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에 재 뿌리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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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에 재 뿌리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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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22 03:04:06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고 있는 북한 금강산 호텔은 70여년의 한(恨)이 담긴 눈물과 만남의 기쁨이 감돌고 있다. 비바람 긴 세월을 버텨 온 그들은 꿈엔들 잊을 수 없는 혈육의 얼굴을 몇 번이고 고쳐보고, 매만진다.

일흔을 훌쩍 넘긴 두 딸을 67년 만에 만난 91세의 노모, 동생들이 그리워 백 살이 넘도록 버텨 온 101세의 할아버지, 꽃다운 10대에 헤어져 여든이 넘어서야 다시 만난 자매, 애닮은 70년 사연을 마저 풀지도 못한 채 이들은 만난 지 단 3일 만에 또다시 기약 없는 적막한 세월로 돌아가야 한다.

함께 찍은 즉석사진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공허함에 죽음의 순간까지 눈물을 훔치고 또 훔칠 것이다.

1985년부터 시작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활발히 진행되다가 북한 핵개발,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으로 중단되는 곡절을 겪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성사됐다.

현재 우리나라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5만6890명이다.(대한적십자사, 2018년 5월 31일 기준) 90세 이상 1만2391명, 80~89세 2만3569명, 70~79세 1만2743명으로 70세 이상이 전체의 85%다. 생존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오랜만에 성사된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자 수는 89명에 불과하다. 남아있는 5만6000여명은 ‘살아생전 피붙이를 만날 수 있을까’ 오늘도 뒤척이는 밤을 보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더 이상 남북정상회담 결과물로 주어지는 선심성 선물이 아니라 정례화 되고 확대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산가족의 상시 상봉은 물론 △고향방문 △생사확인 △화상상봉 △서신교환 등 상봉 방안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정치권·시민단체들도 한 목소리로 거들고 있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논란은 많은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 합의한 사항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남·북간 각종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고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제반사항들도 다뤄진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윤상현 의원은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 있어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급작스럽게 왜 빨리빨리 하려고 하느냐”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다그쳤다. 정양석 의원은 “공동연락사무소가 없어 남북 대화가 안 되느냐,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까지 말했다.

강 장관과 조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대북제재 사항이 아니며, 미국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며 맞서기도 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최종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미국 정부가 ‘남북연락사무소 설치가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설령 미국이 완강히 반대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할 일이다.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조속히 정례화 되고 확대되기 위해선 남북연락사무소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두 국회의원이 모를 리 없다.

고령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은 지금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남북 간 현안 중에서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혈육을 잃어버린 70여년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국회의원의 사고방식에 기가 찰뿐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