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에서 밤문화·관현악까지 ‘악기 기린아’

통기타에서 밤문화·관현악까지 ‘악기 기린아’
[열전! 창조경제 명암<15>]-코스모스악기…청춘·딴따라·예술 빚은 대표기업

김신기자(skim115@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10-12 02:55:33

지금의 40~50대에게 통기타는 추억의 악기다. 중장년 세대 대부분은 통기타와 함께 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또 그 이하 세대들에게는 피아노나 리코더 등이 어릴 적 기억을 상기시키게 하는 악기들이다. 대부분 한 번쯤은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피아노 학원의 문턱을 드나들었고, 학창시절 음악책을 펴 놓고 리코더를 불어보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통기타, 피아노, 리코더 외에 바이올린, 플릇 등 ‘고급악기’를 가르치는 학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악기수입업체인 ‘코스모스악기’는 이 같은 수요를 기반삼아 국내 악기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닦아 성장한 기업이다. 지난 1972년 창업주인 민명술 회장이 문을 연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내 악기 매장이 전신인 코스모스악기는 ‘통기타 붐’을 타고 높은 성장을 거듭했다. 그 후 종로 낙원상가에 매장을 연 민 회장은 1978년 ‘악기 수입자유화 조치’가 이뤄지자 악기 수입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 1982년 ‘통행금지해제’ 조치가 이뤄지면서 밤 업소가 성황을 이루자 일본 야마하사의 전자악기를 팔아 큰 돈을 벌어 들였다. 그 후 1989년 주식회사로 전환해 악기 공급업체 면모를 갖췄고 2000년대 이후에는 수입업체들이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 코스모스악기는 지난 2011년 매출액 약 446억원, 2012년 매출액 약 435억원 등을 각각 시현했다. 코스모스악기는 민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중심의 단순 지배 구조다. 민명술 회장은 코스모스악기 지분의 70.08%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나머지 지분도 거의 그의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코스모스악기는 민 회장 개인 소유의 회사나 다름 없는 셈이다. 따라서 배당금도 대부분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낙원상가의 터줏대감’, ‘국내 악기사의 산 역사’라 불리는 ‘코스모스악기’의 성장과정, 경영현황 등을 취재했다.

▲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직·간접 영향을 받아 성장한 악기 수입 업체 ‘코스모스악기’는 지난 1972년 창업주인 민명술 회장이 명동에 문을 연 악기매장이 그 전신이다. 민 회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악기를 국내에 들여와 높은 실적을 올리며 사세를 확장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외 악기의 불법 밀반입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또 현재 코스모스악기는 민 회장과 그의 가족 중심 지배구조가 갖춰져 있다. 사진은 코스모스악기 서초 사옥 전경. ⓒ스카이데일리

한국의 교육열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사회전반의 신분상승 욕망이 맞물리면서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높다. 지난 1960~80년대까지는 ‘고시 열풍’이 거셌다면 그 이후에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 열풍’이 후끈 달아올라 왔다.

이 같은 교육열은 ‘가난의 대물림’이 싫은 분위기에서 일어났지만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명문대를 가고자 하는 진학열기와 이에 부응한 각종 학원들의 마케팅 열기가 어우러지며 더해가고 있다.

특히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의 희생적 열기는 남다르다고 할 정도다. 실기 준비를 위한 사교육 비용이 ‘집을 팔아서라도 한다’ 식으로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악기 수입 업체 ‘코스모스악기’는 이처럼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직·간접 영향을 받아 기업을 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모스악기는 국내 악기 전문 기업으로는 수위의 매출을 점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코스모스악기는 매출액 약 446억원, 영업이익 약 30억원, 당기순이익 약 17억원 등을 각각 시현했다. 또 2012년에는 매출액 약 435억원, 영업이익 약 36억원, 당기순이익 약 22억원 등을 시현해 매출액은 다소 감소하면서도 수익에서는 건실한 성장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코스모스 악기는 자회사나 계열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원동 터줏대감’ 450억 매출 기업 일궈내

▲ 민 회장은 1970년대 불었던 ‘통기타 열풍’을 배경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종로에 위치한 낙원상가 2층에 ‘통기타 전문매장’을 열었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는 민 회장이 악기업계에서 ‘낙원상가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은 종로구에 위치한 낙원상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코스모스악기의 시작은 지난 1972년 창업주인 민명술 회장이 문을 연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내 악기 매장이다.

