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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 최근 정부의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기금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실업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직자들의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는 취지와 달리 기금이 허술하게 운영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타내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국민의 세금과 다름없는 고용보험기금이 부정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관련 기관은 부실·방만한 운영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평가나 검증절차 없이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기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부정수급 기승…유명무실 한 제도상 요건
정부는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기금을 부정수급 단속을 위해 지난 4월부터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8월까지 발생한 1만9233건의 부정수급 사례 중 특별사법경찰관에 의한 범죄 적발건수는 848건으로 전체 4.4%에 불과했다.
현행 제도상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최근 18개월 동안 6개월(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들어야 한다. 해고당하거나 직장이 폐업하는 등 비자발적으로 일을 관둬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 상태에선 새 직업을 찾으려는 노력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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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
주목되는 사실은 현실에선 실업급여가 생각보다 쉽게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 측에서 회사와 이야기만 잘되면 요건이야 얼마든지 채울 수 있어서다. 자발적 퇴사를 권고사직으로 적어주거나 근무기간을 임의로 늘려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최준기(가명·남·48) 씨는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인부로 일했는데 90일에 걸쳐 400만원의 실업급여를 수령했다”며 “이직 전 18개월간 180일 이상 근무해야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충족됐지만 120일밖에 일하지 않았음에도 건설사 직원에게 부탁해 실업급여를 타냈다”고 귀띔했다.
시화공단에서 환풍기 및 정화장치 업체를 운영하는 김성덕(남·55) 씨는 최근 생산직근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김 씨는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는 대신 거래처·거래은행 등을 통해 새로 일할 직원을 알아보고 있다. 이전에 겪었던 쓰린 기억 때문이다.
김 씨는 “근로자 2인을 채용공고에 올렸더니 500여개가 넘는 지원서가 접수 됐는데 실제로 면접을 보러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원을 한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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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
과거 평생교육원에서 일한 적 있는 최미경(여·24) 씨는 “당시 교육원은 130개 정도의 사업장과 훈련위탁계약을 체결했다”며 “직원들이 온라인 수강을 대리하는 방법으로 수억원 이상을 부정수급했다”고 폭로했다.
최 씨는 주변에서도 부정수급이 심심찮게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세금으로 구직자의 학원비를 지원해주는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취미삼아 꽃꽂이 수업을 듣는 사례도 있었다”며 “학원수강이 직업 훈련 목적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정수급을 배려나 혜택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부정수급을 심각한 불법행위로 인식해야 한다”며 “실업급여는 사회부조금이 아닌 재취업을 위한 지원금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한파 속에 늘어나는 고용보험 부정수급 꼼수…줄줄 새는 국민 혈세
고용보험기금을 부정수급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0일 발표한 ‘실업급여 지급액 및 부정수급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수급하다 적발된 사례는 10만2000여건, 부정수급액은 904억원에 달했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규모는 이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15년 145억7420만원(2만1418건)에서 2016년 305억1639만원(2만8956건), 2017년 317억5489만원(3만3603건) 등으로 2년 만에 금액기준과 발생건수가 각각 54%, 36.3% 증가했다. 올해도 8월기준 135억6533만원(1만8602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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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
반면 적발된 부정수급액의 환수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2013년 84.8%에 달했던 부정수급 환수율은 2014년 84.2%, 2015년 80.3%, 2016년 78.8%, 2017년 76.9% 등으로 줄었다.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형사처벌 건수는 10만2579건 중 5278건으로 5.1%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정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고용한파로 인해 나가야 할 돈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돈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고용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6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나 늘었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기금 적자폭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고용부 추계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2020년 2073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25년 적자폭이 2조6459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정부의 고용보험기금 부정수급 심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보험 수급 대상 역시 사회적 약자에게 충실하게 작동할 수 있으려면 ‘조율’ 자체가 중요하다”며 “고용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안전망으로서 실효성 확대 사이에서 조화가 가능하도록 세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나광국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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