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아이 미망인, 44개 계열사 ‘주부 주방신화’

주부 미망인, 44개 계열사 대기업 일궈
[열전! 창조경제 명암<26>]-애경그룹…지주사 외 오너 소유업체 일감몰기 눈총

김신기자(skim115@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11-11 00:49:18

1970년대만 해도 남성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기업 오너의 자리에 30대 초반의 전업주가 경영 전면에 나서 국내 굴지의 기업을 일군 여성기업인이 있다. 장영신 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이다. 이 회사는 1951년 설립된 대륭산업이 그 모태다. 장영신 회장의 남편인 고 채몽인 회장이 설립한 대륭산업은 1954년 세탁비누 제조업체인 ‘애경유지공업’을 인수해 ‘애경’이라는 브랜드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후 차츰 사세를 넓혀가며 성장하기 시작했으나 1970년 고 채몽인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경영상의 공백이 생겼다. 이에 10여년을 주부로 지내왔던 아내인 장영신 회장이 남편 대신 경영 일선에 나섰다. 여성 오너의 등장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실제로 일가와 갈등도 겪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장 회장은 우려와 달리 계열사를 늘려가면서 몸집을 불려 애경그룹을 오늘의 대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장 회장은 지난 2004년 회사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의 네 자녀들이 그룹 내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을 비롯해 차남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부동산부문 부회장,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 장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그의 남편인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그룹의 지배구조 또한 장 회장 자녀들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애경그룹은 현재 지주회사 AK홀딩스 체제로 형성돼 있는데, 채형석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 18.57%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10.75%, 삼남 채승석 사장이 9.55%, 장녀 채은정 부사장이 4.43%, 장영신 회장이 9.9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 계열사들은 AK홀딩스가 대부분 지배하고 있지만 일부 몇몇 계열사들은 여전히 오너일가가 직접 소유하는 형태다. 특히 이들 회사는 그룹 내 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율이 높아 업계에서는 “후계 구도 형성은 됐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며 “내부거래에 따른 증여세 부담이 크게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평가한다. 채동석 외 특수관계인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애경유지공업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해 2011년 87.3%, 2012년 93.6% 등이다. 또 채형석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50%를 보유한 에이텍의 경우 2011년 80.3%, 2012년 80.0%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주부이자 미망인 여성기업인의 성공신화로 불리는 ‘애경그룹’의 가족사, 성공과정, 경영현황, 지배구조, 2세승계 현황 등을 ‘창조기업 명암’ 시리즈 26번째로 취재했다.

▲ 애경비누, 트리오 등으로 유명한 애경그룹은 남편 사후 주부였던 몸으로 사업에 투신한 여성 오너인 장영신 회장이 일군 기업이다. 경영일선에 나설 당시 업계에서는 여성 오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나 장 회장은 계열사를 늘리는 등 사세를 꾸준히 확장시키는 경영능력을 보여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애경그룹은 창업주 2세로의 경영 승계가 이뤄지고 있어 3남1녀의 자식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구로동에 위치한 애경그룹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올해 초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사회 전체에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재조명 됐다.

특히 재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여성 오너들이 관심을 받았다. 현직 여성 CEO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여성 CEO 중에는 애경비누, 트리오 등으로 유명한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도 재계의 주요 인물로 거론된다. 장 회장은 지난 1970년대부터 기업의 오너자리에 올라 지금의 애경을 일궈낸 입지적인 인물이라는 게 재계의 평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외 총 44개(국내 36개, 해외 8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애경그룹 계열사(지주사 연결 및 오너 지배회사 등)들은 총 매출액 1조3171억원, 영업이익 약 447억원, 당기순이익 약 155억원을 각각 시현했다.

이어 2012년에는 총 매출액 1조4528억원, 영업이익 약 558억원, 당기순이익 약 1788억억원을 기록해 매출도 오르고 이익이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남겨진 미망인, 탁월한 기업 경영능력 선보여

▲ 애경그룹의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은 사세가 한창 확장되던 시기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장영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 애경그룹을 오늘의 대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스카이데일리

애경그룹은 지난 1951년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이 설립한 대륭산업이 그 모태다.

고 채 회장은 대륭산업 설립 후 3년이 지난 1954년, 세탁비누 제조업체인 ‘애경유지공업’을 인수해 ‘애경’이라는 브랜드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1966년 주방세제의 원조 격인 트리오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를 계기로 사세를 확장, 넓혀가기 시작했다.

애경비누와 트리오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애경그룹은 1970년 창업자인 고 채몽인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경영공백이 생겼고,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애경그룹의 위기를 예상했다.

하지만 고 채 회장의 부인인 장영신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섰다. 당시 어린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 회장은 10여년의 주부생활을 접고 애경의 키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일가 및 간부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대 초반의 여성기업인이 기업을 이끌수 있을까라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취임 후 계열사를 10개로 늘려 몸짓을 불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또한 장 회장은 1980년대 들어서도 계열사를 연이어 설립하며 애경그룹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 놓는 성과를 이뤄냈다.

