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구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 보증금 3억원, 월세 11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계약당시 가게 주변에 유동인구도 많고 상권도 좋아 높은 매출을 유지했지만 언제부턴가 주변 상권 활기가 떨어지더니 올해 초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연일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A씨는 임차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지난 5월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는 전문위원인 감정평가사 조사 후 위원회를 개최하고 6월~8월 3개월간 10% 인하한 월990만원을 제안했다. 임차인도 이에 합의해 조정이 완료됐고 현재의 상황이 지속 될 경우 9월 이후에도 월990만원 이하로 임대료를 정하기로 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안건은 총 86건으로 조정위원회가 열린 32건 중 28건(88%)이 합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임대료였다.

 

분쟁유형을 살펴보면 3건 중 1건이 임대료(28건, 33%)로 전년도 16%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권리금(17건, 20%), 수리비(14건, 16%) 분쟁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에 접수된 총 86건 중 32건이 조정위원회를 통해 28건이 합의된 가운데 24건은 조정 진행 중, 30건은 피신청인 참여거부 등으로 인한 각하 상태다. 조정신청인은 임차인이 69명(80%), 임대인이 17명(20%)이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임대료 감액청구’도 23건에 달했다. 임대인이 주변시세 보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는 경우 조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쟁조정위 위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임차인 대면 상담 등을 통해 조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의 의사는 있지만 금액을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 의견이 상충할 경우 ‘서울형공정임대료’를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상반기 ‘임대료 감액청구’ 신청 중 조정합의에 이른 것은 총 5건, 진행 중 5건, 각하 13건이다. 각하된 13건 중 6건은 주변시세 등을 반영한 ‘서울형 공정임대료’를 한 번 더 제시해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서울형 공정임대료’는 서울 주요상권 150개 핵심거리, 1만5000개 점포의 임대료·권리금 등에 대한 빅데이터와 최근 주변 시세 등에 기반 해 산정한다. 상가에 대한 적정임대료로 분쟁해결을 위한 객관적 지표로 활용가능하다. 또한 추후 분쟁이 소송으로 확대될 경우 소송절차상 입증 근거가 될 수 있다.

 

‘서울시 분쟁조정위’는 변호사·감정평가사·건축사·공인회계사·교수 등 3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다. 상가임대료 조정·권리금, 계약갱신·해지, 원상회복 등 상가임대차와 관련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임대인과 임차인 의견을 청취해 대화와 타협으로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비용은 무료다. 올해는 전문위원 28명을 추가로 확보, 총 58명의 전문가가 해결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2년 6개월간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은 총 420건으로 이중 227건에 대한 조정을 완료했다. 이 중 202건(89%)은 합의를 통해 조정됐다. 특히 분쟁조정위의 합의는 임대인·임차인 모두에게 법원 판결과 동일한 강제집행 신청 등 법적 구속력이 있다.

 

또한 여름장마철 기간 상가임대인과 임차인 분쟁이 급격히 높아지는 ‘누수책임소재확인’ 서비스도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공정임대료’ 확대 등 전문가의 합리적 조정으로 임차인 권리를 구제하고, 이를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상가거래문화 안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