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실손보험 적용 직장인, 개인상품 가입해도 중복혜택 없다

가입보험 수 관계없이 보험금 동일
단체-개인 실손보험 연계제도 눈길
병원이용 적으면 향후 재가입 추천

김학형 기자(h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23 13:48:01

▲ 금융위원회**(사진)**는 2018년 12월부터 단체 실손의료보험과 개인 실손의료보험간 연계제도를 시행했다. ⓒ스카이데일리DB

# 직장인 C씨는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과 개인 실손보험에 모두 가입했다. 그런데 최근 실손보험은 중복 보장을 받지 못하기에 하나만 유지해도 기본 보장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돈을 낭비한 것 같았으나 천천히 다시 살펴보니 보장 내용이 달라 어찌할지 고민됐다. 퇴직하고 단체 보험을 개인 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안내도 받았는데 조건이 까다롭게 느껴졌다.

새로운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금융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의 사례와 같이 직장에서 단체로 가입한 단체 실손보험과 개인적으로 든 실손보험을 연계할 수 있는지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각각의 보장 범위, 연계 조건 등 개인 사정에 맞게 따져볼 게 많기 때문이다.

개인-단체 실손보험 중복가입 133만명…꾸준히 증가 추세

한국신용정보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실손보험상품 2개 이상에 중복 가입한 사람은 145만8400명에 이른다. 2016년 135만9000명에서 2017년 137만2000명, 2018년 144만5000명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2019년 130만2200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15만6200명이 늘어 다시 예전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복가입 가운데 개인과 단체 실손보험을 함께 가입한 경우가 133만6700명으로 92%에 달했다. 특약에 실손 보장이 들어간 종합보험에 가입한 개인의 경우 개인 실손보험 가입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8%는 개인 실손보험만 2개 가입한 경우로 지금은 단체보험이 아니면 이러한 중복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게 바뀌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금융당국에 따르면 단독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만을 보상한다. 모든 보험사 실손보험을 표준화해 기본적인 보장내용도 같고 중복가입 해도 한도 내에서 지급되는 보험금도 같다. 상법(제672조)에 따르면 병원비로 10만원이 나온 경우 가입한 실손보험이 하나든 둘이든 돌려받는 총액은 1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입원 치료비로 보장한도를 넘지 않는 150만원이 나왔을 경우 개인·단체 실손보험 중복가입이라면 자기부담금액(전체 의료비 20%) 30만원을 뺀 120만원을 두 보험사로부터 나눠 지급받는다. 개인 실손보험만 있어도 한 보험사로부터 12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결국 받는 보상은 같은데 보험료만 2번 내는 셈이다.

모든 실손보험은 기본 보장내용이 같아도 보험사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다. 22일 손해·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단독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40세 기준)은 보험사에 따라 1만원대에서부터 1만8000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장하는 내용이 다 똑같으면 보험료도 같을 것 같지만 보험사는 각자 사업비(보험영업비용), 위험률 등을 달리 적용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중 부담 줄이려면 개인보험 일시 중단 또는 연계제도 활용

보험금 이중납부 부담을 줄이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단체 실손보험을 개인 실손보험으로 바꾸는 것과 개인·단체보험을 모두 유지하면서 개인 보험만 잠시 정지시키는 것이다. 개인 실손보험을 1년 이상 유지했다면 일시 중단 제도로 납입을 잠시 중단했다가 원할 때 재개가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퇴직 등 단체 실손보험 종료 후 한 달 안에 재개를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 실손보험을 해지하고 단체 실손보험을 유지하다가 나중에 개인 실손보험으로 연계할 수도 있다. 2018년 12월부터 시행된 ‘단체-개인 실손보험 연계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년 이상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한 직장인은 퇴직 등으로 단체 실손보험이 종료되면 한 달 이내에 동일한 보장의 개인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직장인 본인뿐만 아니라 단체 실손보험이 적용된 가족으로 대상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5년간 단체 실손보험으로 받은 보험금이 2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암·백혈병·당뇨병 등 10대 질병 치료 이력이 없어야 하는 등 무심사 전환 조건은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실손보험과 단체 실손보험을 중복가입 한 사람은 133만6700명에 이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중지 제도로 보장 조건이 바뀌는 점도 체크해야 대목이다. 개인 실손보험을 재개하면 기존에 가입했던 조건이 아닌 재개 시점에 판매되는 실손보험의 조건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을 중단했다가 되살리면 현재 판매되는 3세대 실손보험으로 재개되는 식이다.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 부담금이 0%인데 반해 3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20~30%이다. 특약을 선택하지 않으면 비급여 주사약 등도 보장 받지 못한다.

단체 실손보험 부족한 보장내용 메우려면 중복가입 유지가 유리

개인 사정에 따라 중복가입을 유지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단체 실손보험은 외래 치료를 보장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 이상 입원에 대해서만 보험을 지급하는 등 비교적 보장 내용이 부실한 편이다. 무엇보다 개인 실손보험의 보장 한도가 통상 3000만원 또는 5000만원 수준인데 비해 단체 실손보험은 1000만원까지인 경우가 많다.

중복가입 중인 한 직장인은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했어도 내 개인 실손보험과 보장 범위가 다른데다 언제까지 현재 직장을 다닐지도 모르고 10대 질병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어서 중복가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아직 종신보험은 들지 않았는데 직장 단체 보험이 사망을 보장하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종종 단체보험으로 실손형이 아닌 사망, 암 등을 보장하는 비실손형에 가입하는 회사도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점차 오르는 추세여서 청년층의 경우 직장에 다니게 될 20년, 30년 동안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병원 이용 빈도가 적다면 개인 실손보험을 중지했다가 추후 새로운 상품으로 바꾸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추후 가입 거절을 우려해 건강에 문제가 없는 50대쯤 일부러 개인 실손보험에 추가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중복 가입이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만약 보험을 해지할 경우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