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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사진·신랑) 임현지(사진·신부) 부부는 업체 등의 도움 없이 지난 2월 21일 결혼식을 올렸다.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한 시민청에서 치러진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해 지불된 금액은 총 85만5000원이다. 이 금액에는 신부의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웨딩촬영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사진=김현욱·임현지 부부제공]
▲ ⓒ스카이데일리
두 사람이 이렇게 고생을 자처한 까닭은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결혼을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은 돈으로 결혼식을 치르려다보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 ‘손’을 빌리게 됐고, 일반 결혼식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준비시간이 투입됐다.
최근 이들 부부처럼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른바 ‘셀프웨딩’, ‘미니웨딩’이 각광받고 있다. 허례허식을 지양하고 결혼식 본연의 의미인 ‘축복’을 강조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방식의 결혼식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부부가 김 씨 부부처럼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던 상당수 부부들은 최종적으로는 일반 결혼식만도 못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은 결혼식’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우리나라 실정상 ‘작은 결혼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비 外 결혼비용 ‘85.5만원’ 웨딩드레스 ‘16.5만원’…신랑 “준비과정 너무 힘들어”
김 씨 부부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결혼식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총 960만5000원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분은 식사비였다. 1인당 3만5000원짜리 출장뷔페를 주문했는데 250명의 값을 치러 총 875만원을 지출했다.
전체 지출액의 91.9%를 음식 값에 지불한 셈이다. 나머지 8.9%에 해당하는 85만5000원은 웨딩촬영부터 대관료, 웨딩드레스 구입비 등이 차지했다. 결혼식 대관료로 9만원을, 스냅사진으로 대신한 웨딩촬영비로 20만원을, 웨딩촬영을 위한 헤어·메이크업 비용으로 40만원 등을 각각 지불했다.
결혼식은 서울시청 지하에 마련된 시민청에서 치러졌다. 서울시는 허례허식을 벗은 작은 결혼식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13년 이곳 개관과 함께 ‘시민청 결혼식’을 주관하고 있다. 두 사람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식을 올렸다.
김 씨 부부는 “최근 이곳에서 치르는 결혼식 경쟁률 역시 높다”고 강조했다. 김 씨 부부에 따르면 두 사람 역시 이곳에서 식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8월 시청 측이 준비한 소정의 교육을 수료했고 가산점을 받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뒤 9만원의 대관료를 시청 측에 지불했다. 타 예식장이 특정 시간대만 대여해주는 방식이라면 이곳은 온 종일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이점이다.
▲ 김 씨 부부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 상담과정에서 업체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소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결혼준비 과정에서 패키지가 아닌 개별상품을 의뢰했을 경우 과도하게 비싸거나 상담조차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서울 아현동 ‘웨딩의 거리’.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나머지 16만5000원은 신부의 웨딩드레스 구입비였다. 신부는 해당 드레스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했다. 신랑의 턱시도는 지난해 가을 결혼한 친인척으로부터 예단으로 받게 된 정장에 턱시도용 깃을 달아 대체했다.
아내인 임 씨는 “식비는 처음부터 아끼지 않기로 신랑과 합의가 돼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출장뷔페 중에서도 비싼 걸 골랐다”면서 “사실 웨딩촬영 때 주위 권유로 가장 돈을 많이 투자해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마음에 들지도 않아 그 부분이 후회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본식 직전에는 스스로 메이크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정보 얻기 힘든 셀프웨딩族…가격공개 꺼리고 패키지 권유 위주에 “상담조차 못해”
이들 부부는 모두 “결혼식을 마친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결혼식은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다시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면 이와 같은 방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답은 달랐다.
아내인 임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남편인 김 씨는 머뭇거리면서 “남들처럼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의미 있고 인상 깊은 시간들이었지만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남편인 김 씨는 “결혼식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직장을 다니며 셀프웨딩을 준비하다보니 눈코 뜰 새 없는 시간들이 계속된 가운데 무엇보다 가장 힘든 점은 웨딩업체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반적인 결혼식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통상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를 한 번에 계약하는데, 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알아보려고 하니 상담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않다”며 “그래서 웨딩사진만 스냅사진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생략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신부 임 씨는 “결혼식 준비 때문에 시민청을 방문할 때마다 미니 결혼식을 대행하겠다는 호객이 극성이다”며 “이 때 막막한 심정에 이들과 손을 잡으면 막상 일반 결혼식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아 작은 결혼식의 취지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의 사례를 접한 웨딩플래너는 부부의 반응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식의 반응을 내비쳤다.
웨딩플래너는 “봉투하나 달랑 던지고 식사만 하기 급급할 뿐 만 아니라, 보여주기 식의 문화가 팽배해진 오늘날 두 부부처럼 미니결혼식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미니결혼식을 치를만한 여건조성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웨딩업체들은 원활한 사업을 위해 개별적인 진행을 꺼려하는 편이다”며 “자연히 작은 결혼식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만 받으려는 신랑신부 입장에서는 준비 등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스드메’ 굴레 빠진 신랑·신부들…결국 미니웨딩 포기하고 일반예식 전환 사례 많아
기자는 실제로 패키지가 아닌 개별적 진행이 어려운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웨딩업체들과 상담을 진행해 봤다. 결혼을 준비 중인 것처럼 가장해 웨딩드레스, 헤어·메이크업, 스튜디오 등에 견적을 문의해 봤다.
