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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재는 ‘드라마틱’하게 우리에게 드러날 때가 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암사동 선사유적지와 풍납토성이 그런 예다. 이 두 유적은 1925년 홍수 때 상류로부터 내리 닥친 거센 물살에 한강변 모래지대 언덕이 패이면서 드러났다.
1925년은 천간과 지지로 을축(乙丑)년이다. 그래서 이때 물난리를 ‘을축년 대홍수’라고 부른다. 이 해는 전국적으로 4번에 걸쳐 큰 홍수가 있었다. 한강이 관여된 것은 1‧2차 홍수 때다. 7월 초 1차 홍수가 채 수습되기 전인 중순에 집중호우로 한강과 임진강이 범람했다. 이 때 동부이촌동·뚝섬·송파·잠실리·신천리·풍납리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용산 철도청 관사 1층이 천장까지 완전히 잠겼고 용산역에 정차해 있던 열차도 꼼짝없이 수장(?)됐다. 뚝섬 쪽에 새로운 물길이 나면서 샛강이 생겼는데, 이를 신천(新川)이라고 했다. 지금은 새내로 부르고 있다. 3‧4차 홍수 때는 각각 북쪽인 대동강·청천강·압록강, 남쪽인 낙동강·영산강·섬진강 등이 넘쳤다.
4회에 걸친 홍수로 인해 사망자 647명, 가옥 유실 6363호, 붕괴 1만7045호, 침수 4만6813호라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무려 1억300만 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조선총독부 1년 예산의 약 5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을축년 대홍수는 피해만 남기고 가진 않았다. 땅속에 잠들어 있던 암사선사유적과 풍납토성이라는 역사문화 유산 선물을 주고 갔다.
상처 뿐 아니라 잠자던 역사문화재를 깨운 홍수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한강변 모래언덕 지대에서 수많은 빗살무늬토기 조각이 노출되면서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신석기 시대 대표적인 거주지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발굴 조사가 이뤄졌고 총면적 7만8133㎡가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됐다. 암사동 유적지에는 신석기시대 움집이 복원됐고 원시생활전시관 등이 만들어 들어서면서 88년 8월부터 개방되고 있다.
그간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은 약 6000여년 전인 신석기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집단으로 살았던 취락지구다. 강동구는 유적지 일대에서 1996년부터 매년 10월 둘째 주 금토일 3일간 ‘강동선사문화축제’를 연다. 올해로 24회 째를 맞은 축제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세계축제협회(IFEA)가 주는 피너클어워드를 2014년부터 연속 4회 수상하는 등 저력을 인정받고 있는 축제다. 필자는 올해 총감독, 주무대 장치업체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연이 있다.
백제의 하남위례성 위치는 오랫동안 사학계의 논쟁거리였다. 을축년 대홍수는 하남위례성 위치를 밝히는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풍납토성이 발견됐고 청동초두, 금귀걸이, 유리옥 등 백제 유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근거로 1937년 일본 학자 아유카이 후사노신은 ‘풍납토성=하남위례성’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풍납토성은 1963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고 이듬해 서울대 김원룡 교수가 풍납토성 발굴 조사를 통해 백제초기 유적으로 확증했다.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왕성터로 인정받게 된 계기는1997년 1월 선문대 학술조사단을 이끌고 풍납토성을 찾은 이형구 교수가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던 아파트공사장에 잠입, 수많은 백제 토기 파편이 박혀 있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고, 이를 계기로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이 즉각적인 현장검증과 긴급구제발굴에 들어갔다. 1500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던 한성백제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라마틱한 역사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10월 11일부터 3일간 강동선사문화축제 열려
강동선사문화축제 개막이 다가온다. 축제 킬러 콘텐츠는 12일 토요일 저녁에 천호공원에서부터 암사동 유적까지의 거리퍼레이드다. 올해는 ‘축미남’(축제에 미친 남자) 한길우 감독이 퍼레이드 부분을 맡았다. 한 감독은 울산고래축제, 신촌물총축제, 신촌맥주축제, 솔로대첩, 노노재팬815시민행동, 삼척장미축제·해변축제 등을 만든 역량 있는 축제기획자다. 그래서 축제 개막전부터 퍼레이드가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축제의 끝은 ‘먹거리’다. 축제뿐 아니라 인간 활동의 모든 끝은 음식으로 통한다. 음식이 만족을 주지 못하면 축제나 행사가 좋았더라도 전반적인 만족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축제나 행사가 조금 부족했더라도 음식이 뒷받침되면 만족도가 오른다. 그만큼 음식이 인간 심리를 좌우하는 비중이 크다. 그렇게 때문에 축제나 행사 현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와 질은 매우 중요하다. 현장 식당과 푸드트럭 선정과 배치에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암사역 인근 강동 대표적 노포 <동신면가‧동신떡갈비>
축제장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강동의 터주대감 암사역 근처에 위치한 <동신면가‧동신떡갈비>다. 55년째 내림 손맛을 이어가고 있는 이북음식 전문점이다. 1964년 경기도 동두천에서 문을 연 집이다. 2대째 운영하고 있는 박영수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박 대표와 부인 김영수 요리전문가는 84년부터 대를 이어 점포를 꾸리고 있다. 동신면가와 동신떡갈비의 주력은 가게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이북식 음식이라고 해서 평양냉면을 쉽게 떠올리지만 이 집은 독특하게 평안북도 정주 출신 창업주의 손맛을 살린 ‘평안냉면’을 내놓고 있다.
