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신화 쓴 후 교육사업 큰 손 ‘재벌가 호흡’

유리신화 성공 교육 큰 손 ‘재벌가 이웃’
[부촌 한남동 명사들<27>]-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중고교·대학 ‘사학 종주’

김신 기자(skim115@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8-16 00:15:27

40~50대 중장년 세대들은 프로야구가 탄생하기 전인 지난 198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고교야구 전성기를 생생히 기억한다. ‘역전의 명수’로 진가를 알렸던 군산상고를 비롯해 경남고, 부산고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고등학교들은 아직도 그 이름이 생생하게 국민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각 지역의 자존심을 건 간판 학교들의 쟁쟁한 경쟁구도 속에서 ‘신일고등학교’는 서울의 자존심을 지킨 야구명문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신일고는 ‘신일중학교’, ‘서울사이버대학’ 등과 함께 ‘신일학원’ 소유의 사립학교다. ‘신일학원’은 ‘한국유리공업(주)’의 창업주인 고 이봉수 신일기업 회장이 설립한 사학재단이다. 고 이 회장은 한국유리공업(주) 성공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교육 사업에 투자했다. 그의 성공발판이 됐던 한국유리공업(주)은 고 최태섭 한국유리공업 명예회장과 함께 공동창업한 회사로 한국 유리제조업계의 독보적인 위치에 섰던 기업이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창업주 다음 세대로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두 가문의 지분 경쟁이 발생했다. 이후 프랑스의 ‘상고방’으로 대주주가 넘어가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현재 총 11개의 계열사 중 지배회사격인 ‘한국유리공업(주)’의 약 79%에 해당하는 주식이 프랑스 ‘상고방’의 소유다. 반면 창업자이자 90년대 주식 경쟁에서 사실상의 우위를 점했던 고 이봉수 회장 일가는 장남인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이 6.02%, 이 이사장 소유의 신일기업이 4.25% 등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아버지에 이어 1988년 신일학원을 책임지게 된 이세웅 이사장은 일찍이 교육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사학 숙명학원 이사장, 성신학원 이사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예술의전당 이사장, 제25대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두루 역임했다. 또한 그는 신일기업의 회장직도 함께 겸직하고 있다. 신일기업은 명동역과 맞닿아 있는 위치에 12층 규모의 신일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빌딩의 시세는 약 210억원 가량이라고 한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 부촌 중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 이건희 회장 일가 주택들이 즐비한 인근에 총 785㎡(약 237.4평) 규모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 소유의 주택과 함께 ‘신일학원’이 명문 사학재단으로 발돋움 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해준 ‘한글라스(한국유리)’ 등을 취재했다.

▲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은 한국유리공업(주)의 창업자인 고 이봉수 신일기업 회장의 장자다. 고 이 회장은 한국유리의 성공을 발판으로 교육사업에 눈을 돌려 신일학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신일학원 설립의 바탕이 된 한국유리는 90년대 들어 공동 창업주 가문 간의 주식 경쟁이 벌어졌다. 이후 제3자인 프랑스 유리회사가 대주주가 됐다.

▲ 한남동에 위치한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 소유 주택 위치도(위) 및 전경. ⓒ스카이데일리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함께 연일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촌 한남동 일대를 찾은 시민과 외국인 등은 연신 손부채질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이태원역에서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 방면에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곳의 배후 일대에는 국내 내로라 하는 유명인사들과 재벌가 소유의 주택이 저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특색있게 자리하고 있다.

긴장감 어린 경비원들이 서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유의 주택과 이 회장의 부인과 자식 등 삼성가 직계가족들의 주택들도 이곳에 옹기종기 대거 몰려 있다.

인근에는 김승호 보령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신동원 농심홀딩스 회장 등의 소유 주택도 함께 위치해 있다.

또한 그 중에는 과거 1990년대 고교야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신일고등학교’와 ‘신일중학교’ 등이 속해 있는 ‘신일학원’ 이세웅 이사장 소유의 주택도 자리잡고 있다.

▲ 부동산에 따르면 한남동에 위치한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 소유의 주택은 총 785㎡(약 237.4평)의 규모로 약 83억원 가량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등기부등본(토지)에 따르면 이 이사장 소유의 주택은 총 785㎡(약 237.4평)의 토지 위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이 지역 평당 토지 시세가 35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이 이사장 소유 주택의 시세는 약 83억원 가량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문 사학재단 ‘신일학원’ 만든 한국유리공업(주)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은 지금은 작고한 고 이봉수 신일기업 회장의 장남이다.

고 이봉수 신일기업 회장은 국내 최초로 한국 원료와 기술로 판유리를 생산한 ‘한국유리공업(주)(현 HANGLASS)’의 공동 창업자로 ‘대한민국 유리제조 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1957년 고 최태섭 한국유리공업(주) 명예회장과 함께 ‘한국유리공업’을 세운 이 회장은 ‘국내 최초의 유리 제조 업체’라는 장점을 살려 한국유리공업(주)를 성공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1970년 후발주자 격인 ‘동성판유리’가 판유리를 생산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당시 두 회사의 제품이 국내 전체 수요의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유리업계 양대회사 간의 경쟁이 화제가 됐다.

1973년 정부는 두 회사의 치열한 과열경쟁이 심하다고 보고 ‘판유리산업 합리화 조치’를 마련했고, 유리제조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한국유리공업’은 ‘동성판유리’를 합병해 사세를 확장했다.