웨딩드레스 업체들의 경우 비교적 개별 진행이 용이해보였다. A업체는 “본식을 위해 필요한 드레스 1벌의 가격이 약 80만원이다”며 “최근 들어서는 상황에 맞게 수벌의 드레스를 하는 것이 추세다”고 소개했다. 업체 측은 보다 면밀한 상담을 위해서는 방문을 통해 상담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 강남 일대의 웨딩업체 등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을 때 모든 업체들은 ‘스드메 패키지’를 권했다. 해당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값에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한 웨딩플래너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미니결혼식을 원활히 치를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상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웨딩촬영 중인 스튜디오의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해당 매장을 직접 찾아봤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곳이었다.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인 것처럼 가장해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전화상담 때와 달리 A업체 관계자는 “왜 따로 하려느냐”며 “패키지로 묶는 것이 더 저렴하고 또 자신들과 제휴한 믿을만한 업체들이 많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패키지 진행할 것을 유도했다.
단품 대여 시 80만원이었던 드레스가 포함된 패키지 가격은 100만원대 후반이었다. 패키지에는 본식에 이용되는 웨딩드레스 외에 2부 순서 혹은 식사 중인 하객에게 인사할 때 입는 이브닝드레스가 포함돼 있었다.
별도로 전화통화 및 상담을 진행한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패키지의 환상’을 선사하는 듯 했다. 처음에는 사정상 웨딩드레스만을 별도로 빌리려 했던 신혼부부들 중 상당수는 결국 비싼 값에 패키지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헤어·메이크업 업체들은 상담 자체가 불가했다. 신부화장 등을 위해 붙는 ‘스태프’ 별 가격차이가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정확한 금액 공개는 꺼렸다. 직접 방문 역시 패키지가 아니면 상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
스튜디오 측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았다. 별도의 사진촬영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패키지 상품을 추천했다. 이들 역시 개별적으로 스튜디오와 계약했을 때보다 패키지로 묶었을 때의 가격차이가 커 보였다.
내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B씨는 현재 웨딩플래너와 함께 예식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당초 미니결혼식을 추진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일반적인 결혼식을 진행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B씨는 “처음에는 시민청 결혼식에 응모를 해 작은 결혼식을 치르려고 했으나 경쟁률에서 밀려 탈락했다”며 “돈이 좀 들겠지만 다른 곳에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으나 막상 준비하려고 보니 일반결혼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예산이 소요돼 작은 결혼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부딪힌 첫 번째 장애물은 결혼식장 문제였다. 셀프웨딩·미니웨딩을 꿈꿨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장소들을 섭외하려 했으나 일반 예식장보다 고가인 탓에 혀를 내둘렀던 것이다.
B씨는 “막상 식장을 알아보는데 양쪽 하객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면서 “강남 논현동 일대의 단독주택을 대여해주는 곳들이 있었으나 대관료로만 봤을 때 일반 예식장의 3배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유명인들의 작은 결혼식이 조명 받으며 미니 결혼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 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미니 결혼식을 치른 임현지 씨는 신부의 욕심을 줄일수록 경제적인 결혼식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루 아름다워 보이는 것보다 평생 기억에 남는 하루에 무게를 둔다면 힘들긴 하지만 작은 결혼식 역시 가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평생 한번 결혼 의미에 신부들 눈높이 대체로 높아…허영 벗고 ‘내려놓는 자세’ 필요
많은 웨딩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들의 스몰웨딩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해당 결혼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반해 정작 이를 뒷받침 할 서비스는 마련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진짜로 경제적인 스몰웨딩을 할 마음이 있다면 예비 신혼부부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웨딩플래너는 “원빈·이나영 커플의 강원도 메밀밭 결혼식 소식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작은 결혼식이 조명 받으면서 결혼을 준비 중인 커플들의 관심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막상 준비하다보면 힘이 든 점도 많고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가격도 큰 차이가 안나 포기하고 일반 결혼식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들도 인생의 한 번이라는데 의미를 둬 사소한 장식까지 좋은 것으로 또 비싼 것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허례허식을 타파하기 위한 결혼을 준비한다면 신부의 눈높이부터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작은 결혼식을 치른 앞서 김 씨 또한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부부 또한 “신부의 ‘내려놓음’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며 “보통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부라는 생각도 버리고 진정한 출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내인 임 씨는 “나도 여자다. 당연히 어떤 것이 예쁘고 비싸고 좋은지 다 알지만 처음 정해놓은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계속 참게 됐던 것 같다”며 “주변에서는 이렇게까지 고생해 가면서 결혼식을 치러야 하느냐고 말했지만 힘들게 결혼식을 치르면서 단 하루 예쁜 신부가 아닌 평생에 기억남을 추억을 갖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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