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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쾌감, 프라모델…수집욕·향수 자극, 재테크 수단

유명인도 열광, 시장 2천억…마니아 “6천만원 투자” 한정판은 부르는 게 값

이경엽 기자(yeab123@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11-11 00:03:52

▲ 최근 프라모델을 취미로 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프라모델 인구는 약 7만명,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에 근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국산 T-50 고등 연습기의 모형.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프라모델 시장이 주목되고 있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 모델의 줄인 말이다. 프라모델 키트의 가격은 싼 것은 몇 천원대부터 비싼 것은 수십만원대에 이른다. 완성품의 경우 수백만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라모델 시장의 규모는 2000억원에 근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프라모델 기업은 반다이코리아와 한국타미야 그리고 아카데미코리아 등이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반다이코리아의 매출액은 약 805억원(2014년 4월~2015년 3월. 일본 회계 기준)이며 아카데미과학은 약 355억원이다.

한 프라모델 업계 관계자는 “공시에서 찾을 수 없는 한국 타미야를 포함해 에이스모델 등 국내 중소업체들의 매출액을 모두 합치면 2000억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프라모델을 즐기는 인구 역시 적은 편은 아니다. 프라모델은 크게 캐릭터 프라모델과 스케일 프라모델으로 나뉜다. ‘건프라’로 대표되는 캐릭터 프라모델을 즐기는 인구는 동호회 카페 가입인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며 약 6만~7만명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스케일 모델은 비교적 적어서 약 1만5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양쪽을 모두 즐기는 인원이 5000명 정도로 추산돼 우리나라에서 건프라를 즐기는 인구는 전체 약 7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 모델의 일본식 조어로 합성수지계 플라스틱을 이용한 금속주형 사출 조립모형을 가리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용하는 명칭이다. 1990년대 후반 프라모델이라는 말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주로 ‘조립식’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며 국립국어원에서는 ‘조립모형’이라는 말로 순화했다.

유럽이나 미주 등지에선 그냥 모델 킷(model kit) 또는 하비 모델 킷(hobby model kit)이라 부르며 인젝션(injection·사출) 킷이라고도 한다. 영국의 경우 에어픽스 키트(airfix kit)라고도 불린다.

현실 재현의 스케일 프라모델…SF나 로봇 등 캐릭터 재현의 캐릭터 프라모델

스케일 프라모델은 현실에 존재하는 자동차·탱크·비행기·배 등을 대상으로 한다. 프라모델의 역사는 사실상 스케일 프라모델로 시작됐다고 봐야하며, 넓게 보면 모델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축소모형도 일종의 프라모델로 볼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케일 프라모델의 경우 개인의 수집욕을 간접적으로나마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전투기인 ‘F22랩터’의 경우 실제 단가는 약 2000억원에 달하는데 반해, 시중의 프라모델 가게에서 판매하는 1:72 크기의 모형의 경우 약 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람보르기니나 포르쉐 등 억 소리나는 슈퍼카 들도 모형이지만 싼 값에 개인이 가질 수 있다.

▲ 스케일 프라모델은 현실에 존재하는 자동차·탱크·비행기·배 등을 대상으로 한다. 프라모델의 역사는 사실상 스케일 프라모델로 시작됐다. 스케일 프라모델의 경우 개인의 수집욕을 간접적으로나마 채울 수 있다. 사진은 F22 랩터 모형. ⓒ스카이데일리

캐릭터 프라모델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대상으로 하며 주로 로봇 류가 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스타워즈와 같은 SF에 나오는 캐릭터를 3D모형화해 조립 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건프라는 사실상 캐릭터 프라모델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 프라모델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건프라는 ‘건담 프라모델’의 줄인 말로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프라모델로 만든 것이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1979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을 통해서 시작된 로봇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다. 건프라는 이 35년 동안 방영된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1000종이 넘는 로봇들을 프라모델로 만든 것이다.

70만원이 250만원으로…한정판 건프라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대로

지난 2012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프라모델 매니아는 “지금까지 600여개의 건담 프라모델을 모았으며, 건담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한 돈은 6000만원 이상이다”라며 “70만원 짜리 건담이 현재 250만 원으로 올라 재테크의 효과가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 한 프라모델 전문가는 프라모델의 가격에 대해 “당연히 실제 전투기나 자동차 보다는 매우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값이 싼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건프라의 경우 제일 싼 것은 몇 천원대도 있지만 비싼 것은 수십만원대의 제품군도 있는 등 가격이 낮지 않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프라모델을 조립하면서 스케일 모형 같은 경우 해당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대리만족 할 수 있어 수집벽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며 “하나를 구입해서 조립하는 그것으로 만족을 하지 못하고 계속 구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일본의 반다이남코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한정판으로 발매된 종류의 모형은 절대로 다시 출시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한정판으로 출시된 건프라의 경우 종류에 따라 수백만원에까지 이르는 등 부르는 값이 가격”이라고 했다.

▲ 건프라는 ‘건담 프라모델’의 줄인 말로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프라모델로 만든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1000종이 넘는 로봇들을 프라모델로 만들었다. 사진은 건담 RX-78-1와 RX-78-2 모형. ⓒ스카이데일리

조립할 때 손맛과 과거 향수 및 성취감이 장점

용산의 한 프라모델 매장의 관계자는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이라며 “매장에서 즉석으로 조립 할 수 있는 탁자가 마련돼 있어 몇 시간을 앉아서 만드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프라모델 전문가는 프라모델 조립의 장점으로 조립 쾌감과 과거의 향수를 든다고 전했다. 그는 “조립을 하면서 부품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그것을 조립하는 손맛 즉 조립 쾌감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프라의 경우 어릴 적 보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직접 조립함으로써 과거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 외에도 성취감 또한 장점으로 들었다. 이씨는 자신이 직접 만들고 있는 건프라의 모형 사진을 보여주며 “이 모형을 여기까지 만드는데 몇 주가 걸렸고 앞으로도 그만큼 걸릴 것”이라면서 “사람이나 모형에 따라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다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하다”고 했다.

매장에 만난 한 30대 남성은 “어릴 적 조립식 모형을 만든 추억이 있다”며 “SM 이수만 사장, 최현석 쉐프, 배우 이시영 등 유명한 연예인들 중에서도 프라모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걸 알고 프라모델에 관심이 더 간다”고 답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예전에 한 가상연예 TV프로그램에서 당시 유명 여자연예인이 프라모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것을 보고 프라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최근 건프라 키트를 조립했는데 계속 조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