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위 전설 ‘펀드 장관님’ 100억대 빌딩샀다

2조 자산 10년만에 66배 기염…펀드도 신화 100억대 이익 ‘돈장사 돈벼락’

최성규기자(powwow12@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9-02 00:07:48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도박과 투자의 공통점이다. 높은 수익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사모투자펀드(PEF)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투자다. 그러나 사상 초저 금리와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수익이 나는 PEF로 돈이 몰리고 있다. 실제 국내 PEF 약정액(운용자 요구시 투자자가 PEF에 출자하기로 약정한 금액)이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국내 도입 당시 4000억원 규모였던 PEF 약정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60조30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첫 60조원을 넘어섰다.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이 PEF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PEF 설정액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2조원을 굴리는 중견 PEF로 성장했다. 스카이레이크의 수장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면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대표다. 스카이데일리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진대제 대표를 취재했다.

▲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국내 대표적인 ICT전문가로 ICT전문 사모펀드를 잇달아 성공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회사 설립 10년만에 스카이레이크는 사옥을 마련해 본사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진대제. 일반인에게는 아직까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이하·스카이레이크) 대표보다는 전 전통부 장관이나 삼성전자 전 사장이 더 익숙한 호칭이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스카이레이크의 전신)가 2006년 10월 설립됐으니 진 대표는 10년째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스카이레이크는 미국 IT전문 투자기업인 ‘실버레이크’를 벤치마킹했다. 진 대표는 백두산 천지를 뜻하는 스카이레이크로 사명을 삼았다. 천지의 기운을 받아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아직 업계 1위는 아니지만 지난 10년 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2006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해 지인들에게 투자를 받아 316억원 규모의 1호 벤처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일명 ‘진대제 펀드’로 알려진 스카이레이크는 지금까지 다양한 펀드를 만들어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증강현실 어플리캐이션 개발업체 월라웍스, 리듐전지 제조업체 코캄, 광학회사 옵티스, 온·오프라인 교육콘텐츠 기업 KG패스원 등에 단독 혹은 공동으로 투자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스카이데일리

지난 10년간 진 대표가 잘 아는 분야에 투자했던 스카이레이크는 최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지난달 인수한 국내 1위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코리아다.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해 57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향후 기업 가치를 제고해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스카이레이크 투자자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가다. 이들이 맡긴 뭉칫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ICT 분야가 좁기 때문에 본인 전공이 아닌 분야로 손을 뻗은 것으로 풀이됐다. 스카이레이크는 그동안 우정사업본부와 행정공제회, 국민연금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6월 스카이레이크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대규모 기업 거래를 주로 하는 라지캡(대기업 투자) 부문 운용사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으로부터 2500억원 이내로 출자를 받는다. 스카이레이크는 국민연금 출자금을 토대로 올해 안에 5000억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10호 펀드에는 KEB산업은행 1000억원, 지방행정공제회 400억원, 군인공제회 300억원, 대구은행 200억원, 과학기술인공제회 150억원, 전문건설공제조합 100억원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포함돼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6년 3월 기준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레이크는 현재 코에프씨스카이레이크그로쓰챔프2010의5호, 스카이레이크제5호, 스카리레이크글로벌인큐베스트제2호, 코에프씨스카이레이크글로벌윈윈1호, 스카이레이크신성장바이아웃 등 10개 안팎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운용 자산(AUM)은 2조원으로 2006년 출범 당시(316억원)에 비해 63배나 불어났다. 영업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시작한 2009년 영업수익은 33억원이었다. 이듬해에는 67억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중소기업에 투자한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바이아웃에 강점이 있는 PEF로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수수료 등으로 발생한 영업수익은 138억원을 기록했다. 초창기 어려움을 이겨낸 이후 2010년부터 지금까지는 한번도 당기순손실을 내지 않았다.

