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재벌 딸들, 빵집에서 건설까지 경영전면 두각

총성없는 비즈니스 전쟁...명품브랜드·광고 업종도 대결 치열

김종우 기자(j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1-10-29 00:12:40

‘빵집’으로 맞붙는 재벌가 딸

삼성·롯데·신세계 등 재벌가 딸들이 ‘빵집’으로 맞붙는다. 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고급화된 카페형 베이커리 사업 확대다.

▲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프랑스 카페형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Fauchon)’을 리모델링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포숑은 원래 롯데측이 프랑스 본사와 영업권 계약을 맺고 제과업체인 고려당에 위탁 운영을 시켜온 브랜드다.

그러나 지난해 말 포숑과의 영업권 계약이 해지되면서 장 대표가 영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 5월 일산·분당점을 시작으로 6월 부산·잠실점, 7월 본점 등 꾸준히 ‘장선윤표 포숑’을 선보였다.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 사업은 재벌가 딸들이 선호하는 업종이다. 실제로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최근 커피 전문점 아티제로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아티제는 호텔신라가 100% 자본금을 출자한 자회사인 ‘보나비’가 직영하는 커피 전문점으로 현재 강남권 중심으로 15개 매장이 있다.

뉴욕 모마(MoMa) 박물관 인테리어 제작에 참여한 일본 디자이너 칸지 우에키가 인테리어하는 등 고급화를 꾀했다.

또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대주주로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이끌고 있다.

정 부사장은 올 초 세계 수준의 프리미엄 식품점인 미국의 ‘딘앤델루카’를 신세계 단독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올 하반기에 처음으로 신세계 강남점에 대형 매장을 여는데, 식품에서부터 카페, 케이터링(파티용 맞춤 요리) 등을 총망라할 계획이다.

▲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지난해 7월 조선호텔 외식 사업부에서 운영하던 ‘베키아앤누보’와 ‘페이야드’까지 흡수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고급 베이커리 사업에 재벌가의 여성 경영자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프리미엄 시장 구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유통망을 이용해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관여하는 조선호텔베이커리는 1995년 매출이 700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매출 1678억원까지 늘었으며, 올해는 매출 2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 조선호텔 등 계열사 매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국 160여개 매장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빵 시장규모는 2조5천억원 규모이다. 이를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재벌가의 딸들은 일반 제빵보다는 백화점과 마트 등에 입점해 ‘고급 제빵’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명품사업, 이부진 vs 신영자

재벌가 딸들의 사업 영토 확장 전쟁은 ‘빵’이 처음이 아니다.

명품사업에 있어서도 이미 한판 대전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루이뷔통’을 입점을 둘러싸고 법정 소송도 불사한 바도 있다.

▲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이 사장과 장 사장은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에 루이뷔통 입점을 위해 물밑전쟁을 벌였다.

이 브랜드 입점은 특히 루이뷔통이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국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면세점이 승리했다.

이후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매장 유치를 막는 ‘임대계약 체결 금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이서현 vs 정성이, 광고업계 충돌

아울러 재벌가 딸들의 경쟁은 광고계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존재 때문이다.

▲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재계에서는 특히 두 회사가 국내 광고업계 １,2위를 다투고 있어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어느 회사의 입지가 더 공고한지를 가늠하고 있다.

여기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 역시 대한항공의 광고를 담당하고 있어 광고계에서도 딸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가 딸들이 베이커리와 명품, 광고 영역에서 경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에 관한 이미지 때문”이라며 “해당 사업은 일반 제조업과 관련 세련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어 딸들이 많이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대형 그룹의 딸들이 해당 영역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역시 ‘딸들의 전성시대’

건설업계도 지금은 ‘딸들의 전성시대’이다. 핵심 업무에서 CEO 자리까지 대활약 중이다.

이들 ‘회장 딸’은 마케팅이나 인테리어 등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업무뿐 아니라 자재구매∙재무관리와 같은 핵심 업무에까지 진출해 경영을 주도하는 한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경우도 있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딸 셋에 외손녀 넷을 둔 ‘딸 부자’로 회사명에서부터 딸에 대한 아버지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딸 셋에 외손녀 넷을 둔 ‘딸 부자’다.

이 회장의 측근은 “회장님이 경상도 출신이라 딸 셋을 뜻하는 숫자 3의 경상도 사투리인 ‘서이’라는 말에 딸들의 이름 돌림자인 ‘희’자를 붙여 이름을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큰딸 이은희 상무는 통합구매본부 본부장을 맡고 둘째딸 이성희(36) 이사는 재무본부에서 회사 살림을 꾸려가며 아버지를 보필하고 있다.

자매가 관리를 담당한 뒤 꼼꼼한 일처리로 불필요한 지출이 대폭 줄었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평소 딸들에게 소설 ‘토지’에서 집안을 책임지는 여주인공인 ‘서희’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남자들보다 강건하게 이 회사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내용의 후계자 수업을 하곤 한다.

지난달부터 방송 중인 ‘서희 스타힐스’ 브랜드 광고에는 이 회장의 외손녀 4명이 직접 출연해 돈독한 가족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오너끼리 형제 사이인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과 IS동서 권혁운 회장도 딸들이 한몫을 하는 업체들이다.

▲ 반도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유보라’는 권홍사 회장의 큰딸 보라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반도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유보라’는 권 회장의 큰딸 보라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디자인팀장인 둘째딸 보영씨는 방, 거실, 화장실 등을 일렬로 배치해 한 방향에서 4개가 보이는 ‘4베이(Bay)’ 평면 개발에 힘을 보탰다.

반도건설은 그간 중대형에서나 볼 수 있었던 4베이를 중소형에 적용한 신평면을 선보여 올해 분양시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권 팀장은 주말마다 타사 모델하우스를 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하는 등 일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인테리어뿐 아니라 평면구성 등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부벌레’다.

IS동서의 권혁운 회장의 딸인 권지혜 마케팅실장은 지난 2006년 ‘에일린의 뜰’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이는 30~40대 여성들을 위한 삶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 IS동서의 권혁운 회장의 딸인 권지혜 마케팅실장은 지난 2006년 ‘에일린의 뜰’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IS동서 관계자는 “남매지간인 권민석 부사장과 우애가 좋아 의사결정 과정에서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진다”면서 “오너 2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예전보다 훨씬 젊고 신선한 감각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울트라건설 강현정 대표이사는 창업주 강석환 회장의 둘째딸이다. 지난 2003년 아버지 강 회장이 별세한 뒤 기획조정실장으로 회사에 합류해 어머니 박경자 회장을 보좌했고 부사장을 거쳐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여성 고위직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일처리가 꼼꼼하고 정확하다”면서 “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 ‘건설업은 거칠고 부정부패가 많다’는 인식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최근 건설업에서 금융, 타당성 분석, 엔지니어링 등 머리가 필요한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여성들의 업무 능력과 감성적인 리더십이 점점 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