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청소년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불법토토(스포츠 도박)였다. 사행성을 이유로 미성년자의 이용이 금지되는 공식 토토업체 대신 청소년들은 불법 업체를 통해 도박을 하기 시작했고 점차 많은 이들에게 퍼져 점차 다양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미성년자들은 자제력과 판단력이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경제적 자립도 이루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졌다. 이에 정부 및 교육관련기관들은 청소년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투기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등의 가상화폐 투자가 그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투기와 미성년자의 실상에 대해 현장 취재했다. ![]() |

몇 시간 만에 ‘천국에서 지옥’…합법적 도박장 가상화폐 위험성 급증
‘가상화폐’는 이름 그대로 컴퓨터 등에 정보형태로만 존재해 사이버 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를 뜻한다. 중앙정부, 기관 등에 의해 발행되고 통제되는 기존 법정통화와는 달리 누구나 화폐를 발행하고 또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가상화폐는 향후 전 세계의 법정 통화를 대체할 ‘미래화폐’로 여겨지며 금, 주식 등과 같은 투자자산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대표적인 가상화폐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두고 투자가 아닌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기성 자본들이 몰림에 따라 가격변동이 단기간에 극심하게 일어날뿐 아니라 화폐로서의 가치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되기 때문에 실물 자산에 가상화폐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화폐는 일일 가격변동에 제한폭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심할 경우 단 시간 내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도 있다.
지난 12일 이러한 현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11일 자정 1코인 당 728만7000원으로 시작해 오후 3시 643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은 갑자기 급등세를 탔고 단 2시간 만에 800만원까지 상승했다. 상승률은 24.42%에 달했다. 하지만 이내 비트코인은 다시 한 번 하락세를 보였고 오후 6시 678만원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가상화폐 비트코인캐시의 경우 더욱 극심한 변동폭을 보여줬다. 11일 자정 137만5000원으로 시작한 비트코인캐시는 오후 3시 285만원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과 15시간 만에 107.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캐시는 최고점을 찍은 이후 가파르게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4시간이 지난 오후 7시 136만3100원까지 하락했다. 단 3시간 만에 이른바 반토막이 난 셈이다. 비트코인캐시의 경우 지난 17일 한때 90만원선까지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다.
비상식적인 가격 급등락으로 인해 당시 투자에 참여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특히 가격이 급락할 때 매도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려 ‘빗썸’ 등의 거래소 서버가 다운돼 피해 규모는 더욱 커졌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 투기에 가까운 극심한 변동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투자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가상화폐는 제도권 금융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 가능…가상화폐 투자로 밤 잠 못 이루는 청소년들
소비자보호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매우 높은 접근성이다. 가상화폐는 제도권 금융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자에 대한 제재를 법적으로 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제적 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무직자, 주부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까지도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은 접근성을 더욱 드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비트코인의 경우 최소 거래액은 1코인이 아닌 0.0001코인이다. 원화로 약 800원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일반 사이트와 같이 만 14세 이상일 경우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통해 ‘본인 인증’만 하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본인 명의의 계좌가 있을 경우에는 거래도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성년자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김성원(18·남) 학생은 가상화폐 투자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직접 하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며 “우리 반에서만 5~6명 정도 비트코인(가상화폐 투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씩 돈을 빌리고 갚고를 반복하기도 한다”며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영준(18·남) 학생도 “굉장히 많은 친구들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학생들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원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안준현(18·남) 학생은 직접 가상화폐에 투자를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소액으로 투자를 해 아직까지 위험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데 조금씩 금액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터치 몇 번으로 할 수 있으니 굉장히 간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4시간 시세가 바뀌기 때문에 한때는 잠도 못자고 계속 확인을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의 가상화폐 투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빗썸, 코인원 등 몇몇 국내 거래소들은 ‘출금 제한’ 등의 조치로 미성년자들의 거래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다양한 거래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체 대응책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안 군 역시 “이미 빠른 친구들은 거래소를 갈아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명백한 투기시장으로 변질됐다”며 “이를 알면서도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보호 대책 및 거래 자격에 대한 명백한 기준을 세워 투자한도 등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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