합병 이후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특혜를 입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불거져 나오기도 했지만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제성장과 산업계 전체의 발전에 묻혀 사그라 들었다.

▲ 한국 유리제조 업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한국유리는 후발 기업들을 흡수합병하며 40년 이상 독주체제를 유지했다. 사진은 현 한글라스(한국유리)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 영풍빌딩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 후 1980년 복층 유리를 전문으로 만드는 ‘한국복층유리공업’을 세우며 건축용 및 자동차용 원판유리 생산을 본격화 한데 이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 중국 등지에 진출했다.

독주체제 ‘한국유리’, 2세대 들어 ‘프랑스 유리’로 변화

이처럼 50년대부터 국내 유리업계의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유리공업(주)’은 1990년대 들어 그 당당한 위상에 안타깝게도 금이가기 시작했다.

함께 회사를 세운 이 회장과 최 명예회장, 두 창업주들의 사이는 돈독했던 반면 그들의 2세들 간 사이는 아버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특히 90년대 초반 이씨 일가와 최씨 일가로 양분돼 있던 지분을 두고 양측 가문이 대립하면서 주식 매입 경쟁이 빈번히 일어났다. 당시 차명계좌를 이용한 주식 매입이 보도될 정도로 양측 가문의 경쟁은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가문의 치열한 다툼은 틈틈이 한국시장을 노려왔던 프랑스의 ‘상고방’에게는 절호의 찬스로 작용했다는 것이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고방은 1665년 프랑스에 설립된 세계최대 유리 및 건축자재업체다.

상고방은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한국유리공업(주)’의 해외 지사 설립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한국유리공업(주)의 주식을 사들였고 이에 양측 가문의 지분율과 맞먹는 주식을 소유하게 됐다.

또한 IMF한파 이후 경영 위기에 닥친 ‘한국유리공업(주)’의 유상증자 주식(당시시세 약 2만7000원)을 무려 4배 가까이 비싼 11만3000원 가량에 사들이면서 지분율 20.99%로 끌어 올리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로 인해 한국유리공업은 약 254억800만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유상증자를 통해 발생한 거의 모든 주식이 ‘상고방’에 넘어가면서 두 창업자 가문의 지분율은 점차 하락, 결국 현재는 사실상 프랑스 ‘상고방’ 소유나 다름 없는 기업으로 전환됐다.

그 후 법인명의 변경은 없었지만 사명은 ‘한국유리’에서 ‘한글라스’로 불리게 돼 사실상 ‘한국유리’가 아닌 ‘프랑스 유리’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프랑스기업 ‘상고방’, 한국유리공업(주) 주식 79% 소유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3년 5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미지=최은숙>

현재 ‘한글라스’는 지배회사인 한국유리공업(주)를 비롯해 한국세큐리트, 한국하니소(주), 제일유리공업(주), SGG(프랑스), SGHJ(프랑스), SGHSS(프랑스), SGHQ(프랑스), SGCSW(프랑스), Yongxin Glass(중국) 등 총 11개의 계열사를 가진 그룹으로 성장했다.

한글라스의 지배구조는 상고방그룹의 투자회사격인 ‘SOFIAG’가 지배회사인 한국유리공업(주)의 주식을 44.5%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있고, 또 다른 자회사인 NAI가 34.5%를 갖고 있다. 이들의 총 지분율은 무려 79% 가량인 셈이다.

반면 창업자이자 90년대 주식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던 고 이봉수 회장 일가는 현재 장남인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이 6.02%, 이 이사장 소유의 신일기업이 4.25% 등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한글라스’의 소유주가 된 프랑스의 ‘상고방 그룹’은 한글라스를 경영하며 지난 2012년도 431억9800만유로(한화 64조829억원(2013년 8월 환율기준) 매출액과 7억6600만유로(한화 1조1300억원(2013년 8월 환율기준))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세웅 이사장, 명동 210억원 빌딩 소유

한국유리 제조업계의 신화인 고 이봉수 회장은 살아생전 기업에서 이룩한 부와 성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교육 사업에 일찍이 발을 들였다.

1966년 신일중학교, 신일고등학교를 연이어 설립하면서 신일학원 이사장에 올랐고 1988년엔 그의 장남인 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 이사장은 현재까지 신일학원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 이세웅 이사장. <사진=뉴시스>

사학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숙명학원 이사장(1995~1998년), 성신학원 이사장 (1998~2000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2002~2006년), 예술의전당 이사장(2003~현재), 제25대 대한적십자사 총재(2007~2008년) 등을 두루 역임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한 그는 고 이봉수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임대 사업을 영위하는 ‘신일기업(주)’을 물려 받아 실질적인 소유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 등이 주요 사업 목적으로 설립된 ‘신일기업’은 한글라스의 지배회사인 한국유리공업(주) 주식의 4.25%를 비롯해 현 신일기업 사옥과 서울사이버대학교가 함께 들어선 ‘신일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토지)에 따르면 명동역과 맞닿아 있는 신일빌딩은 786.11㎡(약 237평) 규모의 토지 위에 지어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 곳 공시지가는 올해 초 기준 ㎡당 2200만원 선이며 이를 평수로 환산했을 때 약 7300만원의 시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약 80%로 책정되므로 이를 적용하면 평당 약 8800만원의 시세다. 따라서 신일빌딩은 210억원 가량의 시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 학교법인 신일학원은 서울사이버대학교를 설립했다. 사진은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서울사이버대학교 오프라인 캠퍼스 본관 전경. <사진=서울사이버대학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