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은 어디에서 생겨난 말일까?

우리나라는 삼국 시대에 이미 매 사냥을 했다. 고려 때 몽고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사냥매인 ‘해동청’을 공물로 바치게 했다.

고려에서는 공물로 바칠 매를 잡아 기르기 위하여 사냥매 사육 담당 부서인 ‘웅방’이라는 관청을 두었고, 이러한 까닭으로 매 사냥은 귀족들에게까지 매우 성행했다.

매 사냥은 주로 북쪽 지방에서 많이 했는데, 사냥매의 주인을 ‘수알치’라고 한다.

수알치는 사냥매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자기 매의 꼬리 쪽에다 쇠뿔을 얇게 깎아 만든 이름표를 달았다. 이 이름표를 평안북도 말로 시치미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매를 잡으면 이 시치미를 떼어 버린다. 그리고는 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된다고 하여 ‘시치미를 뗀다’라는 말이 생겼다.

주로 ‘알고도 모른 체하는 사람’이나 ‘어떤 일을 하고도 안 한 체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브랜드(brand)라는 단어가 앵글로색슨족이 불에 달군 인두로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물을 표시했던 데서 유래했듯이 우리말의 ‘시치미’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시치미(브랜드)는 다른 소유자와의 ‘차별적인 긍정적 각인의 도구’로 이해할 수 있다.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 번귀거래사’와 왕엽이 지은 ‘도화녀’에 나온 말로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쩔쩔매는 모습’을 뜻한다.

‘자기기인(自欺欺人)’이란 말도 떠오른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모린각(牛毛麟角)’이란 말도 있다. ‘배우는 자는 소털처럼 많으나 성공하는 사람은 기린의 뿔만큼 아주 드물다’라는 의미다.

‘시화연풍(時和年豊)’이라는 좋은 말도 기억난다.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올 한해 우리는 벌써 많은 사건을 겪었다. 그러나 속 시원하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 사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매우 크다.

한마디로 아직도 우리에게는 진실을 감추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너무 많아 나열하기조차 벅찰 정도다.

모쪼록 금년 한 해는 이제부터라도 ‘시치미를 떼지 말고, 장두노미나 자기기인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빠른 시일 내 시화연풍할 것이고, 우모린각하지 않겠는가.

데스크의 조그만 바람이 그저 공허해지지만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