민 회장의 점포는 1970년대 불었던 ‘통기타 열풍’을 배경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민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종로에 위치한 낙원상가 2층에 ‘통기타 전문매장’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낙원상가는 지금과 같이 악기 전문매장이 형성되기 전이었지만 민 회장의 점포에는 많은 고객들이 붐볐다고 한다. 민 회장이 악기업계에서 ‘낙원상가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1976년 명동 매장의 문을 닫고 낙원상가 매장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민 회장은 1978년 ‘악기 수입자유화 조치’가 이뤄지자 악기 수입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후 민 회장은 독점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해외 바이어들을 일일이 찾아다녔고, 결국 1982년 일본 야마하사의 한국 독점 공급권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밤업소가 호황을 누리면서 야마하사의 전자악기가 불티나게 팔려 민 회장은 큰 돈을 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코스모스악기’라는 법인을 설립해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한 민 회장은 수출입과 유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이에 체계적인 악기 공급사의 면모를 갖추기로 결정하고 ‘악기 애프터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맞춤형 악기 공급을 시작해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 업계 전문가들은 2000년대 들어 외국계 기업들의 진출로 코스모스악기의 부진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코스모스악기는 탄탄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꾸준한 실적을 기록했다. ⓒ스카이데일리

2000년대 들어 외국계 기업들이 직접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에서는 코스모스악기의 부진을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코스모스악기는 기존의 고객층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했고, 여전히 악기를 전공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코스모스악기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코스모스악기의 전통이 음악을 지망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면서 입소문을 탄 ‘코스모스 브랜드 네이밍’이 확실하게 심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코스모스악기의 매출 실적을 보면 2000년 304억원, 2001년 378억원, 2002년 394억원 등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2003년에는 매출액 284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후 다시 한 번 꾸준히 올라 2011년에는 매출액 446억원을 시현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수입 악기를 판매하는 코스모스악기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 등까지 수요층이 넓을 뿐만 아니라 타 업체에 비해 고정고객층이 탄탄하다”고 말했다.

1987년, 3억4000만원 상당 악기 밀수 ‘부침’

▲ 1987년 민 회장은 약 3억5000만원 가량의 수입 악기 대량 밀수 사건 혐의가 포착돼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밀수사건으로 인해 ‘코스모스악기 성장 과정의 오점’, ‘돈으로 얼룩 진 예술’ 등의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사진은 낙원상가 내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코스모스사악기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침도 있었다.

코스모스악기가 악기수입업을 통해 막 자리를 잡아가던 1987년 민 회장은 수입 악기 대량 밀수 사건 혐의가 포착돼 구속된 바 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세관공무원과 짜고 3억4000만원 상당의 플롯, 오보에 등을 밀수입 한 민 회장을 뇌물공여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민 회장은 구속되기 3년 전인 1984년부터 13회에 걸쳐 몰래 국제소포로 들여온 프랑스, 일본 등의 제품을 국내 음대교수 및 교향악단 등에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밀수사건으로 인해 ‘코스모스악기 성장 과정의 오점’, ‘돈으로 얼룩 진 예술’ 등의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 회장 등 오너 일가 중심 단순 지배 구조

코스모스악기는 현재 창업주인 민명술 회장을 포함한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민 회장은 코스모스악기 지분의 70.08%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 그의 아내인 정진숙 씨가 총 지분의 7%, 아들인 민관기 사장이 17.5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인 5.34%도 민 회장의 가족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모스악기는 민 회장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기업이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이 같은 이유로 매년 지급되는 주식 배당금도 대부분 민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2012년 산정된 한 주당 배당액은 2000원이고, 총 배당금액은 4억8000만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