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vs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삼성물산이 개발했다. A, B, C, D, E, F, G 등 7개의 초고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역 앞에 위치한 이 빌딩들은 42층에서 69층까지 지어져 강남 스카이라인의 대표 상징물이 됐다. 2001~2004년에 건축, 모두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재계를 비롯한 연예계 등 유명 인사들의 거주지로 잘 알려진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G동은 69층 규모에 264미터(866피트) 높이다. 단지 모습은 1차(A, B, C, D)와 2차(E, F), 3차(G)가 각기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 3차(G)가 가장 높고, 단지 전체적으로는 3개의 둥근 타원형 형상이다.

타워팰리스는 Q1빌딩, 유레카 타워, 21세기 타워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주상복합이다.

 

이처럼 주거문화와 부의 상징물이 된 타워팰리스의 매매시세가 계속 빠지고 있다. 강남 아파트의 전체적인 매매하락에 원인이 있지만 경기가 나빠진 것이 가격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스피드뱅크의 함종영 팀장은 “2003~2006년에는 타워팰리스 가격이 40~50% 상승하며 주상복합의 인기를 이끌었으나 현재는 그 거품이 빠지고 있다”면서 “강남에 신축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타워팰리스의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와 강남 부촌의 쌍벽을 이루는 단지가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다. 강남구 삼성동 87에 위치한 아이파크는 총 449세대로 3개동으로 건출된 고층 아파트이다. 2004년 3월에 준공돼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주)이 23~46층 규모로 건설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아이파크도 호황기 때는 인기가 좋았지만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열등재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두 곳에 대해 부동산뱅크의 신경희 팀장은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은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의 투자 여부가 가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투자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신 팀장은 또 “높은 교육열로 인해 인근 우성아파트 등지에 투자하면 전세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타워팰리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아파트의 경우도 대형 평형이 많으면 소형 평형 위주인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비싸다. 요즘처럼 소형 평형이 대세인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인기가 떨어진다. 시세 차익에 대한 낮은 기대감과 거래 실종으로 인해 떨어지는 환금성도 고민거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단지라면 기대해 볼 만한 개발 기대감의 부재 ▲열악한 거주 환경 ▲너무 많은 대형 평형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첫째, 재건축단지만한 개발 기대감이 없다.

개발 기대감의 부재에 대해 “일반 아파트는 완공 후 15년이 된 시점부터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많게는 40년인 재건축 연한이 차면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른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끌어온 개포 주공·압구정 현대·대치 은마아파트는 모두 재건축 예정 단지들이다. 하지만 고급 주상복합은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은 거주 환경의 열악함이다. 이는 주상복합이 일반 아파트보다 조경 및 녹지 공간의 부족과 상업 및 준주거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쾌적성 측면에서 단연 불리하다. 거의 고층형 주상복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 평형이 많은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대형 평형이 많으면 소형 평형 위주인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싸다. 요즘의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인기가 떨어진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상복합 인기 회복 가능성은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당분간 주상복합의 인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가장 먼저 회복되겠지만 아파트 보다는 상승 폭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뿐이 아니다. 고층 형태의 중대형 주상복합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주택 노후화로 재건축, 재개발이 가속화되면 도심 주상복합 인기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급 주상복합은 희소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판상형을 채택한 주상복합 ▲냉·난방 효율성과 에너지 효율을 한층 높인 주상복합 ▲전용률을 더욱 높인 주상복합 등이 요즘 인기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판상형은 주로 일반 아파트에 쓰이며 ‘-’자나 ‘ㄱ’자 형태로 한쪽 면을 바라보게 배치한 구조다. 통풍, 환기가 잘되고 전 가구를 남향으로 배치할 수 있다. 성냥갑 형태로 단지 외관이 단조롭고 조망 범위가 좁은 것은 단점이다.

반면 탑상형(타워형)은 주로 주상복합 단지에 활용되며 ‘Y’자나 ‘ㅁ’자 형태로 배치한다. 2~3면이 외부에 개방돼 조망 범위가 넓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외관을 설계할 수 있다.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는 남향으로 배치하기 어렵다.

일례로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주상복합인 호반건설이 판교에 짓는 ‘호반 서밋 플레이스’는 주상복합에 적용되는 ‘탑상형’ 설계 대신 일반 아파트에 자주 쓰이는 ‘판상형’을 채택했다.

또 송도의 ‘아트윈 푸르지오’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장점을 활용한 설계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아파트는 창호도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완전히 개폐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해 냉·난방 효율성을 높였으며, 외벽을 유리로 마감하는 대신 콘크리트 외벽에 창호가 조합된 방식을 채택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이는 관리비를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설계다.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짓는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전용률을 78~79%까지 높여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주상복합에 많이 쓰이는 ‘여닫이’ 창문 대신 ‘미닫이’를 채택해 통풍, 환기 문제도 개선했고, 단지 옆에 들어서는 용산공원 조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열십자(十)형 건물 설계를 채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폐쇄된 단지 개념의 ‘게이티드 하우징(Gated Housing)’ 주상복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보안 및 편의시설을 강화하고 단지 내 시설과 외관이 고급 단독 주택처럼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선진 외국의 경우는 유럽, 미국 등의 주상복합 단지를 보면 층수가 높지 않은 데다 주거 및 상업시설이 공존하면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분양형’보다 ‘임대형’ 비중이 큰 것도 추세이다.

이에 대해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싼 홍콩,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들은 주상복합 단지가 직접적인 근접을 위한 도심 서민형 소형 주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아울러 “초고층 주상복합은 도심 상업지구 내 일부 지역에만 한정시키고 주변 환경을 고려한 중층과 저층의 소형 임대 중심 주상복합 단지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풍수 지리학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리는 과룡처”

도곡동은 풍수 지리학에서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위치가 용의 ‘허리’에 올라탄 모양새다. 때문에 기운이 흘러가는 통로이다.

 

당연히 땅 기운이 너무 강하고 제대로 그 기운을 이용하기 어려운 모양새라는 분석이 풍수가들에게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박정해 정통풍수지리학회 이사장은 “도곡동은 우면산에서 시작된 기운이 대치동으로 흘러가는 능선 허리에 있다”며 “풍수지리의 과룡처(過龍處, 용이 지나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고압선 중간에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땅 기운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더불어 도곡동의 또 다른 고가 아파트인 ‘도곡 렉슬’ 아파트도 땅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는 평이다.

전항수 풍수지리원 연구원장은 “도곡동은 우면산에서 시작된 땅의 기운이 매봉산을 거쳐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양재천에서 가까운 건물들이 배산임수가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물길이 감싸고 돌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양재천과 떨어진 곳이 더 좋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최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용되는 타워팰리스도 풍수에서는 좋은 점수를 못받고 있다.

박 이사장도 “타워팰리스 자리는 과거에 논으로 일종의 골짜기였다”며 “땅 기운이 강하면서도 땅 기운이 또한 모이기 어려운 자리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