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셔보셨나요”…1조 아침시장 발길이 몰리는 곳

“드셔보셨나요”…1조 아침시장 발길이 몰리는 곳
선발 맥도널드 ‘맥모닝’ 고객 북적…후발주자 롯데리아·버거킹 한산 ‘대조적’

박가영기자(gyp022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5-24 19:29:14

▲ 맥도날드는 지난 2006년 아침 메뉴 ‘맥모닝’을 출시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아침 간편식 시장의 규모가 1조원까지 성장하면서 롯데리아와 버거킹도 뒤늦게 아침 메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맥도날드 따라하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 시계방향으로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매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아침 간편식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롯데리아와 버거킹이 ‘맥도날드 흉내 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토종 브랜드로 인식되는 롯데리아가 부진한 아침 메뉴를 운영할 뿐 아니라 나트륨 함량까지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패스트푸드 아침간편식 원조’에 밀린 롯데리아·버거킹 매장 ‘한산’

기자는 오전 8~9시 사이 서울 신촌 일대에 위치한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을 찾아갔다. 아침 시간대에 방문한 패스트푸드점 빅3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맥도날드에서 고객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리아와 버거킹은 계산대 앞과 매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특히 롯데리아의 경우 아침 메뉴를 먹는 고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리아의 한 직원은 “아침 메뉴 시간에 햄버거를 같이 판매해서 햄버거를 찾는 손님이 더 많다. 주변에 외국인 관광객이 머무는 숙박시설이 많아 아침 메뉴는 주로 외국인 고객이 찾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아침 메뉴를 판매할 때 자사의 다른 메뉴는 판매하지 않는다. 롯데리아는 아침 메뉴, 일반 메뉴를 동시에 판매한다.

패스트푸드 3사 아침 메뉴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비슷했다. 맥도날드를 찾은 조원석씨(27)는 “다른 패스트푸드 아침 메뉴도 먹어봤는데 맛은 확실히 맥도날드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가격이 저렴하다면 다른 곳을 찾을 의향이 있지만, 지금은 맥도날드 아침 메뉴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버거킹에서 만난 이정현씨(26)는 “오늘 처음 킹모닝을 먹었는데 짜고 느끼해 아침 대용으로 먹기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맥도날드의 아침 메뉴가 맛있고 든든한 것 같다”고 전했다.

▲ 아침 메뉴를 판매하는 오전 8~9시경 인접한 곳에 위치한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매장을 방문했다. 같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에는 많은 고객들이 식사 중이었지만, 롯데리아와 버거킹은 2~3명의 고객만이 매장에 앉아있었다. 사진 위부터 신촌에 위치한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매장 내 모습 ⓒ스카이데일리

맥모닝 등 아침 간편식은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TNS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아침 간편식 시장의 규모는 2009년 7000억원에서 최근 1조원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편의점 등 다양한 업체가 앞 다퉈 아침 메뉴를 출시하는 가운데 패스트푸드 주요 업체 3곳도 아침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장 먼저 아침 메뉴를 내놓은 곳은 업계 2위 한국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2006년 업계 최초로 아침 메뉴 맥모닝을 선보이며 아침 간편식 시장 선점에 나섰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맥모닝은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출의 약 1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맥모닝 판매시간이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고, 가격이 300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10%의 매출 비중은 작지 않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맥도날드 매출액은 5652억원이다. 아침 메뉴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10%인 565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1조원 아침 간편식 시장에서 맥도날드가 약 5%의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롯데리아·버거킹 아침 메뉴 ‘고민 없이 맥도날드처럼’ 논란

1위 롯데리아와 3위 버거킹은 맥도날드가 맥모닝을 출시한 지 8년여 만인 2014년이 돼서야 아침 메뉴를 내놓았다. 롯데리아는 새벽 4시부터 11시까지 판매하는 ‘착한 아침’을, 버거킹은 새벽 4시부터 10시까지 판매하는 ‘킹모닝’을 출시했다.

롯데리아와 버거킹은 전체 매출에서 아침 메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롯데리아의 매출액은 2014~2015년 기준 각각 9871억원·9601억원으로 패스트푸드 업체 3곳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버거킹의 매출액은 2526억원·2785억원으로 업계 3위다.

