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 황손, 우리 혼 황조를 세워야죠”

“저는 대한민국 황제, 우리 혼 황조를 세워야죠”
샐러리맨 출신 ‘대한제국 황실 적장자’…잃어버린 왕조 500년 ‘살아있는 후손’

이경엽기자(yeab123@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3-08 18:45:01

▲ 황사손 이원(사진) 대한황실문화원 이사장은 고종황제의 후손이다. 고종의 아들 순종의 태자는 영친왕이고, 영친왕의 적장자가 회은황세손 이구다. 그러나 회은황세손이 지난 2005년 7월 후사 없이 서거하자,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은 황실회의를 통해 이 이사장을 회은황세손의 양자로 입적시켜 황사손으로 추대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제 중심으로 살아오다보니 그동안 한민족 고유의 사상과 철학이 많이 퇴색됐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치인 예(禮)를 복원하기 위해 대한제국 황실의 적장자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지난 3일 황사손 이원(본명 이상협·54) 대한황실문화원 이사장을 서울시 종로구 이화회관 내 대한황실문화원에서 만났다. 이 이사장은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증손자다. 황사손은 황실의 적통을 잇는 자손을 뜻한다.

조선의 마지막 왕은 순종이다. 순종의 황태자는 영친왕인데, 영친왕의 적장자가 회은황세손 이구다. 그러나 회은황세손이 지난 2005년 7월 후사 없이 서거하자,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하 종약원)은 황실회의를 통해 이 이사장을 회은황세손의 양자로 입적시켜 황사손으로 추대했다.

이 이사장은 종약원 총재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 1966년 대한제국의 황태자인 영친왕이 귀국했을 당시 종약원은 영친왕을 총재로 봉대(奉戴)했다. 이후 종약원 총재는 대한제국 황실 직계 후손이 맡는 직책이 됐다.

“저는 고종황제의 증손자입니다. 고종황제는 직계 후손으로 순종황제, 영친왕, 의친왕을 포함해 9남3녀를 뒀습니다. 제 부친은 의친왕의 9번째 아들이십니다. 저는 광복 이후인 1962년에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집안 어르신들을 통해 제가 대한제국 황실의 핏줄을 타고 났다는 의식은 늘 있었죠”

▲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위치해 있는 이화회관 3층에는 황사손 이원 이사장이 집무하는 대한황실문화원이 있다. 이 사무실에는 고종황제어진(벽면 왼쪽)이 있다. 고종황제는 그에게 증조부가 된다. ⓒ스카이데일리

이 이사장은 1981년 상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11월 미국으로 건너가 1983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케이블 방송사 홈박스오피스(HBO)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한 후 1990년 귀국해 현대전자 뉴미디어 사업본부에 입사했다. 이후 금강기획, 현대방송, 현대 홈쇼핑의 프로듀서를 맡다가 황사손으로 책봉된 2005년 디지털 방송본부장으로 퇴직했다. 그의 인생은 황사손으로 책봉된 이후 전혀 달라졌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꿈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선망 직업인 PD를 거쳐 방송본부장까지 열심히 일했죠. 제 꿈은 회사의 대표이사를 거쳐서 제 사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제 논리에 함몰돼 민족의 정신적 자산을 잃어버린 것이 문제”

“최근 5년 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국민들의 역사 인식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카이데일리

최근 서울시는 옛 국세청 별관 터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로 발표했다. 원래 그 터는 영친왕의 친모인 순원황귀비 엄씨의 사당이 있던 자리다. 경운궁에서 있던 대한제국역사관을 복원하거나 중명전을 문화유산국민신탁으로 관리하는 등 역사의 관광자원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논리로 밀어붙이는 개발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는 바가 많습니다. 경복궁 옆에 호텔을 짓겠다고 나서는 등 대기업의 경제 논리에 파묻혀 역사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민의 정신적 자산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경제논리가 잠식해가는 것을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었다.

