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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은 자동차를 운행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상하는 보험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 보험은 보험료를 타기 쉬운 구조로 인해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병원에서는 과잉진료와 정비소에서는 과잉수리가 난무한다. 자동차보험 사기는 사기를 치기는 쉽고 적발은 어려워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는 사례는 접촉사고 보상이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자동차 접촉사고율 1위다. 작은 접촉사고가 나더라도 피해차량 운전자는 병원부터 찾는다. 엑스레이는 물론 CT까지 찍으며 아픈 곳을 찾아낸다. 병원은 여기서 한술을 더 뜬다. 2~3주 간의 통원치료는 기본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입원을 권유하기도 한다. 정비업소도 문제다. 수리해도 될 부품을 교환하며 수리비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보험회사는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료를 올리면 그만이다.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의 희생양이 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스카이데일리가 눈먼 돈으로 전락한 자동차보험의 문제점을 금주의 이슈포커스로 집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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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이미지 보기 = 이미지 클릭 [일러스트= 이은혜] ⓒ스카이데일리 |
▲ 과잉수리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증가시켰다. 특히 외제차 사고가 늘어나자 보험사들은 외제차 특약을 만들어 보험료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수입차 전문 카센터에 맡겨진 수입차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김씨는 사고 후 보험사에서 소개해준 공업소를 찾았다. 자신을 공업소 부소장이라고 소개한 한씨는 자동차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범퍼 교체, 라디에이터 그릴 교체, 헤드라이트 교체, 본넷 판금 및 도장 등 손볼 곳이 여러 곳이다”며 “예상 견적은 200만원 정도인데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보험 처리하실 거죠”라고 물었다. 그러나 김씨가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자 한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난감한 얼굴을 하고 “살릴 수 있는 부품은 최대한 살려서 해보겠다”며 “새 부품으로 하면 120만원 정도가 드는데 중고품을 구할 수 있으면 90만원까지 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 공임이 있어서 다른 곳을 가도 90만원 아래로는 힘들 것이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는 자차를 들어서 다른 부분도 수리를 받으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똑같은 사고로 같은 공업사에서 견적을 받았는데도 자차 보험으로 처리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2배 가량 수리비 차이가 났다.
사고 1주일 후 김씨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발생했다. 김씨가 추돌한 차량은 아우디 차량이었다. 사고 당시 아우디 차량은 뒷범퍼 외에는 수리할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수리비가 490만원이나 나왔다. 김씨가 가입한 보험사에서는 상대방 차량이 외제차여서 수리비가 많이 나왔고 수리하는 동안 이용하는 렌트비만 180만원 정도 지불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씨가 자차 보험으로 본인 차를 수리했다면 사고 한 번으로 총 700만원 가량의 보험료가 양쪽 공업사로 지불되는 셈이었다. 게다가 김씨의 경우 상대방 운전자가 입원을 하면서 대인 합의금 명목으로 200여만원이 지불됐다. 김씨가 올해 낸 보험료는 60만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10배가 넘는 액수가 자동차 사고 한 번으로 보험처리 됐다.
김씨는 이 사고로 인해 올해 8월 자동차보험 만기를 앞두고 기존 보험사에서 재계약을 거부 당했다. 그는 보험 가입을 위해 여러 곳에서 보험료 견적을 받았으나 직전사고 2건이 있는 그는 절반가량의 보험사에서 퇴짜를 맞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보험회사를 통해 가입을 하긴 했지만 그의 보험료는 전년에 비해 100% 인상됐다.
김씨는 수많은 운전자들이 “수입차는 무조건 피해라”는 말을 왜 하는지 실감했다. 수입차 과잉 수리 문제는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 외제차를 추돌한 김상혁 씨의 보험사는 상대방 차주에게 렌트비를 포함한 수리비와 입원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700만원 가량을 지급했다. 김씨는 이 사고를 계기로 기존 거래하던 보험사로부터 대물 보험에 대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진은 사고가 난 김씨 차량과 자동차보험 사고 접수 결과 내용 [사진=제보자 제공]
국산차 차주 박기현(가명·45)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사고를 냈다. 상대 차량은 외제차 BMW740이었다. 앞 범퍼에 자국만 생긴 정도로 경미한 사고였다. BMW 차량 에는 찌그러진 부분 없이 스친 자국만 있었다. 하지만 박씨가 차후에 보험사로부터 통보받은 수리비는 무려 700만원이 넘었다.