100억대 빌딩 매입 후 증축 리모델링…사옥으로 사용 예정

스카이레이크는 최근 빌딩을 매입했다. 대지면적 844.3㎡(255평), 지상 4층 규모다. 위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이다. 대로변(논현로)에 있지만 양쪽 지하철역으로부터 멀어 땅값이 비싼 곳은 아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매봉역에서 각각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매입한 빌딩 용도에 대해서 스카이레이크 관계자는 “사옥용으로 쓰기 위해 빌딩을 매입했고, 조만간 이사를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 [사진=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전 소유자는 반도체 관련업체인 넥스트칩이다. 넥스트칩은 사옥용도로 쓰려고 지난 2008년 11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그러나 본사 직원이 늘고 장비가 늘면서 사옥 이전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2013년 본사를 판교로 옮기면서 적당한 매수자를 찾고 있다가 스카이레이크에 108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강기섭 빌딩맨 대표는 “이곳은 평당 4000만원에 거래되는 곳으로 매각가 108억원은 건물값 포함 평당 약 4228만에 거래된 것으로 스카이레이크는 적정한 가격에 빌딩을 매입했다”며 “바로 옆 3-3번지와 7번지는 지난해 8월 평당3762만원씩 91억5000만원에 매각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득세 등 비용 5%를 감안하면 취득원가는 113억4000만원이다. 근저당을 잡은 금액이 75억원 가량이기 때문에 실투자금은 38억4000만원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에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감안하면 실투자금은 30억대 초반일 것이다”고 전했다.

스카이레이크 빌딩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이다. 3종주거지역에 용적율 약 161% 적용받아 연면적 1361.8㎡(412평)으로 지어졌다. 약 89%의 용적률 여유가 있어 리모델링과 증축을 동시에 할 경우 이론상 연면적 2105(637평)㎡ 건물로 변경될 수 있다.

그러나 스카이레이크 사옥은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않고 195%를 적용해 지상5층과 옥탑층 증축으로 연면적 1672㎡의 건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스카이레이크 직원은 20명 정도로 알려졌다. 따라서 건물 전체가 아닌 일부가 사옥으로 임대되고 나머지 부분은 임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3월 사업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했다.

국내 최고의 스펙왕, 삼성 반도체 신화 주역 300억원 포기하고 공직 수락

금융권 출신이 아닌 진 대표가 이끄는 스카이레이크는 IT전문 사모펀드로도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진대표의 뚝심과 이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진 대표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와 정통부 장관을 지낸 국내 대표적인 IT 전문가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는 엘리트의 전형이다. 이보다 더 좋은 스펙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스팩을 자랑한다. 그는 경기고를 전교 6등으로 졸업했고 서울대 공과대 차석 입학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비유학생 1호로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학대학원(MI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메사추세츠주립대학 시절 2년간 수강한 전과목에서 A를 받은 사실은 학교 전설로 남았다.

▲ ⓒ스카이데일리

박사 과정을 위해 스탠퍼드대학에 진학해서는 당시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새 부리 성장현상’에 대한 물리적 해석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의 논문은 ‘진대제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반도체 참고서에 수록될 정도로 뛰어난 논문으로 평가받았다. 진 대표가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박사를 딴 것은 불과 31세 나이였다.

진 대표는 1983년 5월 미국 IBM의 두뇌인 왓슨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세계최고의 반도체기술을 배우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2년 후 대학 선배가 있는 삼성반도체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반도체의 불모지였던 삼성에 들어긴 진 대표는 16MD램 개발을 주도해 삼성을 반도체 메모리 사업 세계 1위로 만들어 놓았다. 2000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으로 부임하며 디지털 TV로 소니와 승부를 벌여 결국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삼성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 참여정부 초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정통부장관직을 수락했다. 더욱이 일주일만 더 근무하면 300억원 가량의 스톡옵션을 받기로 돼 있던 개인적 부를 포기한 결정이었다.

퇴임 후에는 카이스트의 석좌 교수로 있으면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스카이레이크를 설립해 투자전문가로 변신을 꾀했다.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한 진 대표는 흙수저로 태어나 성공한 자수성가의 전형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