업계 1·3위의 늦은 출발에 대해 요식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맥도날드의 메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나트륨 함량까지 높아 마케팅·개발은 물론 소비자 건강을 위한 노력 면에서도 뒤쳐진다는 평가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버거킹은 아침 메뉴 수부터 차이를 보인다. 맥도날드는 이달 말 기준 세트메뉴 기준 10가지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계속해서 신메뉴를 개발 중인 맥도날드는 지난 3월 ‘토마토 스크램블 에그 머핀’을 출시했다. 반면 버거킹은 5가지, 롯데리아는 4가지 메뉴를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 자료: 각 사. 2016년 5월 24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패스트푸드업체 3곳의 아침 메뉴 구성은 대체로 빵, 달걀, 베이컨 등으로 구성된 머핀(빵의 일종)이 기본이다. 여기에 음료, 사이드 메뉴가 추가된다.

가격은 기본단품일 때 △맥도날드 에그맥머핀 2500원 △롯데리아 햄에그머핀 2400원 △버거킹 킹머핀 24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세트메뉴의 가격은 대개 3000원대다.

구성도 가격도 비슷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달랐다. 가격 대비 메뉴가 다양하고 맛이 보장되는 맥모닝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 의견이 여럿 나왔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기본 단품 메뉴를 직접 구매해 비교해봤다. 그 결과 구성, 중량에서 맥도날드가 우위를 점했다. 맥도날드 에그맥머핀과 롯데리아 햄에그머핀의 구성은 빵, 달걀, 치즈, 햄으로 같았다.

중량은 에그맥머핀과 햄에그머핀이 각각 145g, 133g으로 롯데리아가 더 가벼웠다. 버거킹의 킹머핀은 다른 제품보다 크기가 컸지만, 중량이 117g에 불과했다. 구성도 두 곳과 달리 빵, 달걀, 치즈로만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는 “3곳의 햄버거 업체의 메뉴 구성과 가격이 매우 비슷하다. 후발주자인 롯데리아와 버거킹이 메뉴와 가격 면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맥도날드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발업체 불구 개발 마케팅 뒤진데다 나트륨 함량도 높아”

맥도날드는 매출 1위임에도 아침 메뉴에 대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롯데리아와 버거킹은 진행 중인 아침메뉴 관련 마케팅이 거의 없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는 신메뉴 출시와 더불어 매년 3월 에그맥머핀을 무료로 제공하는 ‘내셔널 블랙퍼스트 데이(National Breakfast Day)’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22일 전국 400여 개 매장에서 4번째 내셔널 블랙퍼스트 데이가 열렸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한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침 메뉴는 역시 맥도날드 맥모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식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리아가 아침 메뉴 경쟁에서는 외국 브랜드에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도날드·버거킹은 태생이 미국이며 한국법인은 각각 미국맥도날드, 홍콩계 사모펀드가 소유했다. 반면 롯데리아는 일본에서 태어나 대주주가 한국·일본 롯데 계열사들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토종 브랜드로 인식돼 있다.

▲ 패스트푸드 3사의 아침 메뉴 세트의 구성은 머핀, 음료, 사이드메뉴(해쉬브라운)로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기본 단품 메뉴를 직접 구입해 확인한 결과, 내용물과 중량에서 ‘맥모닝’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롯데리아 ‘햄에그머핀’, 맥도날드 ‘에그맥머핀’, 버거킹 ‘킹머핀’ ⓒ스카이데일리

롯데리아와 버거킹은 아침 메뉴 개발에도 뒤쳐졌지만 나트륨 함량까지 더 많았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패스트푸드 아침 메뉴 개선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아침 메뉴의 높은 나트륨 함량과 짠 맛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49.5%로 가장 높았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머핀 종류와 해쉬브라운으로 구성된 패스트푸드 아침 세트메뉴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190.11㎎으로,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의 약 60%를 차지한다.

단품으로는 버거킹의 ‘킹베이컨머핀 세트’의 나트륨 함량은 1341.7㎎, 이어 롯데리아 ‘소시지에그머핀 세트’ 1328.5㎎, 버거킹 ‘킹햄머핀 세트’ 1296.7㎎, 롯데리아 ‘베이컨소시지 에그머핀 세트’ 1294.6㎎ 순이었다.

나트륨 함량이 가장 적은 제품은 맥도날드 ‘베이컨에그맥머핀 세트’ 984.7㎎였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현재 판매되는 아침메뉴의 나트륨 함량을 10~20% 정도 줄였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타 패스트푸드 업체도 나트륨 함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침 메뉴에 대해 3사의 입장은 제각각이었다. 장고은 맥도날드 홍보팀 과장은 “머핀에 사용되는 달걀은 주문이 접수된 후 바로 조리에 들어간다. 맥도날드의 식재료는 기본적으로 질이 높은 편이라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재료의 질과 신선도를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맥도날드는 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거킹 홍보 담당자는 “버거킹은 항상 소비자들에게 더 맛있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리미엄 버거 메뉴뿐만 아니라 아침 메뉴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업계 1위 롯데리아 측은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