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악마의 유혹을 거절할 용기가 있는가

박선옥 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4-02 00:02:45

당신은 천사의 편에 설 것인가, 악마의 편에 설 것인가? 선과 악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많은 이들은 자신은 “당연히” 선을 추구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생각해보라. 혹시 마음 깊은 곳 한 켠에 ‘악’에 대한 묘한 동경이, 경외가 있진 않은가?

최근 미국의 스트리트웨어 업체 미스치프(MSCHF)가 일명 ‘사탄 운동화’를 출시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미스치프는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나이키 에어맥스97 운동화를 개조한 신발을 출시했다. 이 신발에는 악마를 상징하는 거꾸로 된 오각형 별 모양 ‘펜타그램’ 장식과, 누가복음 10장 18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를 가리키는 ‘LUKE 10:18’ 등이 적혀 있다. 특히, 신발 밑창에는 붉은 잉크와 함께 실제 사람의 피가 한 방울 담겨 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신발에 들어간 혈액은 미스치프 측 직원의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람의 피가 들어간 이 기괴한 신발은 1018달러(약 115만원)라는 높은 금액임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 신발은 총 666켤레가 제작되었는데, 666이라는 숫자가 서양에서 악마를 상징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악마적 디테일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대체 누가 이런 운동화를 살까 싶은 이 ‘사탄 운동화’ 가 판매 시작 1분만에 전량 매진되었다는 사실이다.

‘사탄 운동화’가 불티나게 팔린 것은 ‘악마’ ‘피’ 와 같은 키워드가 주는 기괴함에 기댄 결과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악마에 대한 호기심 혹은 악마적 근성을 자극한 방식이다. 공포심은 아드레날린을 촉진하여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 점에서 ‘사탄 운동화’를 향한 열광은 악마적인 분위기, 공포, 퇴폐, 괴기함에서 오는 긴장감을 예술적 희열로 착각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악마적 숭배는 상업주의 욕망과 결합하여 더 교묘하게 변질되었다. 사탄 운동화가 가진 악마적 이미지에 편승하여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고, 그것이 ‘힙’하다고 자위했을 미국의 래퍼와, 그 이미지를 상품화하여 돈을 벌고자 했던 한 패션업체가 만들어낸 극단적 판단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 것이 어찌 문제가 되느냐는 의견도 제시될 수 있다. 허나 그 방법이 법이 정한 최소한 규범에 부합하느냐 여부를 떠나,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을 하나의 창작물로 마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이키는 자사의 신발을 활용, 재창작하여 판매한 것에 대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라며 고소를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상표 도용 문제가 아니다.

CNN에 따르면 MSCHF의 대변인은 ‘사탄 운동화’에 직원의 피가 들어간 것에 대하여 ”우리는 예술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허나 이는 다른 이들이 ‘차마 하지 않는’ 것들을 ‘차마’ 저질러 놓고, 마치 자신이 새로운 예술 세계의 선구자인 양 행세하는 꼴이다. 그것들이 경제 논리 아래 사회 깊숙한 곳에 스며들고, 대중 매체를 통하여 영향력을 행세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윤리적, 사회적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이 운동화 제작에 참여한 래퍼 릴 나스 엑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700만명임을 감안할 때, 이 사건이 대중들에게 미칠 영향은 우리 짐작보다도 거대할 것이다.

패션 혹은 예술이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들은 종종 있어 왔다. 특히 비윤리적이거나 외설적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에 대해서다. 행위예술가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돼지 피로 글을 쓰는 퍼포먼스로 논란을 야기한 바 있고, 미국의 디자이너 릭 오언스는 패션쇼에서 남성 모델의 성기 부분을 노출한 의상을 선보여 논란이 됐다. 그 외에도 비속어와 마약에 대한 언급, 성적 묘사가 난무하는 랩 가사들은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이 예술이란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특히나 그것이 상업적인 논리와 결합되거나, 윤리적 잣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예술이란 건 이미 사회 구조 내부의 것이 된다. 예술가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미스치프는 2019년 ‘예수 신발’을 제작해 판매한 바 있다. 예수의 얼굴을 그려 넣고, 신발 밑창에는 요르단 강의 성수를 넣었다는 이 신발은 20켤레가 제작되었다. 당시 나이키 측에서는 큰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탄 운동화’ 제작에 대해 나이키가 고소를 진행한 것은 이 상품이 주는 사회적 논란과 악영향을 충분히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자, 여기 ‘천사 운동화’ 와 ‘악마 운동화’ 가 있다. 당신은 물 위를 걷겠는가, 피 위를 걷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