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의 비극 ‘플란다스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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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비극 ‘플란다스의 개’

미술계의 아웃사이더들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4-22 18:10:41

내가 어릴 적 보았던 동화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이야기 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플란다스의 개’와 ‘엄마 찾아 삼만리’를 선정할 것이다.

그 중에 특히‘플란다스의 개’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려 했던 어린 시절이라 동화 속 내용이 너무도 절절하게 마음속에 다가와 동화책의 마지막 장면을 읽고 펑펑 울며 그날 저녁밥을 먹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동화는 영국의 작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 (Marie Louise de la Ramée, 1839년 ~ 1908년) 가 1872년에 발표한 동화책으로 당시 영국에서 대 히트 된 책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늙고 가난한 할아버지 ‘예한 다스’는 딸이 죽으며 남긴 두 살 난 외손자 ‘네로’를 키우며 아침마다 우유 통을 ‘앤트워프’ 시로 배달하는 일을 한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네로’는 버림받은 개 ‘파트라슈’를 발견하고 ‘파트라슈’의 건강을 돌보아 할아버지가 끌던 우유수레 끄는 일을 한다.

‘네로’라는 이름은 여기서는 ‘흙수저’요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역사상 가장 악독한 금수저이자 폭군인 로마의 ‘네로황제’와 같은 이름이다. 벨기에 에서는 ‘넬로’ 라고도 발음한다.

‘네로’는 그림 그리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루벤스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은 네로는 성당의 두꺼운 커튼 뒤에 가려진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그림을 보려면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난한 ‘네로’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로’는 ‘알루아’라는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알루아’의 아버지는 ‘네로’가 가난하기 때문에 같이 놀지 못하게 한다. 어느 날 ‘알루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방앗간에 불이 나고, ‘알루아’의 아버지는 ‘네로’의 짓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집세를 내지 못한 ‘네로’는 집에서 쫓겨나고, 그가 동경하는 성당 안 ‘루벤스’의 그림 아래서 ‘파트라슈’를 껴안고 얼어 죽는다.

원래 소설이나 동화에서 해피앤딩 보다 새드앤딩이 더 가슴깊이 잔상이 남고 감동이 온다.

이 동화에서 ‘네로’가 가난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고, 가정이 불우하고 등등 모두가 나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처지였기에 나는 이 글 속의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나의 이야기 같아 눈물 속에 읽으며 감동을 했었다. 특히 내용 중에 ‘루벤스’의 유명한 작품이 두 작품 나오는데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는 예수> 와 <성모 승천> 이다.

루벤스(1577~1640)는 플랑드르의 화가. 독일의 지젠 출생. ‘앤트워프’에서 사망. ‘앤트워프’ 자산가 아들이며 종교화와 당대 최고의 인물 화가로 바로크의 대표적 화가로서 활약하였다.

참으로 비참한 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네로’는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걸려 있는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 싶었지만 그것을 보려면 동전이 필요 했는데 돈이 없어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다 성당지기의 도움으로 그림을 보게 되는데 마침 ‘네로’가 응모한 그림대회에서 낙선을 하고 마지막으로 그림을 본 후 그의 애견 ‘파트라슈’와 성당에서 얼어 죽고 만다.

네로가 동화 속에서 하는 말, “내가 그 그림들을 볼 수만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할 텐데. ”

작가는 일생동안 역사에 길이 남고 후대에까지 전파되며, 미술사에 이름을 실을 만큼 위대한 명작을 그리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치밀한 작품제작에다 남이 하지 않는 위대한 구성과 색채로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루벤스’와 우리나라의 예전 궁중화가들처럼, 국가에서 기본적 수입을 보장해 주고 작품제작에 몰두할 여건을 마련 한다면 근심걱정 없이 작품제작을 하련만, 꿈같은 그런 제도는 우리나라에는 없다.

더구나 한국미술계를 장악한, S와 H대의 미술 귀족들의 권력 장악 때문에 나 같은 작가에게는 정부의 지원과 문예 진흥기금을 타 먹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동화에서 지금 와서 분석 해 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먼저 대중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주인공, ‘흙 수저’로 태어난 ‘네로’와 방앗간 집 딸 ‘금 수저’인‘알루와’ 의 강제 이별이 심리적 아쉬움을 깔고 탄생부터 불우한 외할아버지, 그리고 버림받은 강아지‘파트라슈’ 모두가 동정심을 유발하는 대상이다.

여기에 아름다움과 멋진 꿈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은 욕망, 이는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소망이자 로망이다.

그러나 그 로망의 대상인 대성당 ‘루벤스’그림을 접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그 소망과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지만 마지막에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를 외치며 보고 싶었던 그 꿈의 그림 앞에서 그림 감상과 동시에 인생이 종말을 가져 온다는 동화 속의 앤딩은 너무도 아름답고 슬프게 잘 꾸며진 각본이다.

일본 후지 TV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방송할 때, 미리 마지막 장면을 알던 어린이들 수 만 명이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 ‘네로’를 죽이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은 동화의 인기 위력을 알고도 남는다.

이 동화책을 쓴 당시 영국의 시대상황에서나 주인공 ‘네로’의 삶의 무대였던 ‘벨기에’에서도 비슷한 인간들의 비극과 슬픈 현실을 그린 것으로 보면, 당시나 현재나 조금도 변화 하지 않은 삶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화가가 되려면 시련과 가난, 그리고 부족함을 내 것으로 알고 뼈를 깎는 희생을 덤덤히 즐겨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닌 바에야 모두 같은 것이 인생이다.

“니들 금수저냐? 흙수저라고? 그럼 뼈를 깎는 희생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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