2000년대 들어 애경그룹은 장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후계 구도 형성에 돌입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2004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퇴임한 장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이 경영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또 차남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부동산부문 부회장,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 등도 그룹 내 주력계열사의 경영을 도맡고 있다. 이와 함께 장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사위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영신 회장 자녀들 중심의 지배구조 형성

▲ 애경그룹은 지난해 9월 AK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장영신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9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시도한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또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장영신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에 올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 18.57%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10.75%, 삼남 채승석 사장이 9.95%, 장녀 채은정 부사장이 4.43%, 장영신 회장이 9.91% 등의 지분을 보유해 대주주로 자리 매김 중이다. 대주주 중에는 애경개발(주)도 9.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컴텍, 제주항공, AK에스앤디, AMP자산개발 등 총 6개 자회사의 지분을 40.38%~100% 보유했다. 이들 자회사들은 각각의 계열사(손자회사)의 지분을 22.11%~100%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3년 6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이처럼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는 계열사외에 애경그룹 내에는 오너 일가가 직접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AK홀딩스의 지분을 10.23%를 보유해 대주주에 올라 있는 애경유지공업은 채동석외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로 나타났다.

애경유지공업은 AK홀딩스 외에도 네오팜, 애경산업, AKIS, 애경PFV-1, 애경개발 등의 계열사를 보유했고, 일부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기도 하다. 그 중 애경개발은 서림(100%), AK레저(69.10%) 등의 최대주주다.

이와 함께 채형석외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50%를 보유한 에이텍은 애경피앤티, 에이텍앤코, 코스파, 한국특수소재 등의 지분을 11.95%~50% 보유했다. 이들 계열사 중에는 에이텍이 보유하지 않은 지분은 오너 일가가 보유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텍은 산업·가정용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판매(합성수지제품 제조 및 합성수지제품 스크린프린트) 및 화장품 제조·판매업을 하고 있다. 지난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98년 1월 성우산업(주)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또한 지난 2008년 이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에 감사보고서가 보고되지 않은 계열사인 애드미션도 추가로 확인됐다. 애드미션은 특수관계인 등 대주주의 지분율이 83.58%를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동시 2세 위주 후계구도 갖춰

▲ 애경그룹은 장 회장의 자식들 중심으로 지배구조체제가 갖춰져 2세승계가 이뤄졌으나 아직 지주사 외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오너일가 중심의 지배 계열사들이 있다. 사진은 구로동에 위치한 AK몰 전경. ⓒ스카이데일리

애경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창업주 2세 중심의 지배구조가 확고하게 갖춰지면서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 확립과 후계구도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업계의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다수 존재해 ‘아직은 미완성 지주 구조다’라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지주회사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2세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갖추는데 성공했다”며 “하지만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들이 여전히 존재해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여론의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애경그룹은 그룹 내 주력계열사였던 애경유화를 인적분할 해 기존 회사는 AK홀딩스로 이름을 바꿨고, 분할된 신규 회사는 애경유화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한국증권거래소에 재상장했다.

또 같은해 11월 오너일가가 보유한 애경화학의 주식을 AK홀딩스에게 넘겼고 현물출자한 AK홀딩스의 유상증자 지분을 오너일가가 받게 됐다. 당시 유상증자한 주식은 176만2917주, 발행총액은 약 413억원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올해 1월 기존에 오너 일가가 보유했던 애경유화 주식을 AK홀딩스에게 넘겼고 현물출자한 AK홀딩스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획득했다. 당시 유상증자한 주식은 총 517만1184주로, 발행총액은 802억원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은 크게 상승했다.

장남 채형석 부회장은 지분율이 두 차례의 유상증자 전 지분율(2012년 9월 말 기준)은 9.81%에 불과했으나 증자 후 지분율은 18.57%로 껑충 뛰었다. 또 차남 채동석 부회장은 7.49%에서 10.75%로, 삼남 채승석 사장은 6.57%에서 9.55%로, 장영신 회장은 6.26%에서 9.91%로, 장녀 채은정 부사장은 3.02%에서 4.43%로 각각 올랐다.

오너 일가 직접 소유 회사, 2년 간 내부거래율 80% 육박

이 같은 상황에서 애경유지공업 및 에이텍은 여전히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하지 못한 채 오너 일가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들은 매출 대비 애경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율이 높아 오너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와 관련된 세금 부담이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설명이다. 또 ‘이들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채동석외 특수관계인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애경유지공업의 지난 2011년 내부거래액은 599억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매출액 686억원의 87.3%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2012년 내부거래액 중 매출은 818억원, 매입은 216억원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총 매출액은 내부거래 매출 보다 작은 643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에 언뜻 모순이 된다. 이는 매출에서 매입을 차감한 602억원이 내부거래액이라는 게 회계 전문가의 해석으로 미뤄볼 때, 내부거래 비중은 약 93.6%로 추산된다.

채형석외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50%를 보유한 에이텍의 경우 내부거래액이 2011년 매출액 약 390억원의 80.3%에 해당하는 313억원, 2012년 매출액 405억원의 80.0%에 해당하는 324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처럼 두 계열사 모두 내부거래 비중이 최근 2년 간 80%를 넘어서고 있어 업계의 일감 몰아주기 우려에 대한 논란을 반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