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풍토가 확산되면서 소비문화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언택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외식이나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덕분에 배달 문화가 활성화됐고 자연스럽게 배달대행 어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 이용객은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둘러싼 시스템 방만운영 논란이 불거져 나와 여론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용자가 해당 음식점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시스템인 ‘리뷰’를 조작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책임의 화살이 시스템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리뷰 조작 사례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배달의민족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짜 리뷰를 보고 주문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배달앱의 특성 상 해당 점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리뷰에 의존해 음식을 주문할 수밖에 없는데 리뷰 자체가 조작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뷰 조작은 보통 음식점이 직접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하거나 특정 업체에 대행을 맡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별점을 높게 줄 경우 음료수, 사이드메뉴 등을 무료로 주는 식이다.

 

배민 회원인 이종석(남‧가명) 씨는 “족발이 윤기도 좔좔 흐르고 야들야들하니 참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주문했는데 실제 음식은 퍼석퍼석하고 맛이 없었다”며 “족발 같은 경우에는 다른 배달 음식보다 단가가 센 편이라 리뷰를 보다 더 꼼꼼하게 살피게 되는데 4만원을 날린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민 VIP회원인 김수현(남‧가명) 씨는 “자취를 하다 보니 배달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며 “가끔 일부 업체에선 음식을 먹어보기도 전에 별점 5개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곳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별점 5개를 부여하면 음료수나 사이드메뉴 등을 서비스로 주곤 한다”고 덧붙였다.

 

배민 VIP회원인 박예진(여‧가명)씨는 “맛있다는 리뷰를 믿고 피자를 시켰는데 막상 받아보니 피자에 있는 치즈와 빵이 다 말라 비틀어져있어 오래된 음식 같았다”며 “그 피자를 먹고 심지어 배탈이 났다”고 말했다.

 

배민 일반회원인 이수지(여‧가명) 씨는 “평소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 마땅한 정보가 없다보니 리뷰를 보고 주문하는 편이다”며 “요새는 마스크 품귀현상 때문인지 별점 5개를 주겠다고 약속하면 마스크를 사은품으로 넣어주는 업체도 있어서 리뷰를 믿어도 될지 잘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배달앱 리뷰 조작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은 시스템 운영사를 향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역시 화살을 피해가진 못하는 모습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운영사 자체적으로 리뷰 조작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곤 하나 리뷰란 삭제 등 시스템 개선 없인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9월 ‘부정거래감시팀’이라는 전담 조직을 편성하고 자체적으로 음식점 리뷰를 모니터링 중이다. 부정거래감시팀은 주민등록번호 대체 식별번호인 CI(Connecting Information)를 기준으로 주문대비 리뷰 작성율, 리뷰 수 증가율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해 매일 올라오는 수십만 건의 리뷰를 검수하고 있다.

 

CI는 스마트폰 등 기기마다 한 개씩 부여된다. 하나의 CI가 여러 계정으로 일정 시간동안 많은 주문을 하고 리뷰를 남기면 가짜 리뷰로 의심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약 2만건의 가짜 리뷰를 적발해 조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가짜 리뷰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한 리뷰 검수 기능을 도입했다. AI가 모든 리뷰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노출 여부 △음란성 △부적절한 내용 포함 여부 등을 1차 분류한다. 이후 검수 전담팀이 위험 리뷰로 분류된 리뷰를 살펴 조치를 취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달의 민족 내에서는 리뷰 조작 시도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적으로 리뷰를 조작하는 업체는 적발할 수 있지만 개별 소비자가 업체들의 요청을 받고 남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AI로서도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뷰 자체가 개별 소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허위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소비자 주도적 정보원인 구매후기를 많이 보는 편이다”며 “소비자 주도적 정보원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신뢰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에 있어서 리뷰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 리뷰가 많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공정위에서는 처벌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며 “그럼에도 가짜 리뷰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만큼 시스템 개선과 리뷰 작성자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리뷰 조작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이 좋은 플랫폼이 되려면 음식점들이 음식 맛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리뷰의 신뢰도가 필수다”며 “불법 리뷰에 대한 감시와 적발 기능을 강화해 누구나 믿고 쓸 수 있는 앱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