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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 김민아·남승진 기자]‘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식에게는 부모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는 의미다. 성장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부모의 세세한 모습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모의 긍정적인 모습 역시 자녀들이 보고 듣고 배운다.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 역시 그 중 하나다.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마침내 성공에 도달한 부모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위대한 성공의 표상으로 자리매김 한다.
세계무대 우뚝 선 동메달의 주인공…“자랑스러운 아빠 되고 싶어요”
한민수(49·남) 전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는 지난 3월 개최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가 주장을 맡은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은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마침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선수는 개회식에서 등에 성화를 메고 로프를 잡고 가파른 경사의 슬로프를 오른 뒤 최종점화자에게 성화봉을 인계하는 모습으로 전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 그의 헬멧에 쓰여져 있던 글귀는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의 헬멧에는 한소연(19), 한소리(15) 등 두 딸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소위 말하는 ‘딸 바보 아빠’임을 전 국민에게 알린 셈이다.
“두 아이 모두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로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동메달을 땄을 때와 성화 봉송을 성공적으로 해냈을 때 너무 좋아했죠.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너무 기뻤죠. 그 일을 계기로 아직까지 딸들에게 뽀뽀를 받고 있어요”
한 선수는 두 살 때 침을 잘못 맞아 왼쪽 무릎에 관절염을 앓았다. 첫 딸이 4개월이 되던 30살에 무릎에 골수염이 생겼고 허벅지로 전이가 되면서 결국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두 다리가 멀쩡한 아빠의 모습이 없다. 그럼에도 한 선수의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처럼 장애가 있는 아빠를 창피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선수는 이런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두 딸이 사춘기가 오기 전에 세뇌를 시켰어요. ‘아빠는 몸이 불편하지만 국가대표니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죽지 말아라’고 항상 말했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아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죠. 소연이가 6학년 때 ‘아빠 학교에서 아빠 직업을 알아보는 인터뷰를 하는 것이 있는데 제가 아빠를 추천했어요’ 하더라고요.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아빠의 장애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은다는 의미이니까요”
올해로 19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그는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에만 전념해 왔다. 각종 전지훈련으로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극히 적었다. 그럼에도 두 딸은 아빠에게 서운한 감정 내비치기 보다는 오히려 힘을 북돋아 준다고 한다.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집에 없으니 한 번 들어오면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말을 해요. 어느 날은 집에 있는 큰 딸이 돌아오더니 ‘1년에 300일 밖에 나가있는 아빠가 오셨네’라고 하더라고요. 만감이 교차했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은퇴하긴 했지만 지금도 각종 일정이 많아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요. 최근에는 큰 딸이 동요 ‘물만 먹고 가지요’를 개사해서 ‘잠만 자고 가지요’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간 나는데로 여행을 가는 등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평범한 주부에서 우승컵 차지한 보디빌더로 변신…“꿈 이루는 멋진 엄마됐죠”
이현아(56·여) 씨는 지난 2008년 미스터앤미즈서울대회에 출전을 계기로 보디빌더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대의 나이에도 20대보다 멋진 몸을 가진 이 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주부 보디빌더로 유명하다. 지금도 각종 방송활동과 강연으로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22살에 결혼해 이듬해 첫 아이를 낳고 김성용(34·남), 김재현(26·남) 두 아이의 평범한 엄마였다. 남편의 사업이 휘청거리면서 가세가 서서히 기울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가계경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생각지도 못한 불행을 겪다보니 그에게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한 번은 집에 소위 말하는 ‘빨간딱지(차압딱지)’가 붙었던 적이 있어요.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죠. 성장하는 동안 당시 일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더니 최근 들어 그 시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놀이터에 가서 울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힘든 일들이 연거푸 찾아오자 이 씨는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 근처 산을 찾아 등산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 시기 남편의 일로 자신의 삶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싫었다는 생각을 어렵던 시기에 처음 하게 됐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도중 갑자기 인생에 허무함이 찾아왔어요. 아이들이 점점 커지자 제 삶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그래서 젊은 시절 꿈꿨던 모델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죠. 하지만 일반 모델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운동을 돌파구로 선택하고 보디빌딩에 도전하게 됐죠”
이 씨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회에 나갈 생각 없이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목적으로 운동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대회 출전을 권고받았다. 첫 아이가 군 입대를 하고난 뒤 본격적으로 보디빌더 대회 출전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아이들도 모르게 준비했어요. 그냥 엄마가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보디빌더 대회에 나간다고 하니까 크게 놀랐죠. 첫 대회 날이 마침 첫째가 전역하는 날이었어요. 아들에게 ‘네가 제대하는 날 엄마가 대회에서 금메달 따올게’라고 선언했고 실제로 아들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어요. 아들이 정말 놀라면서 대견해하고 자랑스러워했죠”
이 씨는 보디빌더 선수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만학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마침내 2010년 중앙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했고 올해 한양대학교대학원 고령산업융합학과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은 그의 자녀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엄마가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도 공부는 물론 지금은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죠.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어요. 한 번은 큰 아이로부터 ‘엄마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잘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한 엄마가 있는거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물론 기쁨의 감정이었어요”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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