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공주·튀기에서 라이따이한·코피노까지

도표로 본 ‘이슈 인 뉴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11-23 04:47:35

▲6·25 전쟁 후 모든 것이 파괴된 참담한 현실 앞에서 당시 우리 국민들은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갖 험한 일을 했다. 그 중에 이른바 ‘양공주’(洋公主)라고 하는 성매매여성들은 우리가 얼마나 극한의 가난 속에 있었는가를 보여준 단면이었다. 미군이 우리 땅에 진주·주둔하고 이들의 외박이 허용된 1957년 이후 미군기지들 옆에는 병사들을 상대로 한 경제권이 형성됐다. 속칭 ‘기지촌’(基地村) 사람들은 다른 상업지역에 비해 생활형편이 낫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1960~70년대 병영인근 마을들은 급격히 번성했다. 미군 병사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 여성들인 ‘양공주’는 사실상 전문직업화 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양공주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군 병사와 우리 여성이 결혼을 하는 사례도 많지는 않았지만 종종 나왔다. 한국판 다문화가 이때부터 생겨났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결혼은 그 당시 ‘순혈민족’이라는 폐쇄된 사회분위기 때문에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냉소를 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 영향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출생한 2세들은 우리사회에서 저질용어인 ‘튀기(혼혈아)’로까지 조롱을 받았다. 이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적응하기 힘든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일부는 연예계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그들의 삶은 힘겨움 그 자체였다. 국제결혼과 다문화는 이처럼 우리 스스로의 생각에 갇힌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의 그늘에서 힘들어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또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군인·근로자들과 베트남 여성 간에 출생한 ‘라이따이한’(Lai Daihan) 혼혈아들에 대한 무책임한 행태를 남겼다. 그 반성도 모자라 최근에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여성 간에 낳은 ‘코피노’(Kopino)가 우리의 자화상을 슬프게 하고 있다. 책임지지 않는 출산으로 인한 고통은 여성과 아이들에게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트라우마를 지워준다. 필리핀 여행자나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아이를 낳은 코피노 숫자가 무려 1만여명이나 되고, 현재 이들은 아빠 없는 그늘진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과거 우리의 불행했던 옛 일을 생각한다면 라이따이한이나 코피노는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과오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의 다문화가 성숙된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다는데 있다. ▲그동안 한국인들의 국제결혼은 외국의 젊은 여성들을 수입해 오는 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혼하지 못한 농촌총각이나 나이 많은 재혼남성 등과 억지로 꿰어 맞추는 식의 국제결혼이 많았다. 이로 인해 원만하지 못한 결혼이 적지 않았고 제대로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사례 또한 많았다.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다문화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고국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국제 미아’가 되는 아픔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이 농촌에서 도시로 확대되고 부부간 연령차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연상녀·연하남 커플까지 늘고 있을 정도다. 신랑·신부도 대학을 나온 비율이 41.7%와 35.9%로 크게 증가했다. 신랑의 나이가 40세 이상인 비율도 많이 감소했다. 다문화의 비극을 처절히 받고 또 비참하게 주어 온 우리가 이제 조금 정상적인 행보로 나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달리 순혈주의에 강한 우리는 본능적인 인종차별이 대단히 심하다. 그 차별감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다문화 가정의 우리 아이, 대한민국 국민들은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종 폐쇄국’으로 분류된다. 양공주, 튀기 등의 기억하기 싫은 비극을 생각한다면 이민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에 대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다.

▲ 지난해 다문화 혼인이 2만9224건으로 전년대비 1471건(4.8%), 이혼이 1만3701건으로 749건(5.2%) 각각 감소했다. 다문화 혼인이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반면 다문화 출생은 2만2908명으로 전년대비 894명(4.1%), 사망은 1605명으로 48명(3.1%) 각각 증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인(출생기준) 남자, 외국인 여자의 혼인건수는 감소하는데 반해 외국인 남자, 한국인(출생기준, 귀화기준) 여자의 혼인건수는 증가하는 모습이다.

▲ 전체 혼인이 전년대비 0.6%, 한국인(출생기준) 간 혼인이 0.2% 감소한 데 비해 다문화 혼인은 4.8% 감소했다. 전체 혼인에서의 비중은 8.9%로 전년(9.3%)보다 0.4%p 감소해 지속적인 하향세를 나타냈다. 이는 과거의 ‘신부 수입식’ 무작정 혼인이 줄고 정상적인 혼인이 늘고 있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남자의 경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비중이 전년보다 증가한 반면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랑·신부 간 연령차가 줄었다. 외국인·한국인(귀화기준)의 경우 20대 후반은 2010년 20.1% → 2012년 22.9%를, 30대 초반은 2010년 18.6% → 2012년 22.7%를 각각 나타냈다.

▲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6.0세, 여자 26.9세로 남자는 낮아지는 반면 여자는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한국인(귀화기준) 여자의 초혼 연령은 25.8세로 상승세(2010년 25.2세 → 2012년 25.8세)를 기록했다. 평균 재혼연령은 남자 47.4세, 여자 40.7세이며 남녀 연령차는 6.7세로 집계됐다.

▲ 학력별 혼인현황을 보면 남자가 대학 이상인 경우는 41.7%로 전년대비 2.7%p 증가했고 고등학교 이하는 58.3%로 2.7%p 줄었다. 여자가 대학 이상인 경우는 35.9%로 전년대비 2.3%p 증가한 가운데 고등학교 이하는 64.1%로 2.3%p 감소했다. 남자와 여자 모두 대학 이상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고등학교 이하의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 지난해 다문화 이혼은 1만3701건으로 전년(1만4450건)보다 749건(5.2%) 감소했다. 한국인(출생기준) 간 이혼이 0.8% 증가한 반면 다문화 이혼은 5.2% 감소는 상황을 보여 주목됐다. 전체 이혼에서의 비중은 12.0%로 전년보다 0.6%p 줄었다.

▲ 자료: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