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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스파이가 호주에 망명을 신청하면서 중국 당국이 대만과 홍콩에서 여론 조작·선거개입뿐만 아니라, 반체제 인사의 납치·감시를 벌여왔다고 폭로했다.
23일(현지시간) 디에이지(THE AGE) 등 호주 언론은 중국 스파이 왕리창(王立强)이 호주에 망명 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벌인 공작 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호주 보안정보기구(ASIO)에 망명을 요청했다.
지난달 호주로 망명을 요청하면서 작성한 왕 씨의 진술서와 인터뷰 등에 따르면 그는 중국 여권과 홍콩 영구주민신분증 뿐만 아니라 위조 한국 여권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씨는 자신이 중국계(China Innovation Investment Limited·CIIL) 홍콩 상장사로 위장한 정보기관 소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회사가 중국 자금으로 설립된 유령회사로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부의 지휘를 받았다고 말했다.
왕 씨는 2015년 반정부 서적을 팔던 홍콩의 퉁뤄완(銅鑼灣) 서점 관계자 5명을 중국 본토로 납치하는데 개입했다. 이 서점의 관계자였던 리보(李波)·구이민하이(桂敏海)·뤼보(呂波)·린룽지(林榮基)·장즈핑(張志平) 등 5명은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를 비판해 중국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한 서적을 팔다 돌연 실종됐다. 이후 2016년 6월 실종됐던 5명 중 한명인 린룽지가 홍콩으로 돌아온 뒤, 중국으로 납치된 과정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왕 씨는 홍콩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자신과 위장 조직이 홍콩 대학의 학생회 등에 침투했고, 홍콩의 반중 인사 폭행과 이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해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데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만에서는 지난해 대만 지방선거에 중국 당국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 불법 개입했고, 자신은 이 과정에서 위조 한국 여권을 이용해 대만으로 잠입해 공작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왕 씨는 차이 총통의 민진당 공격을 위해 중국 정보 당국이 20개 이상의 언론사와 인터넷 업체, 소셜미디어 계정 20만개를 만들었으며, 약 15억위안(약 2508억원)을 대만 언론사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왕 씨는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후보에게 2000만위안(약 33억원)을 기부하는 일에도 자신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왕 씨의 이 같은 폭로에 한 후보와 중국은 곧바로 관련 내용이 거짓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혹에 휘말린 한 후보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받았으면 총통 선거에서 사퇴하겠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차이 총통은 이에 대해 대만 국가안전국 등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하이 공안국은 왕 씨가 푸젠성 출신의 26세 남성으로 무직이며, 사기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수배 중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왕 씨가 2016년 투자 사기극을 벌여 460만위안(약 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과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조시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왕 씨의 주장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왕 씨 문제와 관련해 관계 당국이 해당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ASIO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왕 씨가 스파이 행위를 밝히며 만일 중국으로 송환된다면 구금되거나 처형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현재 왕 씨는 관광 비자를 받아 시드니에서 머물고 있으며 호주 정부의 경계활동 아래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 씨는 지난 4월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에 입국한 뒤, ‘민주주의 국가들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가책이 느껴져 중국 정부의 활동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사형을 당할 것”이라면서 호주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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