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아짐키아’ 유튜브가 뜨는 이유

박선옥 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10-02 00:02:43

지난달 21일 유튜브에는 구독자수 20만 돌파를 기념하는 한 유튜버의 영상이 올라왔다. 요즘 ‘핫’하다는 유튜버 ‘팀아짐키아(Team Azimkiya)’가 만든 ‘방글라데시 한국 친구 영원히 200K Special Celebration Video’이다.

조회수 40만을 넘긴 이 영상은 팀의 리더인 방글라데시 청년 한명이 6명의 소년들과 함께 한국과 방글라데시 애국가를 틀어놓고 거수경례를 하는 등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후 ‘방글라데시 한국 친구 영원히’라는 문구를 반복해 외치고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방글라데시 현지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팀아짐키아’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 고객의 요청을 받아 제작하는 ‘맞춤형 한글 메시지 배달 서비스’ 유튜브 채널이다. 이들은 G메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주문 받아 그 내용을 반복해 말한 후 특유의 신나는 음악과 율동으로 동영상을 마무리한다.

흥미로운 건 영상에 등장하는 소년들의 한글 발음도 어눌하고 율동이라는 것도 춤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그저 팔다리를 제멋대로 흔드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이 한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도 단순하기 짝이 없다. 주로 방글라데시의 어느 숲속이나 동네의 허름한 공터인 듯한 장소가 배경이 된다. 뜻을 알 수 없는 ‘상게멍게 후후’라는 구호를 외치며 예닐곱 명의 소년들이 웃통을 벗은 채 헐렁한 바지를 걸친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때로는 온몸에 진흙을 바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팀의 리더는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팀아짐키아’라는 이름이나 그들이 후렴처럼 외치는 ‘상게멍게 후후’라는 상용구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리더인 청년이 스케치북 정도 크기의 종이에 능숙치 않은 한글 글씨로 적인 메시지를 앞에 걸어두고는 막대기로 글씨를 가리키며 먼저 선창을 하면 소년들이 이를 따라한다. 그렇게 메시지를 수차례 반복해 읽은 후에는 예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분량은 2분 내외, 길어야 3분 정도다.

팀아짐키아는 ‘여러분, 맞춤 메시지나 생일 메시지를 영상처럼 만들고 싶나요?’라면서 G메일로 연락하라고 적어놓았다. 이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이 한글 표현에 능숙치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동영상에서 전달하는 메시지 표현을 보면 한글 발음도 정확치 않다. 또 때로는 듣기 민망한 내용도 전달하는 것으로 봐서는 주문받은 메시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 내용을 보면 ‘자살은 나쁜 것입니다’ ‘코로나 이겨내자’ 등 사회적인 것도 있지만 ‘엄마 너무 사랑해요’ ‘엄준식은 살아있다’ ‘소연아 채소 먹자’ ‘권누리 빨리 공부해’를 비롯해 ‘아무개 군대간다’ ‘누구 생일 축하한다’ 등 개인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또 ‘기현아 대머리 깎아라’처럼 짓궂은 내용도 있는데 이 동영상은 3주만에 1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가 대세인 요즈음 유튜버를 장래희망 직업으로 꿈꾸는 초등학생들이 많아졌다지만 유튜브는 준비없이 함부로 뛰어드는 만만한 바다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한 기획을 거쳐 만들어진 창의력과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팀아짐키아의 성공은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팀의 리더는 인터뷰에서 요즘 1주일에 1만5000통의 이메일 주문이 들어온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문 1건당 내는 후원비는 1만원이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들의 인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소연아 채소먹자’에 달린 댓글 중에 ‘이름도 모르는 외국인 5명이 고요한 숲에서 아이돌 채소 먹으라고 강요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반응이 있듯이 전혀 낯선 상황에서 낯선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주는 신선함이 인기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이다.

지구촌 거의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코로나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특히나 정부의 규제와 지침에 순순히 잘 따라와 줬다. 그런 만큼 누적된 ‘코로나 블루’에 취약해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 코로나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듯 뜻도 모르는 메시지를 열심히 외치면서 쾌활한 몸짓을 보이는 팀아짐키아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 줄기 청량감과 활기를 얻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