“물론 자본주의가 경제 논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우리가 이만큼 부를 이룬 것도 자본주의 때문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 논리에만 함몰돼 우리가 민족의 정신적 자산을 잃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문화의 원형을 복원시키고 민족의 전통사상·가치관을 되살려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황사손이 현대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중심 철학에서 벗어나 민족의 존엄성과 자긍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전통사상이나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통사상의 중심에 예(禮)가 있다고 봅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不欲勿施於人)으로 대표되는 예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이사장은 예로 대표되는 전 사회의 가치관을 복원시키기 위해 전 국민의 지식 수준을 향상시키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조선왕실은 궁궐에서 충·효의 가치관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왕실의 중요한 가치관인 충·효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궁궐이 민족의 존엄성과 자긍심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 할 수 있지요”

▲ 황사손 이원 이사장은 대한황실문화원 이사장뿐만 아니라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총재이기도 하다. 영친왕이 귀국 후 받았던 총재 자리는 영친왕 붕어 이후 회은황세손을 거쳐 현재는 황사손인 그가 맡았다. ⓒ스카이데일리

내달 29일부터 궁중문화축전 열려…‘어제시사진전시회’ 세계 순회 전시

이 이사장은 조선왕실 행사를 복원해 지속적으로 열면 정적 공간인 궁궐을 ‘움직이는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왕실문화의 복원을 통해 우리가 부족한 전통 콘텐츠를 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민들에게 우리의 것을 가르쳐주기 위한 교육재단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내달 29일부터 5월8일까지 10일간 열릴 예정인 ‘궁중문화축전’입니다”

‘궁중문화축전’은 서울시내 4대궁과 종묘를 역사적 고증과 의의를 통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복원하고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에게 우리 역사와 왕실의 고유성을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14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궁중문화축전’은 지난해 정식으로 1회 행사가 열렸습니다. 문화재청과 총 10회를 진행하기로 확정한 상태입니다. 10년 안에 이 행사를 키워 세계 왕실엑스포로 확대시키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왕실을 초청해 각 왕실의 콘텐츠를 보고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 계획입니다”

올해 궁중문화축전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어제시사진전시회’다. 조선의 역대 임금들이 지은 시문을 모은 책인 ‘열성어제(列聖御製)’에서 가려 뽑아 한글로 번역해 전시한다.

“물론 시문만 전시하면 흥미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시사진전시회’라고 해서 사진과 함께 전시합니다. 이 사진들은 지난 3년간 4대궁과 종묘에서 왕의 시선으로 건물 안에서 밖을 향해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 전시회는 오는 5월8일까지 국내에서 전시되고, 이후 6월 2일부터는 미국 뉴욕의 UN본부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논의중이다. 대한황실문화원은 대한제국 황실의 문화와 사상을 중국·일본 등 해외에 알리기 위해 세계 순회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부인인 유순택 여사가 UN 본부에서 바자회를 여는 동안 ‘어제시사진전시회’를 전시하고 그 수익은 유네스코에 기부하는 것을 논의중입니다. UN 본부에서 전시가 끝나면 전세계 24개국의 한국 문화관에서 순회 전시할 계획입니다”

▲ 이원 이사장은 황사손의 역할 중 하나가 점차 사라져가는 민족의 전통적인 가치와 철학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황사손이 되기 전까지 방송국 PD를 거쳐 회사의 본부장을 하고 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그는 본인의 방송 경력을 살려 황실 관련 교육방송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학교법인 설립, 교육방송 제작이 목표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대한황실문화원을 세운 이유의 하나입니다”

사단법인 대한황실문화원은 조선왕실과 대한제국황실을 통해 전승돼온 유·무형의 문화적 소산물을 발현시키기 위한 단체다. 이들은 전통문화의 현대화 및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국가문화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한황실문화원은 50여명의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모인 사단법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육 콘텐츠를 일종의 학교법인을 만들어 교육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향교와 사원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협업해 관광이나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황실문화원은 교육재단의 구현을 위해 인터넷방송을 만들 생각이다. 특히 이 이사장은 방송국 PD를 했던 경력을 살려 교육재단의 콘텐츠를 갖고 방송 분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