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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들다”…박원순 후 악화 ‘불만 고조’

“살기 힘들다”…박원순 후 악화 ‘불만 고조’
[재건축 르포]<106>-영등포 신동아아파트…녹슨 물, 주차난, 물 새는데 사업부진

김도현 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11-17 00:07:23

지금의 영등포 일대는 서울의 부도심 중 하나로 물류·교통·상업의 기능을 갖고 있으나 1900년대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그 발달이 미약했던 곳이다. 그러던 1896년 이곳에 철로가 부설되고 영등포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업지구가 형성되며 점차 부도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등포 발달을 촉진시킨 계기는 공업지구의 형성이었다. 일제강점기시절 일제가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영등포·양평·당산·문래동 일대에 공장을 집중적으로 짓기 시작했고, 이들 산업시설이 해방 후까지 이어져 공업도시의 면모가 유지된 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영등포는 ‘탈공업화’가 이뤄지며 각종 고급아파트와 오피스텔들이 들어섰다. 양남사거리를 중심으로 인근의 양평·문래·당산동 일대는 과거 각종 공장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으나 지금 이곳은 고층 빌딩숲으로 변모했다. 빌딩숲 사이로 군데군데 일부 공장들이 눈에 띄었으나 이마저도 하나 둘 사라지는 추세다. 양남사거리와 오목교 사이에 위치한 ‘신동아아파트’는 공장이 빼곡하던 지난 1982년 완공돼 32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2011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곳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안’이 가결되며 재건축 성공의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이후 분담금 문제로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스카이데일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신동아아파트의 재건축 상황에 대해 취재했다.

▲ 건축연령 32년의 영등포 신동아아파트는 목동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위치에 자리하고 지하철 2, 5호선이 통과하는 등 훌륭한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있지만 사업성이 발목을 잡으며 재건축에 난항을 겪는 단지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1982년 4월 입주를 시작한 영등포구 양평동 신동아아파트는 건축연령 32년의 아파트다. 이곳은 목동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영등포로를 비롯해 경인고속도로·서부간선도로 등 인천 및 서해안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좋아 차량을 이용한 교통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하철 5호선 양평역이 인근에 개통돼 있고,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과 2호선 문래역도 도보로 각각 15분 거리에 있어 대중교통 또한 우수하다는 장점도 지녔다.

과거 공장단지 한가운데 아파트…주민들 “오랜기간 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어”

양평역에서 신동아아파트 방향으로는 소규모 공장이 몇 개 있었다. 이곳에서 40년 이상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과거 이 일대는 각종 공장이 즐비했던 곳으로 신동아아파트 역시 과거 방림방직 공장 자리에 세워진 아파트다”며 “신동아아파트가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고층건물은 주변에서 이 아파트 하나뿐이었다”고 전했다.

주민은 또 “공장이 많이 있을 때는 흰 빨래 위로 검은 먼지가 내려앉아 베란다 문을 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495세대가 사는 이곳 단지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평일 오전 출근시간이 끝났음에도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한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

20여 년째 같은 자리에서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한 중개인도 “공장들이 한창 가동되던 시기에는 환풍기청소를 보름에 한 번씩 해야 될 만큼 먼지가 날렸다”며 “(부동산에) 오가는 사람들과 함께 딸려온 먼지 탓에 바닥 또한 새까맣게 색이 변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과거 신동아아파트에 거주했었던 이 중개인은 “창문을 꽉 닫고 살았던 그때에 비하면 훨씬 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긴 시간이 지난만큼 아파트는 상당히 노후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 아파트의 경우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을 제외하면 외관상 큰 균열이 감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후화가 진행된 수도관에서 녹물이 나오고 아파트 단지가 ‘복도식’으로 된 탓에 추위에 약해 겨울이면 계량기가 터지고 이로 인해 아랫집에 물이 새는 등의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단지 내 주차난 또한 심각했다. 오전 10시 무렵은 출근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빈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민들은 “퇴근 무렵에는 주차전쟁이 치열하다”고 입을 모으며 “노후된 아파트이다 보니 이젠 불편사항들이 많아 살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호기롭게 출발한 재건축…‘분담금 부담’ 및 서울시 정책에 지지부진

각종 시설의 노후화로 주민 불편이 가중되자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4월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지난 2010년 2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2011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의해 ‘신동아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안’이 가결됐다.

▲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무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기존 추진위원장의 사퇴 이후 부위원장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이곳 단지의 재건축은 현재 잠정 중단상태다. 인근 주민들은 “부위원장이 가끔 나와 일을 보지만 규칙적이진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당시 계획안에 따르면 영등포 신동아아파트는 용적률 299.96%가 적용돼 지상 30층 이하 아파트 4개동이 지어질 계획이었다. 가구수는 전용면적 60㎡(약 18평) 332가구, 60㎡~85㎡(약 26평) 이하 262가구로 총 614가구였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던 재건축 사업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 이후 3년 동안 ‘감감 무소식’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추진위원장이 사퇴하며 지금은 부위원장이 추진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재건축 추진위 활동은 사실상 중지된 상태다.

한 아파트 주민은 “전혀 진척이 없는 재건축사업에 대한 주민 불만이 높아지자 부담감을 안은 전 추진위원장이 사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노후화된 아파트에서 누가 살고 싶겠느냐. 주민들 역시 재건축을 희망하는 분위기다”고 운을 뗀 뒤 “구체적인 분담금이 책정된 것은 아니지만 임대주택의 영향으로 분담금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주민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이란 이름 아래 구역만 정해놓고 방관만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특히 재건축과 재개발에 회의적인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모든 재건축 현장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 각 단지의 상황과 변수를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서울시 역시 임대주택을 재건축 단지의 신규물량으로 대체하려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사업 느려지며 불투명해 재건축 사업 집값에 영향 못줘”

영등포 신동아아파트는 4개동 15층 495세대로 72㎡(구 22평형), 87㎡(구 27평형) 등 두 평형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이곳의 시세는 72㎡가 2억8000만원, 87㎡는 2억6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의 시세는 재건축이 불투명한 탓에 이와 관련한 영향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단지의 위치와 교통이 좋고 단지 모양이 직사각형이어서 사업성은 좋은 편이지만 학군의 경쟁력이 부족해 시세가 기대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동의 우수한 학군과 지척이지만 이미 목동은 포화상태라 이곳의 학생들이 그쪽으로 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며 “이 근방에도 학교는 많지만 ‘학교가 많은 것’과 ‘학군이 좋은 것’은 다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