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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의 원조로 등장해 한때 검색시장 80%를 장악하면서 부동의 1위였던 야후코리아가 결국 사업을 접고 한국을 떠난다. 그동안 야후코리아는 재기를 노려왔지만 쉽지 않았다. 야후코리아의 개선 의지가 시장에서 먹히지 않은 것은 권력(조직 관료화 현상)을 지향할 때 그 권력을 내려놓치 않은 ‘시기의 실기’ 내지 그것을 배경으로 한 ‘비자발적 안주’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포털들도 지금 이런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을 절치부심 느끼고 경계해야 한다. <사진=야후코리아 메인페이지>
IMF 환란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1997년만 해도 한국의 인터넷 시장은 지금과 비교해 보면 황무지나 다름이 없었다. 언론사들도 인터넷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을 정도였다.
인터넷 웹주소나 이메일 주소가 명함에 있으면 이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을 당시 야후라는 회사가 국내에서 깃발을 들어올렸다. 이처럼 야후코리아가 오픈한 1997년 9월 당시에는 인터넷 접속 자체가 쉽지 않았던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천리안과 하이텔 등의 컴퓨터 통신이 대세를 이루고,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을 깐 뒤 전화선을 통해서만 인터넷이 가능했던 때에는 야후조차 접속하고 이용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전후로 IT 바람이 불어 닥치고 인터넷 붐과 전용선의 등장 등으로 야후는 일약 국내 인터넷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야후가 뜨기 시작한 1999년만 해도 종이신문이 없는 독립형 인터넷신문은 ‘데일리팜’(www.dreamdrug.com)이 유일했다. 데일리팜은 의·약사 전문뉴스를 표방한 인터넷신문이었기에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독립형 인터넷신문은 이때까지만 해도 전무했다. 이후 대중 인터넷뉴스는 전용선이 깔리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야 등장하기 시작한다.
야후는 그 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포털 원조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대부분의 인터넷 상용자들은 지금의 네이버처럼 야후를 첫 페이지로 고정시켜 놓고 이용했다. 야후는 검색시장에서 한때 80%까지 장악했다. 지난 2002년까지는 검색시장 포털 1위의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야후 신화’는 토종 포털의 등장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네이버와 다음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을 빼앗기기 시작하자 야후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갔다. 인터넷 시장이 얼마만큼 냉정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그 야후가 결국 한국을 떠난다. 15년 만에 문을 닫는 야후코리아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한때 야후가 한국의 인터넷 시장을 호령했기 때문이다. 야후코리아는 최근 올해 연말까지 한국시장을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해 놀라움을 주었다.
야후코리아의 쇠락은 어디에 있었을까. 시장환경론을 이유로 든다면 국내 토종포털 때문이고, 내부책임론으로 본다면 야후의 안주 내지 혁신의지 부족에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환경이라기 보다 국내 이용자들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 이른바 ‘비자발적 안주’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여진다.
국내 포털시장이 네이버와 다음 ‘1강 1중’ 구도 하에서 야후 외에도 다른 포털들이 견뎌내기 어려운 환경은 맞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한 주요 포털들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76%로 절대적이다.
이어 다음과 네이트가 14%와 2%를 보였다. 전 세계적인 공룡 기업 구글도 국내에서는 약 5% 정도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야휴는 과거의 원조포털이 어디갔나 싶을 정도인 0.25%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네이버의 약진은 다른 포털들을 잇따라 침몰시키는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야후코리아가 이 과정에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었고 자구노력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초대형 태풍으로 휘몰아쳤기에 야후코리아의 쇠락 원인을 ‘비자발적 안주’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네이버와 다음 등 지금은 잘 나가는 포털들도 비자발적 안주에 빠질 경우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포털들이 혁신은 하고 있지만 ‘관료적 혁신’을 위기로 지적한다.
특히 절대강자의 자리에 올라선 네이버의 경우 초기 창업멤버들이 대부분 떠나면서 혁신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아가 모든 부문에서 인터넷 시장을 장악해 조직이 느슨해지고 의사결정이 관료화·권력화 돼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있다.
네이버의 ‘지식인’과 ‘지도검색’, 다음의 ‘카페’와 ‘아고라’ 등은 오늘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만든 효자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호감을 갖고 좋아하는 전통적인 ‘밥상 차려주기식’으로 서비스에 지향점을 계속 두는 것은 언젠가 한계가 닥칠 것이라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정형화된 서비스가 아닌 비정형화된 서비스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한 일종의 경계성 여론이다. 독자가 원하는 밥상 차려주기 방식은 한국인들의 지식범위를 한계 짓고 나아가 창조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구글의 경우는 비록 한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아이템과 검색방식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구글은 이미 검색 회사라기 보다는 IT회사에 가까울 정도로 업종도 다각화 했다.
구글이 갖고 있는 장점을 국내 포털들이 비중 있게 보지 않으면 한순간에 구글이 우리 안방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한국인 중에서도 친 구글 성향을 보이는 검색취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그 현상이다.
지난 7월31일 KTH의 ‘파란’이 문을 닫자 이용자들은 깜짝 놀랐다. 앞서 지난해에는 ‘프리챌’이 사업을 접는 한편 ‘엠파스’는 ‘네이트’로 흡수됐다. 한때 이들 포털들도 약진하면서 많은 유저들을 확보했었다.
야후코리아가 깃발을 내린다는 소식도 ‘왕녕의 야후’를 생각하면 여전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인터넷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그만큼 빠르다. 인터넷기업의 흥망성쇠는 일정한 싸이클이 아닌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국내 포털들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창조성이 떨어지는 방식의 이른바 ‘판박이 서비스’의 확장은 지금은 당장 좋아 보이고 이용자들이 모이지만 한순간에 유저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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