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4º
습도 55%
수원 14º
습도 55%
춘천 15º
습도 35%
)
지하철 출입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1권당 3000원 하는 이 잡지를 팔면 이 판매자는 50% 즉 15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사실 이 판매자는 빅이슈 판매원으로 고용된 노숙자다. 빅이슈에서 노숙인들의 자활과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매출의 절반을 돌려 주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빅이슈의 잡지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영화배우 유지태, 문소리와 가수 아이유, 윤하 등 인기스타들이 표지모델로 나섬으로써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이처럼 기업활동의 주요 동기가 고용창출 등 사회적 목적의 실현에 있고,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라는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사회적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실업·양극화 등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은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해 화제를 낳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SK의 총수도 사회적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육성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은 일견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 민주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의 등장이 전통적 기업의 이윤추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풀만 뜯는 기업 보다 풀밭을 만드는 기업이 산다’는 교훈은 양극화가 심각한 우리사회에서 새길 대목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사회적 기업들이 탄탄한 재무구조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도 관련법을 제정하고 지자체와 정부기관들이 사회적 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정부지원이 없으면 폐업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문제시 되면서 자생 가능한 사회적 기업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발전과 모색에 대해 스카이데일리가 두 번에 걸쳐 취재·분석 및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
▲ 서울시는 8일부터 9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사회적 기업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사회적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실업·양극화 등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은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제9회 베이징 포럼에서 사회적 기업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으며 ‘사회적 기업과 기업가의 책임’이라는 주제별 세미나에서도 “기업경영만으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수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주목한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자본·제도가 선순환되는 ‘사회적 기업 Eco-System’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SK 총수인 최 회장이 이윤추구보다 사회기여와 공익실현을 우선시 하는 사회적 기업을 사회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꼽았다는 것은 일견 모순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등장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기업의 이윤추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에서는 이미 사회적 기업이 널리 자리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을 꼽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통적인 기업과 비영리기관 사이에 존재하는 혼합된 개념으로, 그 정의를 명확히 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 자료: 사회적기업진흥원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수가 점점 늘고 영향력도 커지면서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관련 법과 지원기관이 마련됐다.
지자체들도 사회적 기업의 육성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 하에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다.
세계는 지금 사회적 기업 붐
영국의 대중문화잡지 ‘빅이슈’(THE BIG ISSUE)는 노숙인에게만 잡지의 판매권을 줘 재활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빅이슈’ 의 창간정신은 “노숙인에게는 경제적 자립을, 사회에는 노숙인의 가능성을, 시장에는 기업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1991년 창간된 이 잡지는 영국에서만 5500명이 판매하며 자립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가의 50%를 노숙인에게 제공하며, 판매 시 음주나 흡연 등을 금지하는 규율도 갖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 버락 오바마, 레이디 가가, 조니 뎁, 조엔 K 롤링 등 유명인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과 호주, 일본, 대만 등 10개국에서 ‘빅이슈’ 의 해당 국가 판이 제작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10년 7월 창간해 매월 1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한국 판은 유지태, 문소리, 아이유, 윤하 등 인기스타들이 표지모델로 나서 화제가 된 바 있다.
▲ 사회적 기업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해외 사회적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접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또 미국의 사회적 기업인 ‘파이어니어 휴먼 서비스(Pioneer Human Services)’는 알콜 중독자나 교도소 출소자를 고용해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부품 공장, 급식 회사, 택배 회사 등 10개의 산하 업체를 운영하며 연간 5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다.
회사가 창출한 수익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재투자되거나, 피고용자들에 대한 교육 훈련, 상담·치료, 주거 제공 등 사회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비용으로 쓰인다.
일본의 ‘소다테아게넷(소다테아게는 일본어로 ‘육성’이라는 뜻. 뒤에 .net이 붙음)’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자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청년취업, 노동지원, 직업능력 향상 컨설팅, 보호자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년들을 돕고 있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진 청년들에게 치유에서부터 구직활동까지 지원하는 소다테아게넷은 사회 봉사단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이같은 사회적 기업들의 등장을 보고 한국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사회적기업지원법을 제정하고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해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관련법 제정, 지자체 중심 지원 나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두 가지 핵심요소를 갖춰야 한다.
기업활동의 주요 동기가 사회적 목적의 실현이어야 하며, 주요 활동이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여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 자료: 사회적기업진흥원 ⓒ스카이데일리
현재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업체는 올 6월말 현재 723개다. 서울에 165개, 경기도에 125개의 사회적 기업이 설립돼 전체의 40.1%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부산이 50개, 전북이 44개, 경북이 42개로 뒤를 잇는데 격차가 크다.
전북과 경북이 상위권에 있다는 점은 사회적 기업의 입지가 인구나 시장 규모보다 지자체의 적극성과 지원 규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회적 기업을 5개 유형으로 나눠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지역사회 공헌형, 혼합형, 기타형 등 5개 유형 중 하나이상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자리 제공형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비율이 30%를 넘어야 하며 사회서비스 제공형은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취약계층의 비율이 30%를 넘어야 하는 식이다.
▲ 자료: 사회적기업진흥원 ⓒ스카이데일리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은 주로 사회적기업진흥원과 지자체가 함께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는 8일부터 9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사회적 기업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마사회는 최근 말똥을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
경기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경기남부권 예비 사회적 기업 창업준비실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 창업을 원할 경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이 사회적 기업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정부가 지원토록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만한 사회적 기업을 내놓기에는 이르다. 특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지만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폐업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다수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사회적 기업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회적 기업 박람회에 설치된 서울시정 소개관. 서울시의 사회적 기업 지원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박람회에서 만난 한 사회적 기업 대표는 “정부가 유형을 정하고 비율을 결정한 것이 사회적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는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업들에게만 문제가 된다. 자생력을 키우면 해결될 문제다”라고 말했다.
강병호 서울시 고용노동정책관은 이에 대해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목적을 시민들에게 알려 사회적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