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국내선 시장점유 40% ‘고속성장’

제주항공 1등 리딩...진에어, 에어부산 흑자행진 지속 성장

김종우 기자(j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1-10-25 15:33:11

흑자 구도를 겨우 만든 저가항공사(LCC)들이 재차 도약할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한 저가항공사들이 운항을 시작한 이래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가항공사들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중이다. 향후 성장가능성도 농후해 저가 항공사들 선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공비행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장거리 국제선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 해외 저가항공사와의 경쟁 등이 그것이다. <스카이데일리>에서 이를 중점 취재해 보았다.

1990년대 이후 생긴 외국 저가항공사

저가항공사는 주로 미국이나 호주, 유럽 등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기에 저가항공사는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싼 가격으로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미국 등 해외의 저가항공사는 기존 항공권에 대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용 삭감 정책을 펼쳐 왔다.

대표적인 방법은 기종의 단일화이다.

저가항공사의 대표주자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보잉 737 기종 하나만 550대 이상 운행한다. 이 밖에 인터넷 결제 최대화, 기내 서비스 최소화 및 취소 수수료 고액 책정에 이어 심지어 항공권조차 저렴한 재질로 사용해 비용 절감에 나선 바 있다.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의 대표주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에어트랜, 제트 블루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버진 아메리카 정도가 유명하다.

특히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가항공사의 효시로 불리며 이들 저비용 항공사의 영업 전략은 대부분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 개발한 전략이다.

나머지 저비용 항공사들은 사우스웨스트가 만들어낸 전략을 벤치마킹한 수준에 그쳤다.

경제 침체기에 유나이티드, 델타, 노스웨스트 등의 대형항공사들이 누적되는 적자를 못 이기고 파산보호 신청 및 인수합병 와중에도 흑자 행진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유나이티드와 델타항공도 이들 산하에 각각 테드와 송이라는 저가항공사를 설립했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저가항공사 시장에서 철수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는 독보적인 점유율의 라이언에어와 이지젯을 꼽는다. 이 항공사들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 지역에 노선을 배치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관계자와 통화한 바에 따르면 초기에 비해 최근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 중이라는 견해다.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 역시 저가 항공업이 발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에어 아시아다.

쿠알라푸르를 허브로 말레이시아 국내선은 물론, 인근 국가를 잇는 국제선 노선도 운항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그 밖에도 에어 아시아X라는 자회사를 통해 호주 등 장거리에도 취항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취항 중이다.

그 밖에 싱가포르의 타이거 올웨이즈, 태국의 녹에어, 필리핀의 세부퍼시픽에어, 제스트올웨이즈 등의 저가항공사가 존재한다. 아시아의 대형 항공사들도 자회사로 저가항공사를 보유한 회사가 있다.

싱가포르항공 계열의 실크에어, 말레이시아항공 계열의 MASwings, 파이어플라이 등이 있다.

일본의 경우는 스카이마크항공, 스타플라이어, 홋카이도국제항공 등의 저가항공사가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선만 취항하며 별도로 야간 여행객을 위한 전세기로 국내 노선도 취항한다.

기존 항공사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본 국내 교통비 자체가 높아 실제 가격경쟁력은 낮다.

국내 저가항공사… 가장 빠른 성장, 제주항공

제주항공

우리나라의 경우 애경그룹 자회사인 제주항공은 국내 저가항공사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첫 해 11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575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연평균 91%씩 고속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하반기 첫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한다는 전망이다.

진에어

진에어는 지난 2007년 7월 첫 비행을 시작한 이래 2년여 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75억원을 기록해 저가항공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22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72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 급증했다.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해 매출 1208억원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첫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792억원으로 전년 동기(547억원) 대비 245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는 월 단위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후발 주자이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2009년 매출액이 약 443억원, 2010년 1083억을 달성해 전년대비 245%로 신장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매출신장에 힘 입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무척 높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구 한성항공)

저가항공 후발 주자인 티웨이항공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9월 처음 취항했다.

이후 저가항공사 가운데 가장 빠른 11개월 만에 누적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저가항공사, 외형 및 수익성 급격히 호조

이같이 저가항공사의 외형과 수익성이 급격히 호전되고 있는 것은 국내선과 일본·중국 등 탑승률이 높은 인기 노선의 운항을 확대하면서 비행기 운영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인의 저가항공사에 대한 거부감이 꾸준히 해소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선 시장의 상당 부분은 이미 저가항공사들이 차지했다.

2006년 2.17%에 불과했던 저가항공사 국내선 점유율은 2008년에 9.72%, 2009년 27.35%, 2010년에는 34.1%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0%를 넘어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선은 짧은 이동거리 때문에 서비스보다 가격이 큰 결정요인이다. 상대적으로 저가항공사가 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지적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전체 항공 승객 중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저가항공사들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가 될 수 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저가항공사 이용 비율이 40%를 넘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20%가 넘지만 한국은 그 이하여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가항공사 걸림돌, ‘높은 가격’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저가항공이지만 높은 가격은 걸림돌로 꼽힌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가격은 대한항공 등 국적 공사의 80~90% 수준이다. 저가항공사들은 각종 이벤트로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최대한 공급한다는 방침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저가항공이 일반화된 미국이나 유럽은 저가항공사의 할인율이 50~70% 수준이다. 가격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가항공사 관계자들은 유럽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유럽 저가항공사들은 거점 공항이 아닌 외곽공항을 이용하면서 가격을 낮추는데 우리나라에는 외곽공항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점이 불가능하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