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따져야 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

데스크 칼럼

채수영기자(sychai2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9-06 14:35:29

▲ 채수영 스카이데일리 편집국장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이순재 보험’으로 불리는 무심사 보험이 보험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려면 기존에 질병이 있을 경우 반드시 보험회사에 알려야 보험혜택을 받는 것과는 달리 질병이 있더라도 무심사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심사 보험은 질병과 사망을 동시에 보장하는 일반 보장성 보험과는 달리 사망위험만 보장한다는 큰 차이가 있어 보험 가입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라이나생명, AIA생명, KB생명, 알리안츠생명, 동부화재, AIG손보, ACE화재 등 7개사가 판매중인 무심사 보험의 계약건수는 40만1000건으로 나타났다.

무심사 보험의 특징은 현재 질병을 갖고 있더라도 진단 없이 가입할 수 있고 심지어 암 등 치명적인 질병에 노출돼 있어도 가입할 수 있다.

또 가입 연령층은 50세부터 81세까지이며 7년 만기 7년 납에 5년마다 갱신이 되므로 81세에 가입할 경우 최대 보장 기간은 86세가 된다.

보장 내용은 질병 등 일반사망 때는 1000만원, 재해사망 때는 2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받는다.

언뜻 보면 고령화 시대 특히 유병장수 시대를 맞아 썩 괜찮은 보험처럼 보이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보험회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더라도 보험가입자는 자세히 묻고 따져야 나중에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게 된다.

무심사 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망보장 기간을 못박아 놓은데 있다.

그래서 무심사 보험은 실버보험이 아니라 차라리 장례보험에 가깝다. 사망하면 지급되는 1000만원으로 무사히 장례나 잘 치르라는 보험인것이다.

이 때문에 무심사 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고 가입도 늘어 나고 있지만 반대로 이미 가입한 소비자들의 불만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장례보험이면 서비스가 특화된 상조 회사를 이용하지 무엇 때문에 이 보험에 들었겠느냐는것이다.

실제로 상조회사 상품에 가입하면 월 3만원대로 언제 사망하더라도 원스톱 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무심사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86세까지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1년을 더 살아 87세가 되면 보험 만기가 끝나고 소멸성 보험이기에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무심사 보험은 숭고한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일희일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보장내용에 변화를 줘야 한다.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노인성 질환 특약을 부가 하고 언제 사망하더라도 약정한 사망보험금은 지급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보험이다.

그렇지 않고 현 상태로 계속 보험영업을 지속한다면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장례 전문회사의 상품 서비스의 질에도 절대 못미처 기능에 한계가 있고 평균 수명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에서 보험의 고유 역할도 발휘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어정쩡한 무심사 보험에 대해 감독 당국도 메스를 가해야 할 것이다.

해당 보험 회사들도 왜 인터넷상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연일 쉰 목소리를 토해 내는 탤런트 이순재씨가 욕을 먹고 있는지 곰곰이 새겨야 한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해당 상품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과감히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무심사 보험에 대해 보험업계 종사자들까지 냉소를 보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