자동차 보험 수리비 5조원 시대…68.8%가 100만원 이하 소액 사고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지난해 자동차 대물사고건수는 337만2000건이다. 이는 전년(324만건)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100만원 이하 소액 사고가 232만 건(68.8%)으로 집계됐다.
보험료 산출 기준인 자동차 보험 손해율도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손해율은 83.4%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87.7%까지 올랐다.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 과잉 수리 관행이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은 총 5조2776억원이었다. 경미한 사고로 인한 부품교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국 수리를 안해 도 될 한해 수조원이 허공에 뿌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범퍼교체를 포함한 부품비용은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 총 5조2776억원 가중데 절반에 가까운 2조4082억원이다. 가장 많이 교체되는 ‘범퍼’의 경우 교체율은 70.2%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단한 복원수리만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도 무조건 부품을 교체하는 관행이 문제”라며 “그동안 경미한 손상에 대한 수리비 지급 기준이 없었던 탓에 불합리한 부품 교체 요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품 교체로 인해 보험금 누수가 심화되고 전체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공포의 대상이 된 외제차…보험사 최대 5억원 책임배상 특약
과잉 수리의 경우 외제차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외제차에 지급된 보험금은 2013년 기준 1조705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수리비가 9673억원이고, 부품비는 전체 수리비의 약 60%인 5784억원을 기록했다.
1994년 0.3%였던 외제차 비중은 2004년 1.0%, 2008년 2.1%로 증가했다. 2012년에 4.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6.6%까지 높아졌다. 외제차가 증가하며 지금 보험금도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외제차 수리비는 연평균 23.5%, 지급보험금은 연평균 22.6% 증가해 국산차 수리비 증가율을 압도했다.
외제차 사고로 인한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는 기존에 없던 외제차 특약을 만들어 공공연하게 권하고 있다. 외제차 사고를 내본 경험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특약에 가입하며 전반적인 보험료 상승을 이끌었다.
자동차 정비업소에서는 대체적으로 과잉 수리를 옹호하는 반응이었다. 기자는 수입차 수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를 방문했다.
경미한 사고시 차량 범퍼를 교체하는 일에 대해서 정비업소 관계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내 휴대전화에 흠집을 냈다고 가정해 보자. 충분히 고쳐 쓸 수 있겠지만 케이스 교체가 가능하다면 누구나 교체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벤츠 GLK 모델 차량을 몰고 이곳을 찾은 유진승(가명·29)씨는 “일반적으로 수리할 일이 생기면 개인정비 업소를 자주 찾는다”며 “자동차 사고를 당해 보험 처리를 할 경우라면 정식업체를 찾겠지만 내 돈 내는 경우에는 작은 개인 업체를 찾는다”고 말했다.
▲ 자료 : 금융감독원 ⓒ스카이데일리
대물 보험금 13% 차지하는 렌트…자동차 보험료 인상 공범
렌트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또 다른 공범으로 지적된다. 렌트업체들이 자동차보험용 렌트비를 부당청구하는 것은 업계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표적인 부당청구 사례는 ▲렌트비 이중청구 ▲렌트기간 부풀리기 ▲렌트비 허위청구 ▲상위 등급 렌트차량 청구 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 후 차량 수리기간 중 렌트차량을 대여 받는 운전자도 지난 2014년 기준 약 87만명에 달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대물 보험금 가운데 렌트비의 비중은 지난 2014년 기준 12.9%를 보이며 매년 증가했다.
외제차 렌트비 상승률이 가팔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외제차 렌트비는 1352억원으로 지난 2013년(1058억원) 대비 27.8%이나 상승했다. 평균 렌트비용은 137만원으로 국산차 39만원에 비해 3.6배 정도 높다.
금감원은 최근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보험회사가 렌트업체에 지급한 렌트비용을 분석해 이중청구 업체를 선정하고 혐의업체 54개를 적발했다. 이들은 평균 145건의 렌트비 이중청구를 통해 평균 1억3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있는 렌트업체 A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같은 모델의 아우디 차량을 이용해 6건의 이중청구를 했다. 이 업체가 3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렌트비는 2067만원이었다.
경남에 위치한 B렌트업체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3년 7월까지 15개월 동안 같은 모델의 벤츠 차량을 이용해 4개 보험사로부터 12건의 이중청구를 했다. 부당취득 비용은 1618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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