소고기 사태, 돼지고기 목살, 닭고기로 냉면 육수를 우리고 갖은 채소로 만든 채수와 섞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7일 숙성된 동치미를 합수(?)를 하면 달근한 채수맛과 고기 육수의 육향이 어우러지면서 기분 좋은 쩡한 맛이 나온다. 55년된 평안냉면이란 브랜드만으로도 한번 쯤 맛볼 만한 냉면이다.
떡갈비는 소갈비에서 얻은 살코기를 다져서 파, 마늘, 참기름 등 갖은 양념을 한 후 넓적하게 펴낸 것이다. 모양이 마치 시루떡 같이 생겨서 떡갈비란 이름이 붙었다. 옛날과 바뀐 거라고는 고기를 일일이 손으로 다졌던 것을 이제는 다짐기계를 쓰는 것이다. 기계를 쓰지만 고기를 가는 것이 아니라 다지는 것이다.
<동신면가‧동신떡갈비>에서는 소 떡갈비는 물론 돼지 떡갈비, 매운 떡갈비, 소와 돼지 반반 떡갈비 등 소비자 기호와 시대 흐름에 맞춘 메뉴를 개발했다. 찬바람이 불면 떡만두국, 보따리만두 등 만두류도 인기가 많다. 일가족이 방문하면 떡갈비, 냉면, 떡만두국, 만두 등 골고루 맛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한편 <동신면가‧동신떡갈비>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업력이 30년 이상 된 소상공인(도소매, 음식업) 중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는 업체에게 각종 혜태을 주는 ‘백년가게’로도 지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박 대표 아들인 박헌웅 씨도 마포 상암에서 구이전문점인 <동신화로>를 운영하고 있다. 3대 가업을 잇겠단 각오로 외식업에 뛰어 들었다.
끊임없고 쉼 없이 제공되는 요리로 가성비 좋은 홍매
<동신면가‧동신떡갈비>와 불과 400여m 떨어진 암사역 인근에 있는 <홍매>는 일식을 기본으로 하는 가성비 좋은 음식점이다. 15만원 짜리 스페셜코스를 시키면 도미회, 광어회, 랍스타, 전복, 참치뱃살초밥, 장어, 산낙지, 멍게, 조개탕, 새우튀김, 김마끼, 탕 등이 끊임없이 제공된다. 4인이 배를 두드릴만한 양이다. 맨 나중에 나오는 탕은 손을 못 댈 정도다.
직접 기른 버섯으로 잔치를 벌이는 <버섯잔치집>
강동선사문화축제를 주관하는 강동구청 공무원들이 인정하는 맛집이다. 직접 키운 노루궁뎅이버섯 생물을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는 퍼포먼스가 재미난 곳이다. 익살스런 사장이 방금(?) 농장서 도착했다는 노루궁뎅이버섯 원물을 병 채로 제공한다. 일종의 쇼잉 마케팅이면서 음식 먹는 재미를 더한다. 재료에 인색하지 않은 손맛이 버섯샤브의 맛을 풍성하게 한다. <동신면가‧동신떡갈비>처럼 오래전부터 각종 방송에 많이 등장한 강동지역 버섯요리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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