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가 지난달 초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오큘러스 리프트’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오큘러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를 발표하면서 함께 공개한 ‘기어VR’의 제작사로 귀에 익숙한 기업이다. 오큘러스는 지난 2013년 처음 개발자를 위한 초기 버전 HMD인 ‘오큘러스 리프트 DK1’을 만들어 배포했으나 그동안 기어VR을 제외하고는 소비자 버전 기기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될 바이브(Vive) 역시 최근 예약 판매를 실시했다. HTC와 밸브(Valve)가 합작해 만든 바이브는 오는 4월 출시 예정이다. 바이브의 가격은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200달러 비싼 799달러(한화 약 98만원)로 책정됐다. 1960년대 미국 나사(NASA)에서 우주인 훈련을 위해 만든 고가의 장비였던 HMD가 반세기만에 소비자용으로 개발돼 보급을 앞둔 것이다. 향후 50년 후 가상현실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스카이데일리가 ‘무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기대감에 전 세계적으로 기술선진국과 글로벌 기업 간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상현실 시장과 국내 기업들의 선도 가능성을 진단했다. ![]() |

▲ 국내외 IT 기업은 향후 미래먹거리로 가상현실 시장을 주목했다.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최종목표는 실제 세계와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진 환경, 즉 완전한 몰입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뇌 과학과 생체 칩에 대한 선행 연구가 필수적이다. 사진은 2015 스마트테크쇼에 참여한 국내 한 게임 업체가 자사 VR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VR 헤드셋. ⓒ스카이데일리
글로벌 IT 기업의 관심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보면 향후 어떤 산업이 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애플, 페이스북, 삼성 등 국내외 IT 기업은 향후 미래먹거리로 가상현실을 선택했다.
가상현실 시장 선도자 위한 글로벌 IT 기업 파워게임
미래는 빠른 속도로 가상현실 기술을 향해 나가고 있으며, 글로벌 IT 기업들은 가상현실 시대의 도래를 대비하고 있다. 가장 흔한 수법은 인수·합병과 벤처캐피탈 투자다. 특히 선진 IT 기업들이 기술력 있는 벤처를 인수하거나 이들과 합작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퀄컴(Qualcomm)이 2010년 오스트리아 회사인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을 인수해 연구센터를 설립한 이래 많은 IT기업들이 가상현실 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구글은 2014년 미국 최고의 ‘유니콘’ 기업으로 떠오른 가상현실 기업 매직리프(Magic Leap)에 5.4억 달러를 투자했다. 유니콘이란 10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신생 벤처기업을 의미하는 실리콘밸리 용어다.
매직리프는 올해 2월 초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약 8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알리바바 외에 워너브라더스, 피델리티,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쟁쟁한 기관들이 매직리프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역시 2014년 VR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페이스북은 기술 업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뒤, 비디오와 게임 등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기기인 홀로렌즈(HoloLens)를 발표했다. 애플은 메타이오(Metaio) 인수했고, 가상현실 권위자 더그 보먼 버지니아공대 교수를 영입한 뒤 비밀 연구개발팀을 가동중이다. 인텔은 레콘(Recon)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상 현실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은 2014년 9월 갤럭시노트4를 공개하며 오큘러스와의 협업을 통해 기어 VR을 출시했다. 이후 지난해 VR 관련 기술 개발 업체 8i과 포브(FOVE)에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VR 콘텐츠 업체 바오밥스튜디오와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 운영사 위버(WEVR)에 각각 600만달러,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 자료: 슈퍼데이터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는 VR 단말기 시장은 올해 2억 달러(2469억원) 규모에서 2020년 1500억 달러(185조원)로 약 750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슈퍼데이터는 향후 2년 동안 약 7000만대의 VR 단말기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바이스별 비중으로는 ‘구글 카드보드’로 대표되는 라이트 모바일 VR이 71%, ‘삼성 기어 VR’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모바일 VR이 7%,‘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로 대표되는 PC VR이 17%, ‘플레이스테이션 VR’로 대표되는 콘솔 VR이 5%다.
