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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의 P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는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대위원장을 조합장으로 선출하자 사무실을 서울 강남으로 옮겨버렸다. 업무대행사 뜻대로 사업추진이 어렵게 된데 대한 시위에 들어간 것이다. 조합과 업무대행사 간의 계약이 해지되지 않은 상태라 조합원들이 낸 사업추진비 300억원을 돌려받기는 요원하다.
#2. 경기도 일산 풍동 D지역주택조합원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업무대행사인 Y사와의 법적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Y사가 조합비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막도장을 이용해 중도금 집단대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오는 31일 예정인 조합창립총회를 열수 없다며 지난 18일 법원에 총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지역주민들이 돈을 모아 공동으로 집을 짓는 이른바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무대행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계약서 탓에 토지매입·시공비·조합운영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는가 하면 조합을 탈퇴하려해도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사업 시작부터 아파트 입주까지 성공한 지역주택조합은 전체의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주에 성공해도 당초 업무대행사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높은 분양가를 부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조합원들의 경제적 피해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업무대행사는 조합원 모집부터 시공사·금융사 선정 등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는 회사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는 업무대행사를 둘러싼 각종 편법과 비리행위가 끊이지 않는 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조합설립 인가를 위한 조합원 모집행위 등은 지자체의 관리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조합원들의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실태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지역주택조합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규정한 업무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무자격 업무대행사의 난립을 방지하고 조합원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저렴한 비용 들여 내 집 마련 지역주택조합 사업, 업무대행사 갑질에 사업 성공률 10%대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6개월 이상 일정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추진위원회 구성(최소 20명)→조합규약작성·조합원모집→조합창립총회·조합설립 신청(조합원 50%이상, 건설대지 80% 이상 토지 사용 승낙)→사업계획 승인(조합원 80% 이상, 건설대지 95% 이상 확보)→착공·분양→조합 청산·해산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일반 분양과 달리 사업 시행사 이윤과 토지금융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분양완료 시 시세차익 시현도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 가구 수는 지난 2011년 5566 가구에서 2017년 6만4015 가구로 11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이끌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통상적으로 업무대행사가 조합을 만들어 진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두 주체가 같은 사업체이거나 한통속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원이 사업의 주체여서 업무대행사는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업무대행사가 막강한 권한은 지니고 있는데 반해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자기자본이 형편없는 업무대행사가 난립하는가 하면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토지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 모집을 위해 허위·과장 광고 행위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추가분담금을 받아내기 위한 의도적인 사업 지연, 용역사업비를 부풀려 백마진 챙기기, 조합 측과 결탁한 횡령·배임 등 각종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업무대행사에겐 사업실적에 대한 보고의무가 없어 조합원들은 사업추진 현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조합원 입장에선 돈은 돈대로 내면서 아파트는 언제쯤 지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업무대행사와 조합원, 조합과 조합원들 간의 갈등과 마찰이 불거지고 사업 성공 확률도 적어지는 이유다.
어렵사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성공한 조합들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했다. 동해 파크힐 지역주택조합 하은상 조합장은 “조합이 업무대행사와 작성하는 업무계약서에는 조합원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많을 뿐 아니라 실제로 갑(甲)이 조합인데 을(乙)에게만 유리하게 쓰여지고 있는 실정이다”며 “국토부에서 나온 표준계약서 안이 있긴 하지만 거의 유명무실하고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이 낸 계약금은 업무대행사 사업비와 분양수수료로 몫으로 사용되고 아파트를 짓기 위한 토지는 조합원들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매입하게 된다”며 “이런 부분들이 누적돼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게 되고 조합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 조합장은 “2014년~2015년 시작한 사업 중 현재까지 성공한 사업은 5%도 되지 않을 것이다”며 “게다가 분양 홍보관에서 설명한대로 추가분담금 없이 아파트에 입주할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사업이 지지부진해도 조합원으로서는 마땅히 제재하거나 조합 탈퇴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 정보공유 인터넷 카페인 ‘전국지역주택조합’(이하·전지조) 부매니저는 “업무대행사가 조합원들로 부터 수납한 몇 백억 원의 돈은 보통 분양대행비나 광고비 등 경비로 소멸된다”며 “3500세대 규모라면 약 500억원 규모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 탈퇴는 가능하지만 전국의 90% 이상의 조합이 조합원규약과 가입계약서에 전체분담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분양가가 3억원이면 3000만원을 위약금으로 내야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대행비, 조합의 피해금액, 조합의 각종 금융비용 등은 제외돼 있어 실제로 위약금은 20% 정도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 더 키워…“조합원 규제중심 법령 개선돼야”
다수의 전문가들과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은 업무대행사의 조합원 모집 시 공개모집을 의무화하고 토지확보 현황과 사업계획 타당성 검토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사업추진 첫 단계부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조합 및 업무대행사의 과대광고 행위를 방지하고 적법한 사업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시급한 사안으로 꼽고 있다.
하은상 조합장은 “조합원의 권익과 안전장치가 확보될 수 있도록 업무대행사 자격 및 설립요건, 업무대행사와 조합 간의 업무대행용역계약서 등에 대한 법적 강화가 필요하다”며 “비리가 드러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많은 문제점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단순히 제약만 거는 수준이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같지만 조합마다 케이스가 다양하고 문제점이 다양한 만큼 지자체의 조합과 업무대행사의 사업진행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이 난립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전문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조 부매니저는 “지자체의 경우 ‘조합추진위 단계는 관할 사안이 아닌 만큼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어디까지나 조합의 일이다’는 말을 한다”며 “인력을 충원해서라도 사업진행 과정을 관리감독 한다면 조합원들의 피해를 줄어들게 될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해지역의 경우 불시에 조합사무실 등을 방문해 사업관련 정보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의 ‘나 몰라라’ 식 행태를 비판했다.
현재의 조합원 규제 일변도인 지역주택사업 규정이 오히려 사업진행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지조 스텝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고운 과장은 “국토부에서도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 보완을 위해 많은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 규제가 오히려 조합원들을 옭아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자금사정이 안정적이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조합원 모집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조합원 모집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조합원 자격이 관할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85㎡ 이하 주택 소유자로 제한돼 있어 사업을 지체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 모집이 한번 주춤하면 사업진행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합원은 청약 당첨도 되선 안 되고 두 곳의 조합을 동시에 가입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조합 입장에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조합원들은 다른 아파트를 구매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사업완료 전까지 울타리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 초기단계에서 지자체가 현장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맞춰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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