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서초동 서래마을의 초고급빌라 트라움하우스는 독일어로 ‘꿈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름에 걸맞게 입주민의 대부분이 대기업 CEO, 고위급 공무원, 유명 연예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도 트라움하우스 3차에 전용면적 253.63㎡(약 77평형) 1호실을 보유하고 있다. 트라움하우스 3차의 시공사는 두산건설이며, 2002년 1월 준공됐다. 1개동에 총 19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김 의원이 보유한 호실의 시세는 약 7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들어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6.4 지방선거에 쏠려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집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분수령일 뿐만 아니라, 안철수 신당으로 인한 야권 세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산은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이지만 범야권 대선후보들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아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정당 지지율로는 새누리당이 확실히 우세하나 후보군이 많아 특정후보를 향한 압도적인 지지는 없다. 현재까지는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권철현 전 주일 대사의 3파전으로 압축된다.

여권에서는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친박 실세인 4선의 서병수 의원이 약간 앞선 상황에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40대 기수론’을 앞세우는 박민식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으며 유기준·이진복 의원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에 있다.

야권은 최근 무소속 출마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김영춘 민주당 부산진갑 위원장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큰 차이로 따돌리며 독주체제에 돌입했다.

오 전 장관은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는 ‘통큰 연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무소속 출마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 여전히 안철수 신당으로의 입당이 유력시 되고 있다. 만약 오 전 장관으로의 야권 연대가 형성된다면 그 파급력은 막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 의원은 차기 부산시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몇 차례 1위를 차지하며 단박에 여권 내 부산시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부산에도 젊고 참신한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진의원들을 제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고심을 거듭하던 김 의원은 “추석 연휴 기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대신 지역구 발전을 위해 유권자들과 했던 약속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불출마 생각을 굳혔다”면서 “(출마 포기가)아쉽다는 생각보다는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인만큼 앞으로 의정활동에 더욱 충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여야는 김 의원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부산시장 선거 판도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차후 새누리당 부산시장 공천 후보에 대한 김 의원의 측면 지원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관심사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계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당의 공천후보 지지율이 오 전 장관에게 큰 차이로 뒤질 경우 김 의원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지방선거 사상 최초로 부산시장을 야당에 내줄 경우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 등 수도권 패배 이상의 정치적 부담이 불가피한 탓이다. 김 의원의 역할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김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 판세의 ‘키맨’으로 손꼽히는 까닭은 그가 부산에서만 5선 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 김진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의 외아들이며, 부산 최대의 토착기업 중 하나인 동일고무벨트의 승계자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05년 고인이 된 김 전 부총재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은 데다, 부친 작고 이후 동일고무벨트의 대표이사로서 부산지역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며 신망을 쌓아왔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경제민주화 입법을 주도하는 등 늘 변화와 쇄신에 앞장선다는 점도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2008년 국회에 입성하면서 2009년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고 이후 등기임원직만 유지하다가 2012년에는 이사직도 내놨다. 현재는 대주주의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

1945년 9월 동일고무화학공업사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동일고무벨트는 고무벨트제품(V벨트, 컨베어벨트 등), 자동차 부품(비히클실링), 특수고무제품(크롤러, 면진제진, 언더캐리지, 토목건축자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2012년 10월 1일을 기점으로 DRB동일(분할 존속회사)과 동일고무벨트(신설 회사)로 인적 분할됐다. DRB동일은 지난해 11월 동일고무밸트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켰고, 다음 달인 12월 동일고무벨트를 종속회사로 편입시켰다.

김 의원은 DRB동일의 최대주주(지분율 47.48%)이자 동일고무벨트(15.86%)의 2대주주다. DRB동일이 동일고무벨트의 최대주주(44.13%)이므로 사실상 김 의원이 두 회사를 모두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DRB동일은 2010~2012년까지 가파른 실적 향상을 보였다. 연결기준 매출은 2010년 2182억원, 2011년 2884억원, 2012년 3361억으로 해마다 수직 상승했고 당기순이익도 2010년 183억원, 2011년 282억원, 2012년 299억원으로 점차 늘어났다.

2013년 들어서는 3분기 누적 매출 2952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2254억원) 대비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203억원)보다 다소 감소한 128억원에 그쳤다.

DRB동일의 당기순이익 감소는 동일고무벨트 분할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동일고무벨트의 경우는 2013년 3분기 누적으로 매출 1712억원,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올렸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국회의원 평균 재산 순위에서 매년 세 손가락에 들었는데, 이는 분할 전 동일고무벨트의 최대주주였던 것에 기인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2년도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평균집계에서 김 의원(879억원)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1조9249억원), 고 고희선 전 의원(1984억원)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