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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유은주·이기욱·배수람 기자]롯데그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국 교통의 요지를 선점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전국의 주요 기차역·버스터미널·공항 등에 마련된 유통시설을 이용해 백화점·쇼핑몰·마트·아울렛 등의 영업을 영위해 왔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전국의 쇼핑매장들을 확인한 결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기차역 5곳, 버스터미널 4곳 등에 롯데백화점이 입점해 있었다. 지하철과 직접 연결된 이른바 ‘초역세권’에 자리한 롯데그룹 유통시설은 총 18곳이나 됐다. 지난 2011년 12월에는 김포국제공항 내에 롯데그룹 최초의 복합쇼핑몰 롯데몰이 입점했다.
교통의 관문이 되는 기차역·버스터미널·지하철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진 않지만 바로 지척에 위치한 백화점·아울렛 등도 상당수 존재했다. 전국 5개 기차역사, 6개 버스터미널, 6개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대형건물 위에는 ‘롯데’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다. 이는 롯데마트를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롯데그룹이 대한민국 교통 발달의 역사와 성장의 궤를 함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부산·대구 등 주요 광역도시를 거점으로 거미줄처럼 펼쳐지기 시작한 교통의 요지 위로 ‘롯데’ 간판이 내걸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각 지역 교통의 요지는 유동인구가 보장돼 매출 증대와 브랜드 홍보 등의 효과를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곳에 선점한 기업에게는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롯데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교통의 요지를 토대로 꿋꿋하게 성장을 거듭해 온 롯데그룹은 최근 예전의 위세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점용기간 만료에 따른 재심사 시기가 도래하면서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며 시설노후화와 ‘부도덕한 기업’이란 인식 탓에 속속 경쟁사들에 밀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교통요지 장악한 롯데그룹…재계약 확신에 무권리 계약남발 상인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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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롯데그룹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유통채널은 서울·수도권 교통의 거점에 집중돼 있다. 경부선·호남선이 통과하는 영등포·서울역과 경춘선·중앙선 등이 드나드는 청량리역은 오랜 기간 롯데그룹이 점유해 온 곳이다. 영등포역·서울역은 장기점용계약을, 청량리역은 장기임대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통상적으로 기차역사·터미널 등에 입점을 위해서는 운영주체와 임대차계약이 이뤄진다. 임대계약은 일반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확보하는 방식과 해당 주체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을 맡는 방식 등이 주를 이룬다.
롯데그룹은 1986년 국내최초 민자역사개발사업의 주인공이다. 당시 정부기관이었던 철도청과 롯데그룹은 민자역사의 건설 및 운영, 백화점업 등을 주 사업목적으로 영위하는 합작법인 롯데역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역이 바로 영등포역이다. 롯데역사는 1987년 영등포역사의 영업권을 확보해 백화점 운영을 시작했다. 2003년 문을 연 대구역의 롯데백화점 대구점도 롯데역사가 운영사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경우 계약대로라면 올 해 계약이 종료돼야 했다. 하지만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 옴에도 롯데그룹 측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소상공인들과는 점용기간을 넘기는 권한 밖의 입점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혼란을 우려한 정부는 롯데그룹 측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역사 내 한 입점상인은 “롯데그룹의 태도만 봐도 당연히 재계약이 될 줄 알았거나 국가 기간재산인 철도 역사가 마치 본인들 소유라 여겨 온 것을 알 수 있다”며 “유예를 적용받았더라 하더라도 결국 그 오만한 롯데그룹의 태도 탓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인들만 시한부 장사를 이어가게 됐다”고 꼬집었다.
논란을 뒤로한 채 배짱영업까지 펼치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의 호응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역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곳은 지하상가와 직접 연결돼 있으며 지하상가 맞은편에는 신세계 타임스퀘어가 자리하고 있다. 장기간 영등포의 맹주로 자리매김 해 온 롯데백화점이지만 최근에는 일부 노년층 고객을 제외하곤 대부분 신세계 타임스퀘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교통요지 선점 후 고전하는 롯데그룹…밥그릇 뺏긴 소상공인 원성 자자
공교롭게도 이 같은 반응은 영등포역뿐만이 아니었다. 안양역 지하상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롯데백화점은 민자역사인 안양역사와 지난 2002년 30년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인근 지하상가에서 11년째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소희정(56·여·가명) 씨는 “돈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작한 장사지만 이제는 마지못해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고 성토했다.
소 씨는 “백화점 자체적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춰 팔기 시작하면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며 “상황이 안 좋아지다 보니 직원 숫자도 기존 7명에서 2명으로 줄였고 지금은 임대료 내기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방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객들의 외면은 오히려 서울에 비해 더욱 심각해 보였다. 특히 대구역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낙후된 시설과 더불어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지난해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유동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
대구시민 김미진(28·여)씨는 “깔끔한 분위기의 백화점들이 여럿 생기다 보니 굳이 롯데백화점을 찾게 되진 않는다”면서 “역이라는 특수성은 이미 동대구역의 신세계로 이미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나부터가 동대구역 신세계를 즐겨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창업주 신격호 고향 울산에서도…“롯데, 이제는 불신의 간판”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울산역복합환승센터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업비 2519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연면적 17만9191㎡,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된다. 쇼핑몰·아울렛·영화관 등이 입점될 예정이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 공사에 착수해 내년 말 완공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롯데그룹은 지난해 2월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울산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동향인 신격호 창업주와 롯데그룹 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롯데그룹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란이 울산 지역에까지 부정적 여파를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박미경(여·49)씨는 “울산 중심부에 롯데백화점이 있다 보니 어쩔수 없이 이용하긴 하지만 롯데 때문에 울산 지역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며 “여기서 돈 벌어서 일본에 다 갖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보성(24·남·가명)씨도 “하루가 멀다하고 롯데그룹 관련 부정적 소식이 전해지다 보니 그룹 창업주의 고향인 이곳 울산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울산에서 대규모 쇼핑몰 건립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거기에도 확인되지 않은 특혜나 비리 등이 있는건 아닐까 의심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유은주·배수람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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