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 최근 갈수록 악화되는 고용쇼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청년 일자리사업 예산을 사상 최대수준으로 편성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양질의 일자리 마련보다 단기 미봉책에 불과해 청년 구직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원 방향을 두고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으로 사상 최고치인 2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22%(4조2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내년 예산 27조1224억원 가운데 16조5000억원을 일자리에 편성했다. 특히 심각한 고용한파에 내몰린 청년 일자리 지원하는 정책의 예산 비중이 커졌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액과 지원대상을 2배 가까이 확대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금 규모도 2배 늘렸다. 사회안전망을 위한 실업소득 사업도 예산이 1조원 넘게 늘렸으며 청년구직활동지원금도 신설했다.
정부 청년일자리 지원 사업 확대 불구 실효성·한계점 여전…“양질의 일자리 창출 요원”
정부는 내년 일자리예산에서 청년층 지원사업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액과 지원대상을 2배 가까이 확대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금 규모도 2배 늘렸다. 사회안전망을 위한 실업소득 사업도 예산이 1조원 넘게 늘렸으며 청년구직활동지원금도 신설해 2019억원을 편성했다. 중위소득 120% 이하 구직 청년 10만 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5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린 배경으로는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한 경제 악화가 지목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다. 3분기만 보면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10.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체감 청년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2.7%로 2015년 해당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정부 청년 일자리 예산 확대를 두고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례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기존 청년일자리 정책 중 하나였던 취업성공패키지(이하·취성패)의 업그레이드판으로 불리지만 기존 취성패가 떠안고 있던 문제점이 개선될 지 여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저소득층에게 월 30만 원씩 3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했던 취성패는 적은 수당, 낮은 고용 유지율, 질 낮은 일자리 알선 등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취성패를 통한 청년취업자 2만6866명 중 과반수 이상인 1만3550명의 월 급여는 180만원 미만이다. 140만원 미만인 취업자도 2088명(7.8%)나 됐으며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관두는 비율도 38%에 달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청년 채용 지원 규모도 늘렸지만 정작 실효성면에서 의문을 사고 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추가 고용하면 연 900만원씩 3년 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은 올해 3407억원에서 내년 7135억원으로 늘었다. 지원 대상도 9만명에서 18만8000명으로 확대됐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역시 실제 집행률이 저조해 사업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을 통해 편성된 예산 약 45억원 중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14억250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좁히고 청년의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청년들의 외면 속에 집행률은 저조하다. 지난해 1970억 원에 달하는 예산 가운데 절반인 1077억 원을 집행하는데 그쳤다.
퍼붓기식 청년일자리 근본 대책 아냐…“노동시장 왜곡된 격차 완화에 주력해야”
정책 수혜자인 청년층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의 근본적 원인으로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 방식이 꼽힌다. 청년고용정책이 대부분 정부 지원을 투입해 한시적으로 고용사정을 해소하는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이종원(남·29) 씨는 “지금의 청년 지원책은 모든 취업준비생들에게 와 닿지 않는 정책 뿐이다”며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경우 2년이나 3년 동안 지원금을 준다 해도 결국 다시 중소기업 연봉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임시처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이나 비전도 없이 지원해줄테니 취업하라는 건 단순히 청년실업률 숫자를 낮추기 위해 애쓰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내 청년 실업의 경우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시장 격차가 심화되면서 청년들이 대기업·공공기업으로 몰리는 상황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격차해소’라는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이 질적 측면부터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다. 청년들의 근속연수를 늘리기 위해선 선택 가능한 일자리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임금부터 근로시간, 복지 등 전반적인 근로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취업난을 뚫고 첫 일자리에 취직한 청년들의 첫 직장 근속기간은 19개월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 중 ‘근로여건 불만족’의 비중은 과반수가 넘는 51%에 달해 일자리의 질적 만족도가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식의 정책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힘들다”며 “임금뿐 아니라 근로여건, 노사문화, 사회적 인식 등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높아지지 않으면 청년들의 일자리 사정은 개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청년고용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대상 및 방향을 단순 연령대로 나누기보다 청년의 유형별로 나눠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같은 연령대라 하더라도 교육수준별, 자산·소득수준별로 나누거나 고용형태별 등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취업난 외에도 주택마련부터 결혼·출산·육아 등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다차원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은 일시적 고용사정과 삶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임시적·단기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노동시장의 왜곡된 격차를 완화하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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