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진리가 숨어 있다’는 말은 흔하게 회자되는 좋은 경구(警句)이지만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틈틈이 책을 가까이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련을 많이 겪게 된다. 힘든 현실 세계는 잠시 잊을 수 있어도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답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데, 책읽기를 멀리하는 것이 그 경우다. 책은 인생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향후 나아갈 방향까지 가르쳐주기도 한다. 맑은 영혼과 깨끗한 생각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고마운 인생의 나침반이다. 세상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으니 고마운 존재 아닌가. 책은 또한 사색과 사유 등 생각할 시간을 폭넓게 줄 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하기 힘든 인생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무지했던 인생의 시야를 넓혀주어 한 순간에 눈을 뜨게 해주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소중하고 귀한 책을 가까히 접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모임이 있다. 바쁜 업무 가운데 책읽기를 습관화하고 토론하면서 지혜를 넓혀가는 맑은 동호회다. 스카이데일리가 용산구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책마실 독서토론회’ 현장을 찾아 함께해 보았다. ![]() |

▲ 용산구청 독서토론회인 ‘책마실’은 지난 2009년 3월 처음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10여명의 단촐한 회원들이지만 독서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지혜의 샘을 파고 있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회원들이 독서토론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책마실 제공>
용산구청 공무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책마실’의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고 그렇게 읽은 책을 서로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모임이다.
마실은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등에서 쓰이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사투리다. 통상 ‘마실을 간다’고 하면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책마실 사람들은 책을 곧 마을로 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마을의 사람들은 곧 자신들이라는 마음이다. 책과 어울리며 노는 사람들이니 그저 노는 것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하면 딱딱하고 권위있는 분위기가 풍기지만 책마실 사람들은 그렇치 않다. 지혜로운 마실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내음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 책마실 회원들이 용산구 남영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함께 만났다. 이들은 독서토론회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누며 독서도 즐거운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대부분의 동호회 활동이라면 운동 또는 취미생활과 관련된 동호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책마실 모임이 독특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책마실은 다소 딱딱해 보이는 책을 소재로 활동하는 보기 드문 모임이라는 점이다.
책마실 사람들은 다른 모임들과는 달리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실내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 회원들이 식사 후 인근 커피숍에서 다시 열띤 토론회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본인이 다 읽은 책은 서로 교환해서 정보를 공유한다. ⓒ스카이데일리
2009년 첫 모임 결성 후 올해로 4년차
책마실은 지난 2009년 봄에 첫 모임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매월 1회씩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친목을 도모해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노병환(46) 책마실 회장(용문동 담당)은 “운동 중심의 동호회 위주에서 벗어나 남녀가 부담없이 편하게 모여 활동할 수 있는 모임을 고안하다가 독서토론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마실은 보통의 동호회와 달리 여성들 회원이 남성보다 많아 눈에 띄었다. 노 회장도 여성 회원들을 위해 아낌없는 배려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무래도 여성 회원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치를 안볼 수가 없더라구요. 약속 장소, 모임 일정 등 여성 회원 위주로 짜고 있어요”

▲ 리더스북에서 출판한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은 MBC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을 제작한 김진만 PD의 뒷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이미지=교보문고>
회원들은 하나같이 “평소에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없어도 독서토론회를 통해서 한 달에 한번 씩은 책을 읽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를 통해 꼭 모임이 아니라고 해도 책을 읽을 동기가 생긴다”고 즐거워 했다.
한 동호회원은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을 제작해 유명해진 김진만 PD의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을 읽었다”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양한 책 읽으며 토론 통해 지혜 얻어
회원들은 모두 읽은 책에 대해서는 경매를 통해 서로 책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 MBC 다큐멘터리 김진만PD의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 책 표지. ⓒ스카이데일리
또 다른 동호회원은 “한 쪽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편향된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면서 “강제성은 없지만 회원들의 뜻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다양한 지혜를 얻을 수 있어 좋은 책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앞으로는 분야별로 테마를 설정해 그 날의 주제에 맞는 심도 있고 깊은 토론을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토론회 현장을 같이 한 회원들은 기자에게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직장 내에서는 업무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지 못했는데 동호회 모임을 통해 서로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협동심이 생겨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졌구요. 앞으로도 책을 통해 지혜를 구하면서 동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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