐업하려면 기계를 중고판매업자에게 넘겨야 하는데, 감가상각 때문에 제값을 받기가 힘들다. 또한 시설물을 철거하고 건물을 원상태로 복원시키는데 최소 100만~200만원의 철거비용이 추가된다. 망해서 권리금도 없이 나가는 사람에게는 이런 비용조차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 자료: 대한민국 골프백서 ⓒ스카이데일리
김준호(가명·46)씨는 2010년 고양시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시작했다. 100평대 규모에 5대를 설치했다. 초기에는 오픈 효과가 있었다. 특히 성수기인 겨울과 비오는 날 등은 수익이 괜찮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매출에 비상이 걸렸다. 주변에 룸 10개 이상의 대형 매장이 들어왔고, 가게 주변에 매장들이 많이 생기면서 가격경쟁이 시작됐다. 이용료 1000원 인하 눈치 싸움이 계속되면서 3만원이었던 비용은 2014년 2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겨우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만약 업체 측에서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초기에 투자비용을 단기간에 회수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스크린골프장 사업이다.
김씨는 “은퇴한 장년층이 철저한 시장조사도 없이 창업을 했다가 월세도 못내는 형편이 되자 가격을 낮춰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업계에서는 3만원이 적정가격이라고 보고 있는데, 손님 빼앗기를 하면서 2만원선이 무너진 곳도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시장논리에 의해 인기가 많은 중고차종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G사의 기계값이 매년 하락하고 있는 것은 시장이 포화됐다는 증거”라며 “스크린골프로 돈은 번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고 했다.
강종헌 창업컨설턴트는 “2~3년전까지 활성화됐던 이 사업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G사의 업그레이드 비용, 중고 기기 가격 하락, 점포 포화 상태를 겪으며 점주들의 상황이 열악해졌다”며 “이미 레드오션 시장이기 때문에 신규로 진입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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