다른 조사업체나 언론 매체들도 향후 VR과 A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디지에코는 2018년 VR과 AR 단말기 시장이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VR 시장 규모가 67억 달러에 이르고, 오는 2020년에는 700억 달러로 올해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까지 VR과 증강현실(AR) 시장 규모가 현재 전 세계 PC시장 규모와 비슷한 8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현실 단말기 시장의 이런 폭발적인 성장은 삼성전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소비자가 이용 가능한 가격의 단말기를 출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과 호환성을 겸비해 조기 매진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기어 VR은 가상현실 단말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기어 VR 출시를 계기로 HMD 분야의 시장선도자가 될 수 있었던 삼성전자가 지난 1년 간 주춤하며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평가했다.
IT 산업은 한번 기술 표준이 책정되면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 시장의 선점이 중요한 분야다. 현대원 한국VR산업협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에 열린 국제 게임 콘퍼런스인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한 조사 결과 올해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VR 콘텐츠 중 70%가 오큘러스 기반 콘텐츠였다.
오큘러스가 VR개발자 사이에 대표 기기로 자리를 잡게 되면 후발 주자들은 획기적인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는 이상 선도 기업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의 가상현실 기술에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 ⓒ스카이데일리
궁극의 가상현실 도전…뇌 속이기 위한 ‘뇌과학’과 ‘생체 칩’ 연구 필수
궁극적인 가상현실은 참여자들이 실제 세계와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진 환경, 즉 완전한 몰입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상현실 시스템 은 그것들이 몰입하는 몰입경험의 정도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0년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으로 선정해 매년 100억원씩 투자하고 있는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은 공존감의 수준에 따라 공존현실을 10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최종 10단계는 원격 사용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업함은 물론 정서와 경험의 소통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단계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상현실 기술은 단순히 실제처럼 보이는 수준이라면 궁극의 가상현실은 실제와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경지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뇌는 진짜·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개발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는 인간의 삶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산시키는 무한가치를 창조하는 일로 비유된다. 궁긍의 가상현실 기술이 기업들에게는 미래의 ‘거대한 황금밭’으로 불리는 이유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이런 수준의 기술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뇌과학 연구와 생체 반도체 및 바이오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와 가상을 분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속이는 일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이 ‘뇌 자극을 통한 실감교류’ 등의 기술을 연구중에 있다. 연구단의 정용안 가톨릭대 통합의학연구소 교수팀은 초음파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진짜 같은 가짜 감각을 느끼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정 교수는 “차가운 물에 손을 담글 때와 딱딱한 물체에 손이 닿을 때 뇌가 반응하는 부위가 서로 다르다”면서 “이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한 뒤 역으로 이용하면 가상의 촉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뇌 자극을 이용한 가짜 감각 형성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더욱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가상현실을 인지시키기 위한 가강 효과적인 방법은 뇌에 직접 자극을 주는 것이고, 생체 칩을 이용할 경우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는 2014년 9월 갤럭시노트4를 공개하며 기어 VR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VR 관련 기술 개발 업체 8i과 포브(FOVE)에 투자를 했으며, 미국 VR 콘텐츠 업체 바오밥스튜디오와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 운영사 위버(WEVR)에 각각 600만달러,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진은 기어VR을 체험하는 사람들. [사진=뉴시스]
생체 칩 연구는 지금까지는 주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학용 연구가 주를 이뤘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국내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오칩 연구를 계속하던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체온, 심전도 등 5가지 생체신호 정보를 반도체 칩에 통합한 바이오 프로세서 양산에 성공했다. 이런 생체 칩 기술이 뇌 과학과 결합될 경우 가상현실 기술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12년 삼성전자는 보안성이 강화된 와이파이 라우터를 사람 뇌나 손가락에 이식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술에 취했을 때, 졸릴 때를 외부 기기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특허를 미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가상현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 ‘메트릭스’나 ‘토탈리콜’에 나오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우주여행을 할 수 있고, 영웅도 될 수도 있다”며 “우리는 매력적인 것을 넘어 가히 기적적인 가상현실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시장선도자 지위에서 멀어진 한국은 궁극의 가상현실 기술에 도전해야 한다”며 “삼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서 뇌과학 연구와 생체 칩 연구를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