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주력 제품 ‘릴(lil) 플러스’의 해외 판매가가 국내 판매가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릴 하이브리드2.0’ 제품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1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내용에 대해 KT&G는 수출용 릴 제품의 가격정책을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 전담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KT&G는 지난 8월 러시아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 솔리드(lil SOLID)’와 전용스틱 ‘핏(Fiit)’ 판매를 개시했다. 3주 후 우크라이나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릴 솔리드는 국내에서 유통·판매 중인 릴 플러스의 수출용 제품이다.

 

일본에도 진출했다. 지난 10월 ‘릴 하이브리드 2.0’와 전용스틱 ‘믹스(MIIX)’가 일본 현지시장에 출시됐다. 일본은 궐련형 전자담배 세계 최대 소비국가로 알려졌다. 일본시장 진출로 KT&G는 앞서 목표로 제시했던 글로벌 ‘BIG 4’ 담배기업 도약에 한 발자국 다가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KT&G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와 글로벌 협업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KT&G가 PMI 유통망을 활용해 자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판매하는 식이다. PMI는 글로벌 담배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풍부한 노하우와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유통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글로벌 협업 성과 등으로 올해 KT&G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확대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KT&G는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4634억원, 영업이익 4346억원 등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3조9607억원, 영업이익 1조1444억원 등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담배사업만으로 79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해외 판매량이 127억개비로 전년 동기 대비 30.9%나 늘었다. 해외시장 매출은 매출액은 2629억원으로 28.2% 상승했다.

 

괄목할 성과를 낸 KT&G지만 해외진출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도 남아 시선이 집중된다. KT&G 주력제품으로 지목되는 릴 플러스와 릴 하이브리드의 해외 판매가는 국내 판매가와 비교해 크게 저렴하다.

 

현지 아이코스 홈페이지와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릴 솔리드 제품은 러시아에서 2690루블에 판매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999흐리브냐(우크라이나 화폐)에 판매 중이다. 각각 한화로는 약 3만9000원(15일 환율 기준)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국내 판매가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에서 릴 플러스(릴 솔리드)는 정가 11만원, 할인가 7만원에 판매 중이다. 릴 홈페이지에서 할인쿠폰을 발급받으면 할인가로 구매가 가능하다.

 

일본에 출시된 릴 하이브리드2.0 판매가도 국내 판매가격과 차이를 보인다. 일본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릴 하이브리드2.0 판매가는 6980엔(세금 포함)이다. 한화로 약 7만3200원이다. 릴 하이브리드2.0의 국내 판매가는 정가 11만원, 할인가 8만8000원이다. 국내 시장보다 일본 시장 판매가가 1만5000원 가량 저렴하다.

 

일련의 내용에 대해 KT&G 측은 “현지 가격 전략의 경우 PMI측에서 전담하고 있는 사항이다”며 “자세한 내용은 양사 계약사항(비밀유지조항)에 따라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지 출시가격은 국가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 가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T&G의 해외 진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른다. 성과내기에 열중하다 보면 소비자 배려 부분을 간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을 국내 소비자 피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모 대학교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시장의 특징은 과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건데 대다수 기업이 가격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며 “반면 해외에선 완전경쟁 시장인 경우가 많아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고 이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발생한 손실 등을 떠안는 피해 등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국내외시장의 상황이나 특징 등에 따라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순 있다”면서도 “배송비 등을 고려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시장보다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게 더 합리적일 정도로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상황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